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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중앙은행장이 ‘제11차 연간 노르딕 AAA 세미나’에서 기후 변화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잠재 위험을 진단하고, 이러한 위험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기업의 기후 관련 재무 데이터의 투명성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한편 재무부를 대신해 덴마크 중앙은행이 발행한 '녹색 채권'은 동일 만기 기존 일반 채권보다 더 높은 만기수익률을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덴마크 중앙은행, 경제적 타격 최소화하며 2050년까지 ‘완벽 탄소 중립’ 위해 나아가기로
지난 11일(현지 시각) ‘제11차 연간 노르딕 AAA 세미나’에 참석한 시그네 크러스트럽(Signe Krogstrup) 덴마크 중앙은행장은 기후 변화에 대한 금융 당국의 대응 현황에 대해 설명했다. 시그네 중앙은행장은 “금융 당국은 기후 변화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 전환이 덴마크 경제 전반에 미치는 위험을 분석하고 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것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전했다. 이는 작금의 ‘탄소중립정책’이 필수 원자재 생산을 가로막으면서 되레 유럽권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상황을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또한 그는 “현재 덴마크 중앙은행의 목표는 에너지 체제 전환 과정에서 재정적 안정성을 유지하는 것”이라며 “이는 기업 입장에서도 장기적 관점의 신재생에너지 사업 계획 수립을 가능케 한다”고 전했다. 이어 “현재 파리 협정에 따라 2050년까지 탄소 순 배출량이 0이 되는 탄소중립 사회로의 이행을 위해 재무 포트폴리오를 새롭게 재구성하고 있다”며 한편으로는 “재무부를 대신해 녹색 국채(green government bonds)를 관리하고 있다”고 밝혔다. 여기에는 재무부 자금 및 증권 관리, 채권 발행 전략 수립 등이 포함된다.
기후 변화·신재생에너지 위험 관리 위해서는 기업 측면의 투명성 중요
기후 변화는 일반적으로 급격한 가격 변동과 금융 시장 불안정성을 초래한다. 예컨대 폭염 및 가뭄은 작물 수확량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주며, 이는 농산물 생산량 감소로 이어져 국가 전체에 부정적 파급 효과를 미친다. 또한 홍수는 담보 부동산 가치를 감소시켜 주택담보대출 시장 침체를 불러오기도 한다.
‘녹색 사회’로 이행되면서 새롭게 생겨나는 문제도 존재한다. 녹색 전환이 상당 부분 진전된 덴마크의 경우 ‘탄소중립정책’이 필수 원자재 생산을 가로막으면서 되레 유럽권 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또한 덴마크는 태양열 및 풍력 의존도가 높기 때문에 예상치 못한 기후 변화에 따라 에너지 공급이 천차만별로 달라져 물가 단기 변동성이 커지기까지 한다. 일각에서는 탈석탄화로 인한 석탄 산업 관련 ‘좌초자산’ 위험에 대응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석탄 발전 투자 규모가 줄어들면서, 관련 인프라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는 은행 시스템 전반에 상당한 타격을 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덴마크 금융 당국은 위와 같은 기후 변화 및 신재생에너지 사업의 잠재적 위험을 분석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고 밝혔다. 시그네 중앙은행장은 “당국 차원에서 녹색 전환이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과 좌초 자산이 은행 시스템에 가할 수 있는 위험을 분석하는 데 대부분의 리소스를 투여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덴마크 중앙은행은 기업들이 더 자세한 데이터를 제공할수록 기후 관련 위험 예측의 정확도를 제고할 수 있다는 판단하에 기업의 친환경 관련 재무 데이터 투명성에 대한 표준을 수립하고 있다. 이에 대한 본보기로 덴마크 중앙은행은 지난 3월 연례 보고의 일환으로 기후 관련 재무제표를 공시하기도 했다. 이는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된 주식 및 회사채뿐만 아니라 정부 및 지역 당국이 발행한 채권도 포함된다. 해당 공시에 따르면 신재생에너지 관련 자산은 2022년 말 기준 500억 크로네(약 9조6,000억원) 또는 덴마크 총외화보유액의 10%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만 전문가들은 공시된 수치의 해석에 주의를 당부했다. 현재 기후 관련 재무 데이터 공시 기준은 당국 차원에서 개발 중에 있기 때문에 해당 자료를 전적으로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공시 기준은 ‘기관’ 한정으로 이루어지는 만큼, 개인 투자자가 관련 자산을 발행·구매·판매할 때 실제 온실가스 배출량에 미치는 영향을 반영하지는 못한다.
이어 덴마크 중앙은행은 자국 외화보유고 내 탄소 관련 자산 보유 내역을 발표했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탄소 관련 국채 보유량은 2021년 대비 2022년 소폭 감소했다. 이는 기후와 무관한 보유 채권 비중을 줄였다는 것을 의미한다. 마찬가지로 기후 관련 ETF 보유량도 2021년 대비 2022년에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는 덴마크 금융 당국이 파리협정에 따라 기존보다 기후 관련 ETF 비중을 높였기 때문으로 해석된다.
덴마크 '녹색국채' 만기수익률, 동일 만기 일반 국채보다 높아
한편 시그네 중앙은행장은 ‘녹색 채권’ 시장이 지난 몇 년 동안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여전히 작은 비중을 차지한다고 밝혔다. 발표된 자료에 따르면 실제로 녹색 채권 비중은 지역·발행자와 무관하게 2022년을 제외하고 모두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으나, 전체 채권 시장의 약 3%로 여전히 작다. 이와 관련해 시그네 중앙은행장은 "정부와 협업하여 2023년 말까지 녹색 채권 비중을 전체 채권 시장의 약 15%까지 확대하겠다"고 역설했다.
전문가들은 이러한 덴마크 금융 당국의 공격적인 녹색 채권 발행의 이유를 두 가지에서 찾는다. 첫 번째는 투자자들 간 최근 지속 가능 사업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녹색 금융 시장’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두 번째는 정부 발행 채권의 다양화를 통해 투자자의 풀을 확대하고, 녹색 자산에 대한 수요를 증가시키기 위해서라는 분석이다. 시그네 중앙은행장은 “우리는 녹색 시장 발전을 모니터링하고 투자자 커뮤니티의 관련 요구 사항 및 기대를 반영하기 위해 꾸준히 채권 세부사항을 업데이트하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아울러 시그네 중앙은행장은 올해 말까지 100억 크로네(약 1조2천억원)가량의 녹색 채권을 추가 발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앞서 덴마크 금융 당국은 작년 150억 크로네(약 2조8천억원)을 발행한 바 있다.
현재 10년 만기 덴마크 녹색 채권은 기존 동일 만기 일반 국채보다 높은 만기 수익률의, 3~4bp(베이시스 포인트)의 ‘그린 프리미엄’이 존재한다. 처음 녹색 채권이 발행된 2022년 1월의 경우 압도적인 수요와 함께 5bp의 프리미엄을 기록했다. 이는 다른 유럽권 녹색 국채보다 높은 수치에 해당한다. 이후 그린 프리미엄은 1~5bp를 움직이면서도 기존 국채보다 높은 만기수익률을 나타냈다.
여기에 더해 덴마크 중앙은행은 녹색 국채 발행을 통해 유치한 자금 사용 내역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있다. 올해 발표된 2021년 덴마크 녹색 국채 지출 보고서에 따르면, 중앙 정부는 덴마크에서 탄소 배출량이 가장 많은 두 부문인 운송 및 에너지에 자금 투입을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