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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일 국부펀드 한국투자공사(KIC)가 ESG 책임투자 지침에도 석탄 및 무기 관련 기업들에 5,000억원 이상 투자하고 진행했다는 비판이 국회에서 제기됐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정의당 장혜영 의원은 독일 환경 NGO(비영리법인) 단체 '우르게발트(Urgewald)'의 2021년 기준 자료에서 KIC는 해외 석탄과 관련된 16개 기업의 지분이 3억 5,900만 달러(약 5,000억원)를 보유하고 있다고 밝혔다. 우르게발트는 1992년 창립되어, 석탄 관련 기업에 자금을 지원하고 투자한 은행과 투자자를 찾아 명단을 발표하고 있다. 이에 우르게발트는 자체 개발한 세계 석탄 퇴출 리스트의 기준인 20%와 비교해 뒤처진 수준이라는 환경·시민단체들의 지적을 받고 있다.
ESG 경영한다면서 석탄 생산 업체 투자 지원
18일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KIC가 미국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보고서를 확인했다. 지난 8월 기준 KIC는 핵무기, 집속탄 등을 생산하는 여러 기업에 총 4억 108만 달러(5,736억원)를 투자했다. 또한 투자 명세를 보면 핵무기 생산업체에 가장 많은 자금이 투입된 것을 발견했다. 이에 장 의원은 “정부의 녹색·지속가능채권 발행자금을 위탁받아 환경·사회적 가치 창출 사업에 투자하고, 탄소배출 감소를 위해 노력한다고 주장해온 KIC가 정작 석탄 관련 기업에 약 3억 6,000만 달러의 외화를 투자하고 있었다”며 KIC의 책임 있는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에 대해 지적했다.
KIC는 핵무기 생산업체인 허니웰 인터내셔널, 노스럽 그러먼에 각각 1억 1,073만 달러(1,582억원), 9,661만 달러(1,382억원)를 지원했다. 더불어 핵무기, 집속탄, 대인지뢰를 생산하는 록히드 마틴에 8,480만 달러(1,213억원), 핵무기 생산업체 보잉 컴퍼니와 제너럴 다이내믹스에 각각 6,744만 달러(964억원)와 2,710만 달러(387억원), 집속탄 생산업체 텍스트론에 509만 달러(72억원), 핵무기 생산업체 제이콥 엔지니어링에 467만 달러(66억원), 핵무기 생산업체 헌팅턴 잉걸스 인더스트리즈에 464만 달러(66억원)를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유럽 투자사 환경 유해성 이유로 다수의 기업 투자 배제
2020년 스웨덴 AP7은 총 74개 기업을 투자에서 배제했다. 그 이유는 핵무기 생산, 집속탄 생산, 대마초 생산 및 판매, 기후변화, 노동권 위반, 환경법 위반 등 때문이었다. 노르웨이 GPFG의 투자 배제 리스트에 오른 기업들은 석탄 활용, 핵무기 제조, 담배 생산 등 환경 유해성과 관련되어 있다. 이에 보고서를 발간한 연구진은 “무기류는 해외 주요 연기금과 자산운용사 다수가 투자 배제 기준으로 채택했다”고 설명했다. 장 의원은 KIC도 정부가 비준한 국제협약에 따라 핵무기 등에 대한 투자를 배제하는 것이 원칙이지만 지켜지지 않는 것에 답답함을 토로했다.
KIC 관계자는 “대부분의 기관투자가와 동일한 수준의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기업들이) 공사 주식 투자 운용 기준인 MSCI 지수에 포함돼 투자 (운용) 중”이라고 말했다. 그와 함께 “핵무기와 관련해서는 대량살상 무기와 달리 핵연료 발전 기술 등 다양한 정의가 있어 논쟁의 소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KIC는 '국가자산의 운용업무를 효율적으로 수행하여 금융산업의 발전에 이바지하고, 신뢰(TRUST)를 바탕으로 국부를 증대시켜 나가는 세계 일류 투자기관이 되는 것' 더불어 '장기 수익성을 증진함과 동시에 책임경영(ESG)을 구현하고 국내 금융산업을 지원하고 발전시킨다'는 목표를 가지고 있다.
KIC 진승호 사장은 "KIC는 날로 급변하는 투자 환경과 금융시장의 불확실성이 커지는 상황에 맞서 ‘기민하고 탄력적인 혁신 투자’ 등 안정적으로 수익률을 제고하기 위한 기반 마련에 최선의 노력을 다하겠습니다"며 "다양한 투자 포트폴리오와 방대한 운용자산을 통해 글로벌 경제에 선한 영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만큼, KIC의 위상과 책임에 걸맞게 ‘고도화된 책임투자 실천’에도 앞장서겠습니다"라고 KIC를 소개했다.
공공 투자 운용사들의 책임 있는 투자 필요
지난 11일 국민의 노후 자금을 운용하는 국민연금이 술, 담배, 도박 관련 주식에 약 5조 3,000억원 가까이 투자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일었다. 그와 관련된 투자 중 52.1%는 KT&G, 23.3%가 강원랜드, 12.9%가 하이트진로 등의 순으로 이루어졌다. 해외는 필립모리스, 하이네켄, 디아지오 등의 술, 담배, 도박 관련 주식을 사들인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들어 국가 기관이 운영하는 공공 투자 운용사들의 연금 펀드(Pension Fund)들이 ESG(책임 경영)와 같은 사회적 책임까지 고려해야 하는 문제가 대두됐다. 국민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 설립된 펀드인 만큼 국민의 건강을 해치고 안전을 방해하는 활동에 투자하면 안 된다는 것이 주된 논리이다.
국내에서 설립된 공공 투자 운용사들은 민간 투자 기업과 다르게 분명한 책임감을 가지고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책임 있는 모습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국민들의 혈세로 설립되고 운용되는 공공 투자 기관들이 국민들의 신뢰를 잃게 되어 그로 인한 존립의 위기까지 놓일 수 있다. 일각에서는 '공공 투자 운용사 또한 투자 기관인데 그러한 각종 규제를 통해 투자를 막으면 오히려 수익성이 악화하여 국민들의 자산에 피해가 갈 수 있다'는 목소리도 존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