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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개방형 혁신과 AI·빅데이터 활용 신약개발 분야 R&D(연구개발)에 집중 투자해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의 포석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K-바이오백신 펀드 1조원 조성 ▲해외 현지거점 확대 및 수출종합지원센터 설치 ▲관련 전문인력 양성 ▲혁신형 제약기업 인증제도 개선 등 내용을 발표하고 나섰다.
보건복지부는 지난 24일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서 제3차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지원 종합계획을 심의했다. 지난달 28일 발표된 ‘바이오헬스 신시장 창출 전략’의 후속 조치 격이다. 정부는 글로벌 블록버스터급 신약을 2027년까지 2개, 2030년까지 3개 창출하고 글로벌 수준의 제약바이오 기업은 2027년까지 3개, 2030년까지 5개 육성할 계획이다. 의약품 수출은 2027년 160억 달러를 달성해 2022년 대비 2배까지 늘리고, 제약바이오 산업 일자리는 2027년까지 15만 개, 2030년까지 18만 개 창출할 방침이다.
R&D 투자 확대, '글로벌 신약' 위한 발판
정부 차원의 R&D 투자는 신약 개발 및 글로벌 제약강국 도약을 위한 가장 기초적인 초석이다. 그러나 지금까지는 R&D 투자비조차 회수하기 어려운 낮은 보상체계 때문에 신약 개발 동기 부여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다. 글로벌 약제 강국을 만들겠단 포부만 밝혀 놓고 컨트롤타워도 세우지 않은 채 손만 놓고 있다는 정부에 대한 비판도 계속됐다. 이에 정부는 이 같은 비판을 딛고 완벽한 미래를 그리기 위해 보다 구체적인 계획 마련에 돌입했다.
정부는 우선 국제적으로 인정받는 신약을 10개 개발할 것을 목표로 총 5년간 민·관 R&D에 25조원을 투자한다. 감염병·희귀난치질환 등 글로벌 국난을 해결하기 위한 혁신적 R&D 추진에서 나설 예정이며, 범부처 협의체를 통해 제약·바이오 분야 차세대 유망 10대 신기술도 발굴한다.
백신 주권 확보에도 나선다. 정부는 미래 팬데믹에 대비해 백신을 초고속으로 개발하기 위한 차세대 백신 플랫폼 R&D를 지원할 방침이다. 또한 임상시험 인프라 및 환자 모집 역량을 갖춘 의료기관 간 컨소시엄 구성을 지원하는 등 임상시험 가속화 체계를 구축함으로써 백신 주권 확보에 더욱 열을 올린다.
AI 신약개발플랫폼 고도화를 통한 협업 R&D 활성화도 꾀한다. 보건복지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협업하여 치매·파킨슨 등 고령화에 따른 난치성 뇌 신경계 질환의 극복을 위한 R&D 지원을 강화, 임상시험 신청까지 성과를 창출할 수 있도록 수요기업 매칭 등 활용성을 제고한다.
'한국형 로제타폴드' 구축도 구상됐다. 로제타폴드란 수 분에서 수 시간 내에 단백질 구조를 해독하는 AI로, 정부는 한국형 로제타폴드를 구축함으로써 차세대 항체의약품 개발 및 항체 설계를 더욱 신속히 이뤄낼 방침이다. 또한 연합학습 모델을 기반으로 다기관에 분산된 보건의료 데이터 등 민감 정보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는 ‘K-MELLODDY’ 사업도 병행해 진행한다.
블록버스터급 혁신 신약 개발을 위한 대규모 펀드 조성
제약업계에서 꾸준히 제기됐던 메가펀드 조성 및 금융지원 확대도 이뤄진다. 그간 제약업계는 신약 개발에 대한 투자 규모 확대가 신약 개발 실현의 필요충분조건임을 강조해왔다. 이와 관련해 여재천 한국신약개발연구조합 사무국장은 "지금 우리나라는 마라톤 42.195km 중 40km 구간"이라며 "나머지를 주파하느냐 마느냐의 여부가 제약·바이오 메가펀드 조성에 달렸다"고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실제 미국에선 혁신신약 개발을 위해 평균 15년 이상의 시간과 3조원 이상의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결국 신약 개발에 있어 가장 큰 단계는 가치창출이다. 그러나 임상개발 후 가치창출을 이뤄내기 위해선 막대한 자본력이 필수다. 정부 차원의 과감한 투자가 필요하다는 이유가 바로 이것 때문이다. 물론 지금까지 정부도 마냥 방관만 하고 있었던 건 아니다. 그간 정부는 국가개발신약업단을 조성해 약 1조5,000억원, 민간투자를 포함해 2조2,000억원 규모의 지원을 이어왔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 미국은 하나의 신약을 개발하는 데만 평균 3조원 이상의 투자를 쏟아붓고 있다. 우리나라의 지원 수준은 글로벌 시장과 비교했을 때 턱없는 수치인 것이다.
정부는 이 같은 목소리에 발맞춰 앞으로 블록버스터급 혁신 신약 개발 및 수출 확대를 위한 임상시험, M&A 활성화 등에 적극적으로 투자할 수 있는 대규모 정책 펀드를 조성하기로 했다. 이에 지난해부터 조성 추진 중인 ‘K-바이오백신 펀드’를 1조원까지 확대하고 기존 펀드의 성과 분석을 토대로 대규모 펀드를 추가 조성할 예정이다.
‘K-바이오 랩허브’도 구축한다. 국내 바이오클러스터(18개)와 연계한 ‘K-바이오헬스 지역센터’ 확대를 추진해 창업 기업의 R&D부터 사업화까지 맞춤형 종합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겠단 방침이다. 또한 오송·대구경북 첨단의료복합단지 내 제약바이오 창업기업 대상 기술사업화 실증 지원을 위한 사무·실험·생산 인프라 확충에도 나설 계획이다.
외국 규제기관과의 협력 확대
미국 바이오 행정명령 등 주요국의 자국 산업 보호주의에는 적극 대응키로 했다. 정부는 자국 산업 보호주의가 국내 기업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을 사전에 차단하고 기업의 미국 진출 기회 확대를 위한 전략을 마련한다. 실제로 정부는 이를 위해 행정명령 발령 직후부터 관계부처와 협의체를 구성해 긴밀히 협의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국내 의약품 수출을 활성화하기 위해 우리나라에서 허가된 의약품을 수입국에서 간소한 절차로 허가하도록 하는 등 외국 규제기관과의 협력을 확대해 나가겠다고도 밝혔다. 앞으로 의약품실사상호협력기구(PIC/S) 회원국과 수출 의약품에 대한 GMP 상호면제 협력을 확대하고 세계보건기구(WHO) 인증 우수규제기관(WLA) 등재를 통해 동남아·남미 등에서 수출 허가를 신속하게 받을 수 있도록 지원할 예정이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글로벌 시장 규모는 점차 커질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실제 국제적으로 제약·바이오 산업이 2020년 기준 1,540조원에서 2030년 2,130조까지 연평균 6.4% 성장할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제약·바이오 산업은 이에 비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국내 기술이 바깥으로 수출된 건수는 2021년 13조원 총 33건뿐이었으며, 국내 신약 34개 중 FDA 허가를 획득한 품목은 단 3개에서 그쳤다.
그러나 희망은 있다. 국내 제약·바이오 산업은 글로벌 도약을 위한 분수령에 서 있다. 이제는 목표만 잡을 것이 아니라 완주까지 해내야 할 때다. 이를 위해선 자본과 기술, 역량이 모두 필요하다. 정부의 제약강국 도약을 위한 노력은 위 내용으로 끝이 아니다. 인재 양성, 인프라 확대까지 계획 중에 있다. 정부가 목표로 두고 있는 글로벌 6대 제약강국, 마냥 허상만은 아닐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