입력
수정
17일 기획재정부는 제14차 공공기관운영위원회(공운위)를 열어 생산성 및 효율성 제고를 위한 공공기관 혁신계획 중 예산효율화 및 복리후생 개선 계획을 보고했다. 이에 내년까지 공공기관 예산 1조1,000억원을 절감 또는 삭감하겠다고 밝혔다.
공공기관 혁신안으로 예산삭감, 인원 감축안 발표, 복리후생 및 사내대출 제도도 개선
공공기관 혁신계획은 지난 7월 발표된 가이드라인에 따른 것으로 각각 기능, 조직인력, 예산, 자산, 복리후생 등 5대 분야의 효율화를 추진하는 것이다.
제14차 공운위는 최상대 기획재정부 제2차관 주재로 개최되었다. 예산은 총 1조1,000억원이 삭감되며 구체적으로 경상경비 7,142억원(10.2%P), 업무추진비 63억원(15.9%P)을 절감하겠다고 했다. 더해 내년에 경상경비는 4,316억원(3.1%p), 업무추진비 82억원(10.4%P)을 삭감한다고 전했다. 현재 350개의 공공기관 중 300개 기관이 하반기 경상경비의 10~11% 수준을 절감하고 있으며 가이드라인에 따라 2023년 경상경비 역시 305개 기관이 22년 대비 3~5% 수준을 삭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경상경비를 전년 대비 3% 이상 삭감하는 것은 지난 2009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그뿐만 아니라 혁신 가이드라인에 따라 학자금, 경조사비 등 복리후생비 관련 9개 항목에 대해 360건, 사내대출 등 15개 항목에 대해 715건의 개선계획이 수립되었다. 이에 72개 기관이 자녀 학자금 지원 규정을 없애고, 3개 기관은 보육비 지원을 폐지하여 지난해보다 내년 복리후생비는 191억원(2.2%) 절감할 것으로 예측된다. 과도한 사내대출이나 창립기념일 유급휴일 운영, 휴가·휴직제도 등 6개 항목에 대해서 355건의 개선계획을 수립했으며 사내대출 금리 한도는 주택자금 7,000만원, 생활안정자금 2,000만원을 상한으로 하고, 주택구입자금 융자는 무주택자가 85㎡ 이하 규모의 주택을 구입할 때만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정부는 효율화 추진 5대 분야 중 자산, 기능, 조직인력 등의 3개 분야에 대한 혁신 계획도 순차적으로 확정해 발표하겠다고 전했다. 확정된 혁신계획은 기관별 이행 실적을 분기별로 점검해 반기별로 보고하며 경영평가에 반영할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공공기관·공무원 투쟁 예고, "복지수준 최하위로 떨어질 것" 실제 인력 감축 계획은 1%대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의료연대본부는 지난 4일 기자회견을 통해 공공기관 혁신 가이드라인을 통한 국립대병원 인력감축이 확실시되고 있다며 비판을 가했다. 인력이 축소되는 것과 더불어 직무성과급제 도입, 기능조정 등을 통해 공공의료가 축소되고 오히려 불필요한 검사나 과잉 진료를 유발해 과도한 의료비 증가를 낳으리라는 것이다.
과학기술계 역시 투쟁을 예고했다. 기재부의 혁신 방안에 따른 정부출연연구소 정원감축 및 강제 구조조정, 경상비 10% 삭감으로 연구에 필요한 현장장비의 유지 및 관리가 어려워질뿐더러 연구 전문 공공기관 복지 수준이 그동안의 최하위 수준에서 더욱 떨어질 것이라는 비판도 하고 있다.
공공기관이 현원을 초과한 정원을 줄이라는 가이드에 따라 약 7%를 감축해야 한다는 기재부의 요청을 받았지만, 실제 계획은 1%대에 그친 것으로 파악되기도 했다. 현재 올해 3월 말 기준 41만4,610명이지만 총정원은 44만8,276명이다. 방침대로라면 감축 규모가 3만 명대로 7.5%는 나와야 하지만 한참 못 미치는 것이다. 정부 관계자는 “1%대 인력 감축을 계획은 사실상 현재 정원을 유지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오히려 한국수력원자력은 아예 6월 말 정원 1만2,821명을 발표하며 159명 증원 방안을 정부와 협의하고 국정과제 수행과 중대재해처벌법 기준 충족 등을 이유로 정원 감축 대신 인력 재배치를 하기로 했다. 한국원자력환경공단, 한국디자인진흥원, 한국에너지기술평가원, 전략물자관리원, 한국에너지재단, 한국수자원조사기술원 등도 정원을 현 상태로 유지하겠다고 전했다.
MZ 공무원, 진정한 혁신은 복지 축소 아닌 근무동기 제공
예산 감축에 대해서도 공무원들의 원성은 자자하다. 정부는 지난 7월 내년도 5~9급 공무원의 보수를 1.7% 인상하기로 했다. 올해 9급 공무원 1호봉 월 기본급은 168만6,500원이며 모든 공무원에게 지급되는 공통 기본수당을 합하면 연봉이 약 2,690만원이다. 이는 최저임금과 비교했을 때 약 200만원 정도 차이가 있다. (2023년도 최저임금 9,620원, 월 209시간 기준 연봉 환산액 2,412만9,690원)
지난달 대한민국공무원노동조합총연맹과 전국공무원노동조합은 서울 여의도 국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공무원 보수인상률 재조정을 촉구하며 "고위 관료들이 1억원이 넘는 연봉을 챙기는데 8·9급 청년 공무원들은 박봉에 시달리고 있다”고 밝혔다. "워라밸 없는 힘든 노동, 쥐꼬리만 한 임금에 해마다 8·9급 MZ세대 공무원 퇴사가 줄을 잇고 있다"라고도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인사혁신처는 16일 하위직·저연차 공무원들의 보수인상률을 상향 조정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한 관계자는 "현재 국민들의 정서 등을 고려하면 내부에서도 크게 인상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는 분위기"라며 "아직까진 고통 분담 차원에서 임금 인상률이 이뤄져야 한다는 의견이 대세"라고 덧붙여 큰 기대를 하기 어렵게 되었다. 정부에서 강조하는 공공기관 혁신 역시 보수인상안에 대해 소극적으로 대하도록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있었다.
공무원들에 대한 국민들의 인식이 안 좋다면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을 먼저 마련해보는 것은 어떨까. 물론 국내 행정이 외국과 비교했을 때 빠르고 정확한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의 인식 제고와 청년층의 공무원 지원, 가파르게 늘고 있는 20~30대 공무원들의 퇴직을 가로막기 위해 기본급 인상이 힘들다면 인센티브제를 도입해보는 것도 또 다른 혁신일 수 있다는 생각이 든다. 8~90년대 딱딱한 수직적 조직문화와 낮은 사회적 평가, 퍼주기 대출 등이 이슈였던 만큼, 정부가 발표한 공공기관 혁신안은 분명 환영할만하다. 과도한 복리후생은 줄이는 것이 맞다. 그러나 과도한 복리후생에 공무원 임금까지 포함되는가에 대한 고민은 필요한 듯하다. 정부가 여론의 눈치를 보는 것보다 같이 일하는 동료 공무원들의 처우개선이 포함된 과감한 혁신을 감행하는 것이 좀 더 일의 효율성을 높이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