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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야가 이달 31일 일몰되는 화물차 안전운임제 연장 법안 논의에서 접점을 찾지 못한 가운데,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전운임제를 일몰시키고 보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특히 "국가가 조장한 불로소득의 끝판왕이 화물차 번호판"이라며, "민주노총 간부들이 (화물차 번호판) 100개씩 갖고 장사하는 상황 또한 끝내야 한다"는 강경한 입장을 나타냈다. 일부 민주노총 간부들이 화물차량의 면허권을 대여해 월 수백만원의 부수입을 올리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것이다.
안전운임제, 결국 일몰로 가나?
원 장관이 강경 입장을 고수하면서 화물연대의 두 차례 파업을 부른 안전운임제는 도입 3년 만에 폐지 갈림길에 서게 됐다. 원 장관은 28일 "안전운임제를 단순히 3년 연장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며 "일몰시킨 뒤, 안전도 제대로 지키고 취약 차주에 대한 비용 보전을 제대로 해주는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고 밝혔다.
현재 국토부는 화주·운수사·차주 등 이해관계자와 전문가들이 참석하는 협의체를 통해 안전운임제 개편 논의를 진행 중이다. 각 이해당사자의 이견이 좁혀질 수 있도록 기준점을 국토부가 제시해 1월 내에 입법을 진행, 일몰 시점에 맞추지 못하더라도 이해관계자들이 최대한 피해를 입지 않도록 조치하겠다는 것이다.
원 장관은 "운송 단가 후려치기 등을 막고, 화물차주들이 장기간 운전해도 비용도 못 건지는 적자 운임에 내몰리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안전운임제로 이득을 보고 있는 일부 이해관계자를 제외한 다수는 이번 파업으로 더 큰 피해를 봤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이대로 안전운임제가 일몰되면 현장에서는 더 큰 혼란과 갈등이 생길 것"이라며 "국민들은 정부·여당이 지난 6월과 11월 안전운임제 3년 연장에 동의하고 법도 발의한 사실을 똑똑히 기억하고 있는데, 정부·여당이 물류 혁신이라는 말도 안 되는 핑계로 약속을 번복하고 있다"고 반발하는 모습이다.
'민주노총은 민폐노총'이라는 원 장관, 일몰 기다려 협상카드 쥐겠다?
노조 관계자들은 안전운임제 일몰 이후 대체 법안이 없는 상태에서 원 장관이 협상을 독자적으로 이끌겠다는 속셈이 보이는 것이라며 맹렬히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인터넷상의 뉴스, SNS, 커뮤니티 등에서 모은 빅데이터 여론은 민노총에 비호의적이다. 지난달 화물연대의 파업이 장기화되자 원 장관은 '민주노총은 민폐노총'이라는 강경 태도를 고수하며 민주노총을 '귀족 노조' 등의 표현으로 바꾸어 불렀다.
위의 빅데이터 분석에서도 '안전', '협상', '책임' 등의 단어와 함께 '귀족', '선동' 등의 민주노총에 부정적인 단어가 좌측의 녹색 키워드 그룹에서 관측된다. 관계 중심성(Betweenness centrality)에 따라 구분된 키워드 그룹 중 붉은색 키워드 그룹에서도 유사한 논조가 함께 관찰되는 것이 특이하다. 일반적으로 그룹이 다를 경우 좌파와 우파 등으로 다른 의견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위의 네트워크 분석에서는 붉은색 키워드 그룹에서도 '피해', '명령', '좌파' 등의 단어가 우측의 하늘색 키워드 중 가장 가까이에 있는 '불법'과 연결되어 나타난다. 화물연대의 파업이 불법이었고, 피해를 본 부분에 대한 '처벌'이 현재 빅데이터로 살펴볼 수 있는 여론이라는 것이다.
정가에서는 원 장관이 지난 2021년 초 제주특별자치도 지사직을 사임할 때부터 준비했던 사안 중 하나가 '노조 개혁'이었다며 현재의 '강대강' 부딪힘에서 민노총이 과거 정권들과 협상하던 것처럼 쉽게 권리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한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원 장관의 과거 대선캠프 관계자는 원 장관이 노조 개혁을 다음 대선 출마에 성과물로 쓰려는 속내가 있는 만큼, 쉽게 물러서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