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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알이 12억원 규모의 프리 시리즈 A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고 6일 발표했다. 베스트알은 작년 초 설립된 텅스텐 재활용 기술기업으로, 이는 설립 이후 1년 반만의 쾌거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작년 말 시드 투자에 이어 미래에셋벤처투자, BSK인베스트먼트, 포스코기술투자, 동일산업 등 유수의 벤처캐피탈(VC)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했다.
환경친화적이고 저렴한 텅스텐 재활용 신기술
텅스텐은 코발트, 리튬, 니켈, 망간과 함께 5대 필수 광물 중 하나다. 단단하고 밀도가 높아 4차 산업과 반도체 산업의 핵심 광물로 꼽힌다. 스마트폰을 비롯해 전기자동차, 첨단무기 등을 생산할 때 반드시 필요하다. 문제는 반도체 선두 국가인 대한민국에 있어 중요한 광물임에도 수입 의존도가 압도적으로 높다는 점이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2021년 9월 기준 텅스텐의 주원료인 산화텅스텐의 대(對)중국 의존도는 무려 94.7%(5,675억 달러)에 달했다.
이런 가운데 베스트알이 대중국 의존도를 줄일 수 있는 신기술을 개발해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폐초경금속에서 텅스텐을 정제하는 기술로 일명 ‘도시광산’을 실현하는 특허를 출원한 것이다. 해당 기술을 활용하면 시장에서 요구하는 99.9% 이상 A급 순도의 안정화된 텅스텐을 국내에서 생산할 수 있다.
세계 텅스텐 시장 규모가 오는 2025년 85억 달러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됨에 따라 텅스텐 수입도 계속 증가세다. 하지만 그와 함께 텅스텐 폐기물도 늘어난다. 베스트알은 텅스텐 폐기물에 주목했다. 대부분 해외로 폐기물을 수출하고 그곳에서 재활용 공정을 통해 다시 텅스텐을 추출한다. 이러한 공정에서 발생하는 암모니아는 환경 오염의 주원인이자 정련 비용 상승 및 텅스텐 순도 저하의 원흉으로 꼽힌다. 이에 베스트알은 암모니아를 사용하는 기존의 건식 및 습식 정녕 공정과 달리 암모니아가 없는 결정화 공정을 개발해 고순도의 균일한 구형의 분말 제조에 성공했다.
또한 이온교환탑과 증류탑 등의 특수 시설이 불필요하기 때문에 비용을 50% 절감하면서 온실가스 배출량은 3분의 1 수준으로 줄일 수 있었다. 드릴 비트와 같은 일상적인 폐기물을 재활용해 텅스텐을 추출하는 만큼 원료 수급 비용도 저렴하다. 베스트알은 이번 투자 유치를 통해 준양산설비를 구축할 수 있게 됐다. 이를 통해 기술 고도화 및 다양한 기업과의 지속적인 협업을 추진한다는 방침이다. 나아가 코발트 등 다른 원료를 추출하기 위한 연구도 확대할 계획이다.
신정민 베스트알 대표는 “폐초경금속에는 텅스텐뿐 아니라 고함량의 코발트가 들어있어 이를 통해 코발트 원료도 추출하려는 후속 연구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며 “코발트는 이차전지의 주요한 원재료가 될 수 있고 수입에 의존하는 우리나라의 실정에 보탬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국내 광산 있지만, 캐나다 소유
한편 지난해 캐나다 광산업체 알몬티가 30년 만에 강원도 영월에 위치한 상동광산에서 텅스텐 채굴을 재개했다. 중국에 90%를 의존하는 텅스텐 광산이 한국에 존재하고 있다니 의아한 사실이다. 바로 상동광산이 알몬티의 소유기 때문이다. 게다가 완제품은 미국에서 제조되고 있다는 점도 자못 당혹스러운 대목이다. 어쩌다 이런 상황이 됐을까.
알몬티는 2015년 강원도 영월의 상동광산 채굴권을 획득한 이후부터 광산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르면 올해부터 대량 생산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보통 광산의 경제성은 크게 매장량과 품질을 기준으로 결정한다. 상동광산은 이 두 가지 기준 모두 수준으로 알려졌다. 여러 국제 공인 자원 전문 평가기관을 통해 확인된 상동광산의 텅스텐 매장량은 약 5,800만 톤 이상이다. 이는 약 90년 이상의 광산 수명(Life of Mine)을 의미한다. 중국 텅스텐 광산의 평균 품질이 0.18%인 데 비해 상동광산의 품질은 0.45~0.5%로 세계 평균의 약 2.5배가 넘는 최고 수준으로 꼽힌다.
상동광산은 1916년에 처음 설립돼 60년대와 70년대에 전성기를 누렸다. 국영기업인 대한중석이 상동광산에서 채굴한 텅스텐은 한때 전체 한국 수출의 70%를 담당하며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17%를 차지하기도 했다. 그러나 1980년대 중국이 시장에 텅스텐을 쏟아내기 시작하면서 텅스텐 공급량이 급증, 가격이 폭락했다. 경쟁력을 잃은 상동광산은 결국 1992년 생산이 중단됐다. 대한중석이 보유하고 있던 광산 운영권도 2015년 알몬티로 넘어갔다.
알몬티는 한국에 불순물 제거 시설을 설립해 정광을 생산하고, 제련 공정은 펜실베이니아 동부에 있는 제조·판매 회사인 GTP에 맡길 계획이다. 즉 광석은 한국산이지만 완제품은 미국산이다. 이는 중국산 요소수 사태처럼 만일의 경우 텅스텐 수입이 막혀 국내 채굴 텅스텐을 사용하려 해도 사실상 우리에게 '텅스텐 자원 주권'은 없다는 의미다.
중국의 지배력과 순환 경제적 해법
역사적으로 한국은 대표적인 텅스텐 수출국이었다. 유엔 자료에 따르면 한국은 1944년에 7,402톤의 텅스텐을 생산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전 세계 텅스텐 생산량의 약 10%를 차지했다. 그러나 중국이 저가의 텅스텐을 수출하기 시작한 1990년대에 국내 광산 대부분이 문을 닫았다.
오늘날 중국은 전 세계 텅스텐 매장량의 60%를 보유하고 있으며 세계 수요의 약 82%를 공급하는 등 글로벌 텅스텐 산업을 확고히 장악하고 있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는 막대한 규모의 산화텅스텐 수급을 중국 수입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형국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한국의 텅스텐 대중 수입 비중은 2020년 98.3%, 2021년 92.6%, 2022년 82.9%다. 점차 감소하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상당한 수준이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 정세가 어수선해지며 원자재 가격이 치솟는 가운데, 30년 만에 국내 텅스텐 생산이 재개된 사실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중국과 적대적 관계인 서방으로서는 자원 수입 다각화를 추진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한국도 마찬가지다. 2017년 기준 세계 4위의 자원 순 수입국인 한국은 수출용 제품 생산 원료를 거의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만큼 자원 공급 안정성은 경제 안보와 직결되는 중대한 사안이다.
한국은 이미 21년도 요소수 대란으로 대외 의존의 쓴맛을 본 경험이 있다. 당시 뼈아픈 교훈을 얻은 정부는 균형 잡힌 공급망을 유지하기 위해 200개 이상의 경제안보 핵심품목을 선정했으며, 이 중 텅스텐은 ‘20대 우선관리 품목’으로 지정했다. 요소수와 마찬가지로 텅스텐 공급을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사실은 한국이 자체 텅스텐 제련 시설을 보유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준다.
업계와 학계에선 전략광물 확보 차원에서 정부의 적극적 대응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실제 산업통상자원부 산하 희소금속산업기술센터에 따르면 텅스텐은 마그네슘과 함께 '자립가능형' 국가전략희소금속으로 분류돼 있다. 광물자원이 존재하는 데다 중간소재산업 기반도 이미 형성돼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업계·학계 모두 텅스텐 주권 확보의 마지막 퍼즐로 제련산업을 꼽는다. 하지만 막대한 비용과 허가 절차, 환경 영향 등 넘어가야 할 장애물이 산적해 있어 당장 실행하기는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 의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