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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리저리 공만 넘기는 사회보장 개혁, 한국이나 미국이나 똑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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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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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나비의 날개짓이 지구 반대편에서 거대한 태풍을 일으킬 수 있다고 합니다. 작은 사건도 무관심하게 지나치지 않고 하나하나 신중하게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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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의 조 바이든 대통령이 메디케어를 강화하고 사회보장제도를 보호하기 위한 조치를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메디케어는 미국 정부에서 시행하고 있는 제도로 65세 이상의 노인이나 소정의 자격 요건을 갖춘 사람에게 건강보험을 제공하는 복지의 일종이다. 하지만 현재 각종 사회보장제도로 인해 미국이 부채에 시달린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공개되며 사회보장제도의 존속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설전을 벌이고 있다.

이는 비단 미국에서만 벌어지는 일이 아니다. 국내 역시 연금 개혁의 목소리가 높지만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부담이 상당하기에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과 야당의 입장 차이로 인해 아무런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보건복지부가 연금 개혁을 위해 지난달 재정추계 결과를 발표하며 기금소진 시기가 더 앞당겨질 것을 예고했지만 개혁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는 진행되고 있지 않다.

바이든, 메디케어 늘리겠단 말에 공화당 의원들 결사반대 나서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9일(현지 시각) 기자회견을 통해 메디케어와 사회보장제도를 강화하고 근로 가족을 위한 의료비를 낮추어야 한다고 의회에 촉구했다. 이에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 예산에 대한 삭감 논의 자체를 없애고,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에서 인슐린 상한선을 확대해 인슐린을 처방받는 모든 미국인이 한 달에 35달러 이상 지불하지 않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의 요구가 받아들여질 경우, 90,000명의 플로리다 주민들이 평균 476달러를 절약할 수 있게 되며 고령자들은 무료로 권장 백신을 맞을 수 있어 많은 이들이 수백 달러를 절약하게 된다. 이외에도 고령자의 본인 부담 처방 약 비용을 연간 2,000달러로 제한해 매년 치솟는 처방 약 가격에 부담을 느끼는 메디케어 수혜자들과 암 환자들에게 혜택을 주는 일명 ‘처방약법’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메디케이드(미국의 기초건강보험, 저소득층 대상으로 시행됨)와 메디케어의 보장 격차를 좁히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미국의 실제 재정 상황은 그리 녹록지 않다. 현재 미국 경제전문가들은 2010년 이후 사회보장국에서 매년 적자를 기록하고 있어 재무부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사용해 사회보장 대상자들에 급여를 지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는 결국 국가의 막대한 부채로 돌아올 것이며 그 부채는 국민들의 세금으로 다시 메워야 하는 악순환이 벌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공화당은 이런 상황에서는 사회보장 지출을 대폭 삭감해야 한다고 비판했다.

이에 공화당 의원들은 수년 동안 메디케어 등 사회보장 제도에 들어가는 지출을 삭감하고, 현 국가 주도 복지 프로그램 중 일부를 민영화하며, 사회보장 은퇴 연령 및 메디케어 자격 연령을 높이자고 주장해왔다. 마이크 리(Mike LEE) 공화당 상원의원은 사회보장제도의 “뿌리까지 뽑아서 없애야 한다”고 말했으며, 지난해 11월 공화당 상원의원의 2인자인 존 툰(John Thune)은 사회보장 및 메디케어 혜택을 삭감해야 한다고 선언했다. 지난주 공화당 하원의원들은 바이든 대통령의 기조와 반대되는 인플레이션 감축법을 폐지하는 법안을 도입하며, 제약회사에 보조금을 돌려주고 노인들의 처방 약 가격을 인상해 약 1,450만 명의 미국인들에 대한 세금을 인상해야 한다고 밝혔다.

국내 연금 개혁은 결국 제자리, 사실상 2024년으로 공이 넘어간 듯

미국의 복지제도 개선을 두고 공화당과 민주당이 의견차를 보이는 것처럼, 윤석열 정부의 3대 개혁과제 중 하나인 연금 개혁 논의도 공황 상태에 빠져 있다.

지난 9일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여당 간사인 강기윤 국민의힘 의원은 “지금은 국민연금 모수 개혁을 논의할 상황이 아니”라며 “국회는 장기적인 구조개혁안을 추진해나갈 것”이라고 밝혀 손을 떼어버렸다. 국민연금 기금 고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모수인 보험료율과 소득대체율에 대한 조정이 필수적인데, 내년 총선을 앞둔 상황에서 전국민적 반발이 예상되는 만큼 정치권에서 개혁 시기를 2024년 이후로 미룬 것이다.

대통령실 역시 여당의 의견이 다르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5월 국회 시정연설에서 연금 개혁을 1순위로 제시한 바 있지만 이후 대통령실과 여당 핵심 인사들의 정치적 부담을 의식한 듯 연금특위에 “연금 개혁은 내년 총선 이후 다수당이 되면 밀어붙일 테니 논의에 너무 속도를 내지 말아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결국 연금 개혁은 윤 대통령이 처음 강조했던 9개월 전으로 되돌아갔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미국 사회보장국 재정은 10년 넘게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앞으로도 개선될 여지는커녕 기적만 바라야 하는 처지이다. 국내 상황도 마찬가지다. 일부 전문가들은 국민연금공단에서 수익률 200% 이상의 투자 결과를 보여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 한 기금 고갈은 시간문제라고 평가했다. 당장에도 물가상승률로 인해 올해 연금 급여액을 올리자 기금 고갈 예상 시기가 2057년에서 2055년으로 2년 앞당겨진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연금 전문가들은 우리나라 국회와 대통령실에서 프랑스의 연금 개혁법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프랑스의 마크롱 대통령은 야당의 거센 반대에도 불구하고 재집권 5개월 만에 현재 62세인 정년을 2027년까지 63세, 2030년까지 64세로 늘려 수령 시점을 늦추는 연금 개혁안을 발표했다. 이 연금 개혁안에 프랑스 국민 70% 이상이 반대한다는 의견을 냈지만 그럼에도 밀어붙인다는 것이다.

미래세대를 위해 연금 개혁이 필수적인 상황에서 개혁에 적극적일 수 없는 국회에 논의를 맡긴 것이 윤 대통령의 패착이 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지금은 대통령과 정부가 연금 개혁을 주도하며 국회와 국민들을 설득하는 다소 극단적인 방법이라도 고려해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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