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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방형 혁신과 AI·빅데이터 활용 신약개발 분야 R&D(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의 포석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R&D 투자 확대 ▲수출 강화 ▲인재 양성 ▲인프라 확대 등이 주요 과제다. 정부는 글로벌 6대 제약강국을 목표로 마라톤을 이어가겠다는 포부를 전했다.
융복합 인재 양성, 글로벌 제약강국의 시작
인재 양성은 우리나라의 제약강국 도약에 필요한 시작점이다. 인력이 없으면 기계조차 제대로 돌아가지 못하는 법, 제약계도 마찬가지다. 미국 등 외국도 인재 양성을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고 있다. 미국의 최고 약대로 평가받는 UCSF(University of California, SanFrancisco) 약대는 바이오제약 분야 최신 혁신 전략과 방법론, 수단을 신약개발 과정에 어떻게 접목할 것인가에 대한 이해를 위한 교육을 진행함으로써 제대로 된 인재 양성을 이뤄내고 있다.
이외 스위스의 경우 유럽 제약·바이오텍 메카인 바젤의 바젤대학(University of Basel)이 자체 개발한 유럽 최고권위의 제약과학 교육 프로그램인 ‘European Course inPharmaceutical Medicine’을 운영하고 있으며, 싱가포르는 정부 출연국가연구기관으로 국립 바이오공정기술연구소(BTI)를 만들어 바이오기업 취업희망자 대상 기업수요 맞춤형 바이오공정 인턴십 프로그램(BIP)을 운영하고 있다. 세계 각국이 제약·바이오 인재 양성을 위해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이다.
우리 정부도 세계 추세에 보조를 맞춘다. 복지부는 바이오의약품 수요 급증에 대응해 생산 전문인력 확충, 연구개발 및 규제과학 분야 융복합 인재 양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정부는 우선 K-NIBRT(인천 송도), K-BIO 트레이닝센터(충북 오송), 제약산업 미래인력양성센터(전북 정읍), 백신 GMP 전문실습시설(전남 화순) 등 합성·바이오의약품 생산인력 양성센터를 구축하고 5년 동안 관련 인재 16,000명을 양성할 계획이다. 글로벌 수준의 임상시험 전문인력과 백신 등 의약품 규제과학 전문가 13,000명도 5년간 양성할 계획이다.
임상 실무 역량을 갖춘 전주기 전문가 양성을 위해 중개임상, 초기·후기 임상시험, 해외 인허가 등 임상 단계별·분야별 전문인력을 훈련하고 동시에 분산형 임상시험 전문인력 등 임상시험 신기술 분야 인력도 양성한다. 규제과학 분야에선 규제 이해도와 안전성·유효성 등 평가 역량을 갖춘 석·박사급 인력을 600명 양성할 계획이다. AI·빅데이터 활용 신약개발 전문가 등 정보통신기술(IT)와 생명공학기술(BT)를 융합한 인재도 5년간 4,000명을 양성한다. 이를 통해 제약·바이오 산업의 디지털 융합 흐름을 따라잡겠단 구상이다.
범부처 컨트롤타워를 구축해 부처별 제약·바이오 인재 양성 사업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겠단 방침도 내놓았다. 그간 제약업계에서 컨트롤타워의 필요성을 적극 강조했던 점을 수용한 것이다. 정부는 컨트롤타워를 중심으로 제약·바이오산업을 포함한 바이오헬스 인재 양성 기본계획을 수립해 이행 상황을 점검할 예정이다.
규제 혁신 및 인프라 확충, CRO 지원이 핵심
규제 개선 및 인프라 확충에도 나선다. 제아무리 혁신적인 신약을 개발한다 한들 인프라가 제대로 확보되어 있지 못하면 큰 의미가 없다. 길이 있어야 마차가 달리는 법, 정부는 우선 길을 닦아 후발주자로서의 한국이 보다 쉽게 신약개발에 뛰어들 수 있도록 역량을 강화하겠단 방침이다.
특히 가장 신경 쓴 부분은 국내 CRO(Contract Research Organization, 임상시험수탁기관)에 대한 지원이다. CRO란 임상시험과 관련된 의뢰자의 임무나 역할의 일부 또는 전부를 대행하기 위해 의뢰자로부터 계약에 의해 위임받은 개인이나 기관을 뜻하는 말이다. 쉽게 말해 임상시험을 대신해주는 업체다. 인프라 확충을 위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 바로 CRO다. 신약개발 생태계를 아래에서 떠받들어주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간 국가임상시험재단 등 국가기관은 글로벌 임상시험 유치를 통한 글로벌 임상시험 환경 마련에만 방점을 둔 탓에 국내 CRO 육성 사업은 미진한 부분이 많았다. 정부는 이번 기회를 통해 CRO 산업에 대한 표준산업분류 지정 등을 추진함으로써 국내 CRO 지원 기반을 닦을 방침이다.
국가임상시험관리시스템도 2027년까지 60개 의료기관에 보급한다. 아울러 혁신 신약 연구개발 기업을 대상으로 미국·호주 등 해외사례를 벤치마킹해 인센티브를 강화하겠단 계획도 세웠다. 또 민·관 협의체를 구성해 분산형 임상시험 관련 제도 개선 및 지침을 마련함으로써 디지털 기술을 활용한 환자 중심의 분산형 임상시험도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 밖에도 ▲의약품 밸류체인별 인프라 강화 ▲국내 의약품 우선 구매 방안 검토 ▲백신 원부자재 성능 평가 지원 ▲기초기술 보급 등도 함께 진행한다.
규제 개선에도 발 벗고 나선다. 우선 급변하는 융복합 분야에 대응하기 위해 기초 R&D에서 제품화까지 전주기를 종합적으로 지원하는 국무총리 산하 디지털·바이오헬스 혁신위원회 설치를 추진한다. 신속한 연구개발 및 제품화를 위해 의약품 특성별 신속 허가 절차를 개선하고 품목분류위원회 운영을 통해 혁신기술 바이오제품에 대한 신속한 분류 및 허가 기준을 마련할 방침이다.
또한 필수의약품의 안정적인 공급을 위한 적정 보상 방안을 마련하고 환자의 신약 접근성을 높이기 위해 약제의 건강보험 등재 절차도 개선한다. 임상시험 글로벌 3위 달성을 위한 전략적 지원으로 소아, 만성질환자 등 임상시험 참여자 모집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1·2차 의료기관의 임상시험 참여 확대도 추진한다.
글로벌 제약강국으로의 도약 가능성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급성장에 급성장을 이뤄내고 있다. 우리나라와 글로벌 시장과의 격차는 크다. 지난해 글로벌 제약·바이오 시장은 1,600조원을 기록했으나 우리나라 시장 규모는 25조원에 그쳤다. 세계 시장의 1.5% 수준이다. R&D 측면에서도 상당 수준 밀리는 모양새를 보였다. 글로벌 10대 제약사가 82조원의 R&D 투자를 받은 반면 국내 10대 제약기업은 1.4조원에 그쳤다.
그러나 희망이 없는 건 아니다. 우리나라는 타 국가들의 뒤를 충실히 쫓아가고 있다. 지난해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코로나19 등 혼란스러운 상황을 이겨내며 2021년 대비 의약품 수출 규모 24% 성장을 이뤄냈다. 세계에서 세 번째로 코로나19 백신과 치료제를 모두 개발하는 데 성공한 나라라는 명예를 얻어내기도 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지원책과 명확한 방향성,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 이번 같은 정부의 강력한 지원 의지가 현장에 제대로 반영될 수만 있다면 우리나라도 글로벌 제약강국으로 충분히 도약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