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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석유화학 역사상 최대 규모인 9조원을 투입하는 '샤힌 프로젝트'(Shaheen·아랍어 ‘매’)가 9일 기공식을 기점으로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날 기공식에 참석한 윤석열 대통령은 “한-사우디 경제외교의 대표적 성과인 샤힌 프로젝트가 바로 오늘 첫발을 내딛게 되었다”며 “(샤힌 프로젝트는) 일자리 창출과 지역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하는 것은 물론, 한국과 사우디의 협력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밝혔다.
윤 대통령은 또 “지난해 우리 기업에 대한 외국인 직접 투자는 사상 처음으로 300억 불을 돌파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외국인 투자기업들이 한국에서 마음껏 경영활동을 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글로벌 스탠다드에 맞지 않는 규제는 과감하게 개선하고, 대한민국을 세계 최고의 혁신 허브로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단일 사업 기준, 사상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
샤힌 프로젝트는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 세계 최대 규모의 정유·석유화학 스팀 크래커를 짓는 석유화학 사업이다. 주요 시설은 석유화학 기초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세계 최대 스팀 크래커, 원유에서 직접 석유화학 원료로 전환하는 신기술이 적용된 TC2C 시설, 플라스틱을 비롯한 합성수지 원료로 쓰이는 고부가가치 석유화학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 관련 설비들로 구성된다.
총 투자 규모 9조3,000억원에 달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단일 사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외국인 투자로, 지난해 11월 한-사우디 수교 60주년을 맞아 사우디아라비아 실권자이자 아람코의 대주주인 모하메드 빈 살만 왕세자 겸 총리가 공식 방한해 290억 달러 규모의 MOU와 계약을 체결할 당시 최종 확정됐다. 이후 신속한 투자 진행으로 4개월이 채 지나지 않은 9일에 기공식을 진행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이뤄냈다.
샤힌 프로젝트가 쏘아 올린 경제 효과
2026년 6월 샤힌 프로젝트가 완성될 경우 원유에서 추출되는 나프타 생산 수율을 3배가량 높여 산업원료를 최대치로 생산하는 최신 공정이 세계 최초로 상업화된다. 아울러 단일 설비 기준으로 세계 최대 규모이면서 세계 최고 수준의 에너지효율을 달성하는 석유화학 생산시설이 울산에 구축된다. 이를 통해 울산지역 에틸렌 생산능력을 2배 이상 확대시키고 인근 올레핀 하류시설 산업체에 모노머 제품을 배관을 통해 공급하게 됨으로써 지역 경제 부양은 물론 국내 석유화학 산업의 경쟁력 강화에 이바지할 것으로 보인다.
샤힌 프로젝트의 경제적 파급 효과는 울산지역은 물론 국내 제조 산업 전반에도 활력을 불어넣을 전망이다. 특히 건설 기간 최대 하루 1만7,000개의 일자리가 창출될 것으로 기대되며, 가동 이후에도 400명 이상 근로자를 상시 고용하는 등 3조원가량의 부가가치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추산된다. 이와 더불어 향후 우리나라 수출도 9억 달러 이상 증가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편 정부는 첨단 기술, 신(新)산업 전환, 공급망 안정을 위한 외국인 투자에 대해 인센티브를 강화하는 내용의 ‘외국인투자촉진법 시행령’을 올해 안에 개정할 계획이다. 아울러 지난 2월 산업부가 개최한 외국인 투자기업 간담회를 반기별로 정례화해 1년에 2차례, 정기적이고 지속적으로 소통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