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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아세안 ‘신남방 시장’ 판로 개척을 위해 이달 1일부터 인도와 태국을 방문한 김동연 경기도지사가 6박 8일간의 일정을 마치고 8일 귀국했다. 김 지사는 인도국제전시컨벤션센터(IICC) 개장 상황 점검, 벵갈루루 경기비즈니스센터(GBC) 설립, 1,100만 달러 규모 계약을 체결한 지페어 아세안+ 지원 등 성과를 냈다.
김동연, 인도·태국 방문해 수출 활로 모색했다
김 지사는 우선 인도국제전시컨벤션센터(IICC·India International ConventionExpo Centre) 개장 준비를 살폈다. IICC는 킨텍스가 지난 20년간 운영권을 수주한 인도 정부의 핵심 마이스(MICE. 국제회의·전시회·박람회 등을 열어 대규모 관광객을 유치하는 산업) 프로젝트다. 김 지사는 현장에서 "(개장을 앞둔) 9월에 G20 서밋(Summit·정상회의)이 열리는데, 윤석열 대통령이 이곳에 방문해 주셔서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고 언급했다.
김 지사는 ‘2023 지페어(G-Fair·대한민국우수상품전)아세안+’에도 참석했다. 경기도지사로서는 처음으로 현지 행사에 참석한 것이다. 이 자리에서 김 지사는 태국 부총리에게 '일일 영업'을 하며 지원사격에 나서기도 했다. 그 결과 온라인(인도, 베트남, 말레이시아)에서 기업 120곳과 바이어 160곳이 연결돼 상담 365건(9,910만 달러·약 1,291억원)이 진행됐으며, 이중 221건(4,290만 달러·약 559억원)이 실제 계약으로 이어졌다. 오프라인(태국)에선 기업 107곳과 바이어 3,057곳(참관 기준)이 연결돼 상담 3,482건(1억2,200만 달러·약 1,589억원)이 진행됐다. 이중 계약 추진은 1,398건(4,477만 달러·약 582억원), 계약 체결은 9건(1,091만6,000달러·약 142억2,000만원)이 진행됐다.
태국 방문 자리에서는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기도 했다. 김 지사는 식음료를 전문으로 수입하는 태국의 A사를 발굴해 앞으로 장기적인 거래와 협력 관계를 유지하기 위해 MOU를 맺었다. 대용량 텀블러를 전문 제조하는 G사의 전체라인 제품에 대해서는 태국 내 대형 백화점과 협업해 내년 5월 G사의 입점을 추진하기 위한 관련 논의도 진행했다.
올해 초 미국에서 해외 투자 유치를 위한 길을 열었듯, 이번엔 동남아 및 인도로의 수출길도 열어 전반적인 바운더리를 넓히겠다는 게 김 지사의 목표다. 김 지사는 "두 번째 해외 출장, 경기도는 더 커지고 있다. 지난 미국·일본 출장에서 ‘경기도 안으로(Inbound)’ 투자를 유치했다면, 이번 출장은 ‘경기도 밖으로(Outbound)’ 기업의 수출과 해외 진출을 지원했다”며 "인도에서는 국내 전시산업 최초로 해외로 진출한 ‘IICC’ 현장을 둘러봤고, 태국에서는 ‘지-페어(G-fair)’ 행사로 1,090만 달러 상당의 수출계약이 성사됐다"고 힘줘 말했다.
무역적자 250억 달러 육박하는 韓
최근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중국 수출이 흔들리며 누적 무역적자가 250억 달러에 육박하고 있다. 특히 우리나라의 최대 무역흑자국이던 동남아, 베트남 수출도 30% 가까이 빠지며 큰 위기 상황을 맞았다. 3월 관세청에 따르면 이달 무역적자는 63억2,300만 달러였으며 수출액은 1년 전보다 17.4% 줄어든 309억4,500만 달러였다.
특히 지난해 최대 무역흑자국으로 부상한 베트남에 대한 수출은 1년 전 대비 28.3%나 감소했다. 올해 들어 대(對)베트남 무역흑자는 45억8,300만 달러로 1년 전(83억9,500만 달러) 대비 반 토막이 났다. 우리나라 제조 기업의 반도체·무선통신기기·디스플레이 공장이 있는 베트남 시장의 특성상 이들 업종의 부진이 영향을 준 것으로 풀이된다.
물론 대동남아 수출이 모든 종목에서 적자를 기록한 건 아니다. 오히려 화장품 수출에 있어선 2년 연속 10조원대 흑자를 달성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 화장품 수출 실적은 10조2,751억원(약 80억 달러)로 집계됐다. 이는 전년 대비 2.2% 감소한 수치지만 2년 연속 10조원을 상회한 정도다. 이 같은 수출 실적은 프랑스, 미국, 독일에 이어 세계 4위 규모로 2020년과 2021년 기록했던 3위와 비교해선 한 계단 내려왔지만 여전히 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순위다.
뷰티 시장만으론 살아남기 힘들어, 다양한 활로 찾아가야
그러나 화장품 시장 하나만으로 동남아 시장을 뚫어내기란 쉽지 않은 만큼 독보적 '기술'이 필요한 시점이다. '방산' 기술도 대표적인 예시 중 하나다. 최근 동남아와 중국의 분쟁은 날이 갈수록 심각한 수준에 이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중국과의 분쟁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동남아 내 우리나라의 방산 기술의 가치는 더욱 높아질 것이라 전망한다.
지난 6월에는 윤석열 대통령이 베트남 순방에서 직접 베트남에 국내 방산 업체들의 무기 수출을 타진하기도 했다. 국내 업체들 역시 베트남을 비롯한 동남아 지역에 수출 활로가 열리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특히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K9 자주포 수출에 기대를 걸고 있다. 실제 베트남이 K9 자주포에 관심을 가진 바도 있다. 지난 3월 판 반 쟝 베트남 국방장관은 방한 기간 중 한화에어로스페이스를 방문해 우리 육군에 실전 배치된 K9 자주포를 둘러봤다. 당시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베트남에는 지난 2015년 장갑차를 수출했던 사례는 있지만 자주포 수출 가능성은 처음 열린 셈"이라며 "이번 대통령 국빈 방문이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가감 없이 표출했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의 수리온 수출 가능성도 높다. 베트남의 헬기 수요를 확인한 KAI는 현재 물밑 교섭을 통해 기종 적합성을 확인하는 단계를 거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베트남 정부는 향후 5~7년 안에 20억 달러(약 2조6,140억원) 상당의 국방 예산 중 일부를 군용 헬기 구매에 쓸 방침이다. KAI는 신흥강국 베트남 수출을 위해 전력을 다하고 있다.
김 지사가 인바운드와 아웃바운드를 모두 뚫겠다 자신한 만큼, 다양한 기술 상품 수출에 대한 활로도 보다 적극적으로 모색해 나가야 한다. 글로벌 경기 상황이 나빠지면서 당분간 수출 여건은 지속적으로 어려울 전망이다. 뷰티 시장만으로 살아남긴 어렵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수출 여건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인 만큼 다양한 수출 활로 모색에 대한 중요도를 더욱 높여 나가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