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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한국판 디지털 시장법 – ②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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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months 1 wee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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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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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 알 권리를 충족시키고 진실을 알릴 의무를 가진 언론의 일원으로서 정확하고 공정한 보도를 통해 독자님의 올바른 판단과 의사소통을 돕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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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몇 년 동안 페이스북, 구글, 애플, 알리바바, 에어비앤비, 우버 등 세계에서 가장 성공한 기업들은 모두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통해 성공했다. 이 모델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생산자 그룹과 이를 필요로 하는 사용자 집단을 연결한다. 운영자는 이 두 집단 간의 상호 작용을 촉진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궁극적으로 거래를 활성화하여 플랫폼에서 수익을 창출한다.

한국의 많은 온라인 플랫폼은 세계적으로 성공한 플랫폼 기업들의 사례를 참고삼아 시장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영업 손실을 감수하고서라도 외연의 확장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이러한 경향은 최근 몇 년간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룬 당근마켓, 배달의민족, 쏘카, 마켓컬리, 크림, 지방 등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플랫폼 비즈니스?

플랫폼(platform)이라는 말을 흔하게 사용하지만, 사실 플랫폼의 의미를 정확히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다. '플랫폼'은 원래 기차 플랫폼이나 무대와 같은 물리적 공간을 설명하는 데 사용되던 용어다. 사전적 의미에서 플랫폼은 ‘기차역에서 승객이 열차를 타고 내리기 쉽도록 철로 옆으로 지면보다 높여서 설치해놓은 평평한 장소’를 뜻한다. 오늘날에는 특정 장치나 시스템의 기본 프레임워크 또는 사용자 간의 상호 작용을 촉진하는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를 설명하는 데 사용되고 있다.

애플이야말로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을 성공적으로 구현한 대표적인 기업이다. 지금으로서는 상상도 할 수 없지만 초창기 휴대폰 시장에서는 존재감이 없었다. 하지만 결국은 노키아, 블랙베리, 모토로라 등 주요 경쟁업체를 물리치고 스마트폰 시장의 지배자로 군림할 수 있었다. 애플은 앱 스토어라는 플랫폼 전쟁에서 승리함으로써 이러한 위업을 달성했다.

플랫폼 비즈니스의 성공은 네트워크 효과를 얼마나 잘 활용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네트워크 효과는 제품이나 서비스를 더 많은 사람이 사용할수록 그 가치가 높아지는 현상을 말한다. 사용자가 많을수록 플랫폼은 생산자에게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고, 더 많은 생산자를 끌어들일수록 사용자에게 더 높은 가치를 제공한다. 페이스북, 트위터, 인스타그램, 링크드인 같은 소셜 미디어 기업을 생각해보면 이해가 쉽다. 소셜 미디어 플랫폼은 더 많은 사람이 참여할수록 더 큰 연결망과 콘텐츠가 생성되기 때문에 그 가치가 높아진다.

네트워크 효과는 더 많은 사용자가 더 많은 사용자를 끌어들여 해당 플랫폼이 시장을 지배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 수 있다. 한 플랫폼이 우위를 점하게 되면 사용자들은 이미 기존 플랫폼에 투자한 상태이기 때문에 새로운 플랫폼으로 전환할 가능성이 낮아 경쟁자가 발붙이기 어렵다. 이러한 현상은 차량 공유나 홈셰어링과 같은 특정 산업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우버나 에어비앤비와 같은 기업은 강력한 네트워크 효과를 구축하여 업계의 대명사가 되었기 때문에 새로운 경쟁자가 들어올 여지가 거의 없다.

플랫폼 기업의 승자독식 구조는 긍정적인 효과와 부정적인 효과를 모두 가져올 수 있다. 긍정적인 측면에서는 사용자가 단일 지배적인 플랫폼의 혜택을 누리면서 보다 효율적인 시장으로 이어질 수 있다. 또한 기업이 시장 리더로서의 지위를 유지하기 위해 서비스를 혁신하고 개선하도록 동기를 부여할 수도 있다. 하지만 승자 독식은 부정적인 영향도 끼칠 수 있다. 경쟁이 부족해져 가격이 상승하고 서비스 품질이 낮아질 수 있다. 또한 지배적인 플랫폼에 도전할 경쟁자가 없는 경우 서비스를 개선할 강력한 인센티브가 없기 때문에 혁신을 저해할 수 있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사용자를 많이 확보할수록 배송비 등 기타 비용이 감소한다. 규모의 경제(economy of scale)효과다. 또한 수직계열화(vertical integration)전략을 통해 다양한 관련 분야에 진출한 플랫폼 사업자는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량 호출 서비스를 제공하는 플랫폼 사업자가 음식 배달 시장에 수직 통합하여 두 서비스를 모두 사용자에게 제공할 수 있다. 이를 통해 플랫폼 사업자는 규모의 경제를 활용하고 플랫폼 양쪽 모두에서 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 

수직적 통합은 비용 절감 외에도 플랫폼 사업자가 사용자에게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해준다. 플랫폼 사업자는 주력 서비스 또는 핵심 서비스를 통해 사용자를 확보함으로써 사용자가 유용하게 여길 수 있는 추가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이는 범위의 경제(economies of scope)를 창출하여 플랫폼 사업자가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비용 절감 및 기타 이점을 누릴 수 있게 해준다.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또 다른 장점은 확장성이다. 물리적 인프라와 유통망이 필요한 기존 비즈니스와 달리 디지털 기반 서비스는 사용자 수가 증가해도 추가 비용이 거의 발생하지 않는다. 이를 한계 생산 비용이라고 하며, 사용자 수가 증가함에 따라 더욱 감소한다. 물리적 인프라와 인력에 막대한 투자가 필요한 기존 비즈니스와 달리 플랫폼 비즈니스는 최소한의 추가 리소스로 빠르게 확장할 수 있다. 

즉 시스템 구축과 서비스 개발에 고정 비용이 매우 높지만 일단 서비스가 시장을 장악하기 시작하면 새로운 시장으로 빠르게 확장하고 큰 추가 비용 없이 새로운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일례로 일본의 전자상거래 플랫폼 기업인 라쿠텐(Rakuten)은 일본 최대의 인터넷 쇼핑몰인 라쿠텐을 운영하며 동시에 신용카드, 증권, 은행 등 금융ㆍ핀테크 서비스와 함께 여행 산업(라쿠텐 트래블)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마찬가지로 중국의 알리바바 또한 전자상거래로 사업을 시작해 핀테크, 동영상 스트리밍 등 여러 분야로 사업을 확장해오고 있다.

사실상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은 오늘날 경제에서 성공적인 기업의 표준 모델이다. 플랫폼 비즈니스는 생산자와 사용자를 연결하고 상호 작용을 촉진함으로써 거래를 활성화하여 가치를 창출하고 수익을 창출한다. 세상이 점점 더 디지털화됨에 따라 플랫폼 비즈니스 모델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고 있다.

마냥 순탄할 수 없는 플랫폼 기업의 성장

하지만 플랫폼 기업으로의 성장이 마냥 순탄하지만은 않다. 금융감독원 자료에 따르면 당근마켓의 매출은 2020년 118억원에서 2021년 257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하며 1억5,500만 건의 중고 거래가 이뤄지는 등 전국적으로 사용자 기반을 빠르게 확장하며 유니콘 기업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134억원에서 352억원으로 3배 가까이 늘었다. 이는 지난해 당근마켓의 영업비용이 매출보다 2배 이상 높았기 때문이다.

당근마켓은 우수 개발자를 유치하기 위해 높은 연봉을 제시하며 매출의 상당 부분을 인건비와 광고비로 지출했다. 지난해 네이버 스노우에서 분사한 중고 재판매 플랫폼 크림도 비슷한 성장 궤적을 밟으며 매출 대비 무려 19배에 달하는 운영비를 지출했다. 배달앱 시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배달의민족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의 매출은 2020년 1조3,035억원에서 2021년 2조8,770억원으로 두 배 가까이 늘었지만, 영업손실은 112억원에서 756억원으로 7배나 급증했다.

많은 플랫폼 기업이 적자 구조를 경영 전략이라고 말하지만, 수익성 전환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난관이 가득한 거시경제적 환경에 비추어 보면 아랫돌 빼서 윗돌에 올리는 격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국내 플랫폼 기업들은 국내 시장에 국한되어 있어 광고를 통한 수익 창출에 제약이 있는 만큼, 섣부른 수수료 인상은 사용자 이탈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일례로 올해 수익성 개선을 위해 수수료 체계를 개편한 한 배달앱은 배달 비용 상승으로 음식점 업주와 이용자 모두의 반발에 직면했다.

전문가들은 플랫폼 기업들이 장기간 지속된 적자 구조를 타개하기 위해 해외 진출, 사업 다각화 등 다른 개선 전략을 시급히 모색해야 한다고 제안한다. 코로나19로 인한 비대면 경제 특수로 많은 플랫폼 기업이 수혜를 입었지만, 코로나19 이전의 대면 경제로 돌아간다면 수요가 감소하면서 현재의 비즈니스 모델을 유지하지 못하는 기업이 많아질 수 있다. 

거대 플랫폼의 등장과 초거대화는 디지털 경제의 속성상 자연스러운 귀결이다. 성공적으로 플랫폼을 구축한 거대 플랫폼 사업자는 현재의 경쟁자를 축출할 뿐 아니라 잠재적 경쟁자의 시장 진입을 방해하거나 신규사업자를 인수해버린다. 2020년 12월에는 미국 연방거래위원회(FTC)와 46개 주가 페이스북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바 있다. 오랜 기간 경쟁자가 될 잠재력 있는 신생 정보기술(IT) 기업을 인수하는 약탈적 관행으로 소셜네트워킹의 독점을 부당하게 유지해 왔다는 명목이었다.

지배적인 사업자가 존재하는 시장에서 경쟁사의 등장 가능성 자체를 말살해버리려는 이러한 시도는 본질적으로 ‘자유시장 경쟁’이라는 자본주의의 근간을 위협할 수 있다. 현재 공격적인 마케팅과 외형 확장에 힘입어 국내 온라인 플랫폼이 급성장하고 있지만 동시에 상당한 영업 손실을 감수하고 있다. 넷플릭스, 아마존처럼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면 돈을 긁어모을 수 있겠지만, 과연 그들을 아마존과 넷플릭스처럼 성장할 수 있도록 우리 사회가 용인해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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