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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약 1조2천억원의 해외투자를 유치했다. 투자 납입금은 약 1조1,540억원이고, 기타 수수료 합계액 포함 1조2천억원에 이르는, 국내 콘텐츠 업계 역사상 최대규모 해외투자다.
12일, 공시를 통해 사우디아라비다 국부펀드 ‘퍼블릭인베스트먼트펀드’(PIF)와 싱가포르 유한책임회사 피랩인베스트먼트가 각각 6,000억원 규모로 제3자 배정 유상증자 방식으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새 주주가 되었음을 알렸다. 각각 5.1%의 지분을 갖게 된다.
투자납입금은 2월 20일까지 약 9천억원, 잔금은 7월 20일까지 지불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최초 납입금이 SM엔터테인먼트 인수에 쓰일 것으로 예측한다.
투자 자금, 재무구조 개선보다 SM엔터 인수에 쓰일 것
카카오엔터테인먼트의 부채비율이 높지 않은만큼, 이번 투자금은 재무구조 개선보다 영업력 확대에 초점을 맞춰 활용될 것이라는 것이 업계의 전망이다. 당장 업계의 화두는 지난 2021년부터 자금력 문제로 난항을 겪었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대금으로 활용될 것인가 여부다.
이수만 총괄 프로듀서는 지난 2010년 등기이사에서 물러난 뒤부터 순차적으로 회사 매각을 준비해왔다. 지난 2021년에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장기간 가격 협상을 이어갔으나, 현금 매각을 원하는 이수만 총괄의 요구를 맞는 조건을 제시하기 어려워 결국 불발되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어 2022년 말까지 CJ ENM과도 지분 매각 협상을 진행했으나, 해당 거래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이수만 총괄이 요구하는 경영권 프리미엄 금액에 CJ ENM 관계자들이 큰 부담을 느낀 탓에 순조롭게 진행되지 못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싱가포르의 국부펀드가 단순히 K-콘텐츠 시장에서 성장을 기대하고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투자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주장을 펴기도 한다. SM엔터테인먼트 인수와 같은 대형 거래가 뒤에 숨어있지 않다면 굳이 1조2천억원에 달하는 큰 금액을 한국 콘텐츠 시장에 투자할 필요까지는 없었다는 것이다.
이번 투자 사정을 잘 아는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해 연말에 사우디아라비아의 빈 살만 왕세자가 한국을 방문한 뒤 급격하게 국부펀드 투자가 결정되면서 카카오엔터테인먼트도 포기했던 SM엔터테인먼트 인수 카드를 다시 집어들었고, 자연스레 CJ ENM의 요구조건에 불만이었던 이수만 총괄이 카카오 엔터테인먼트를 적절한 인수자로 선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카카오엔터와 SM엔터의 시너지
업계에 알려진대로 카카오엔터테인먼트가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게 될 경우, 영화 및 드라마, 웹툰, 웹소설 등의 지적재산권(IP) 뿐만 아니라, K팝 아이돌 시장에서도 신규 IP를 발굴할 수 있게 될 것으로 보인다. 기존에도 연예기획사를 몇 차례 인수하기는 했으나, SM엔터테인먼트를 인수하게 될 경우 기존의 아이유·아이브·몬스타엑스·더보이즈 가수 군에 더해 'SM엔터 사단'의 글로벌 아이돌 역량을 고스란히 흡수할 수 있게 된다.
로엔엔터테인먼트 인수로 음원·연예기획 사업을 확대한 카카오엔터 쪽에서는 국내 최고 기획사로 꼽히는 SM엔터테인먼트 인수가 절실하다. SM소속 글로벌 스타 등을 앞세워 글로벌 콘텐츠 시장 진출이 용이해지기 때문이다. 글로벌 스타로 엔씨티(NCT), 샤이니, 에스파, 레드벨벳 등 국외에서 인기가 높은 아이돌그룹이 포진해 있다. 단순히 국내 사업 뿐만 아니라 해외 시장으로 엔터테인먼트 사업 영역을 확대해 '국내 구멍가게 시장만 빼앗는 IT기업'이라는 악명에서 탈피할 수 있는 교두보가 될 수 있는데다, ‘엔터테인먼트 포털’을 꿈꾸는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창업비전을 실현할 수 있는 가능성도 높아진다.
엔터테인먼트 IP를 향한 '쩐의 전쟁'
이번 투자금으로 카카오 내부에서는 SM엔터테인먼트 뿐만 아니라 큐브엔터테인먼트도 인수를 고민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박미선, 이휘재, 조권, 비투비, 나인우, 이은지, 펜타곤, 유선호, 아이들, LIGHTSUM 등의 아티스트를 배출한 연예기획사로 글로벌 스타로 성장한 아이돌 그룹으로 포미닛(4Minute), 비스트(Beast) 등이 있다. 2023년 1월 12일 현재 시가총액은 약 2,500억원으로 이번 1조2천억원의 투자금 중 7월에 납입 예정된 금액으로 충분히 인수대금을 치를 수 있어 주목된다.
이번 인수가 가시화될 경우, CJ ENM 내부적으로는 넷플릭스, 웨이브와의 치열한 OTT 시장 경쟁에서 고급 IP 확보 기회를 놓치게 되어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대한 지분 투자를 유심히 관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2월에 넷마블 지분을 절반이상 매각하며 적극적으로 인수금융 자금을 마련했으나, 작년 하반기까지 이어진 협상에서 이수만 총괄이 납득할 수 있는 조건을 내놓지 못했다. 이어 SK텔레콤과 컴투스홀딩스까지 인수전에 뛰어들면서 CJ ENM이 추가 자금 확보를 위해 일부 사모펀드들을 재무적 투자자로 영입하려는 시도도 있었으나 1조2천억원의 대형 투자금 탓에 카카오엔터테인먼트에 자금력에서 밀릴 것이라는 것이 엔터 업계의 예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