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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변 특화 단지' 내세운 압구정 신통기획, '한강 르네상스'의 꿈 이룰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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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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압구정 한강변 스카이라인 계획안/사진=서울시

서울 강남구 압구정 일대가 재건축을 통해 1만1,800가구 규모의 ‘수변 특화 단지’로 변신한다. 10일 서울시는 “한강변 주거의 패러다임을 바꿀 압구정 2~5구역 재건축 사업에 대한 신속통합(신통)기획안을 확정했다”고 밝혔다. 신통기획은 서울시와 민간이 정비계획안 초안을 함께 만드는 제도다.

한편 일각에서는 이번 압구정 신통기획이 세빛섬 등으로 대표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프로젝트' 일환이라는 의견이 나온다. 오 시장이 침체하기 시작한 건설업 경기를 대규모 정비 사업으로 부양함과 동시에, 잡음 끝에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던 세빛섬의 '한강 르네상스'를 다시금 실현하고자 한다는 분석이다.

아파트 높이 규제 완화, 한강변 '파노라마 경관' 구상 

현재 압구정동은 미성·현대·한양아파트 등 8,500가구가량이 6개 구역으로 나뉘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 중 압구정 2~5구역이 재작년부터 서울시 신통기획에 참여했다. 서울시는 “압구정 2~5구역이 하나의 도시로서 경관, 보행, 녹지, 교통체계가 일관성을 지니도록 종합계획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먼저 서울시는 부채꼴로 펼쳐진 압구정의 특징을 고려, 단지가 한강변 '파노라마 경관'을 형성하도록 높이 규제를 없앴다. 이번 신통기획안에는 압구정 아파트의 최고 층수를 50층 안팎으로 설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창의적이고 혁신적인 디자인을 도입하면 높이 규제가 한층 완화된다. 아울러 압구정3구역 재건축 조합의 압구정~성수 보행교 신설 제안을 수용, 강북에 있는 성수와 강남에 있는 압구정을 하나의 생활권으로 연결할 예정이다.

구역별로 특화된 수변 거점도 조성한다. 압구정 2구역은 수변 커뮤니티 시설을 보유한 ‘여가 거점’, 압구정 3구역은 덮개 시설을 활용한 ‘문화 거점’, 압구정 4·5구역은 조망데크공원을 설치한 ‘조망 거점’ 역할을 각각 수행할 예정이다. 덮개공원, 조망데크공원 등은 올림픽대로로 인해 단절된 한강변 생활권의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설계 방안이다.

다양한 근린생활시설과 주민 공유 시설도 배치한다. 한강변 수변 거점과 연결되는 구역별 남·북간 보행축에는 연도형 상업시설, 주민공동시설, 생태녹지 등이 함께 들어설 예정이다. 동·서 방향으로는 압구정로를 따라 근린생활시설과 공원이 교차 배치되도록 설계했다.

세빛섬에서 좌절된 '한강 르네상스'

이번 압구정 재건축은 서울항 조성, 수상택시, 세빛섬(구 세빛둥둥섬) 등으로 대표되는 오세훈 서울시장의 '한강 프로젝트' 일환으로 풀이된다. 특히 세빛섬은 한강 반포대교 남단에 떠 있는 2만382㎡ 규모의 수상 인공섬으로, 이번 압구정 신통기획안과 유사하게 서울 시민들을 위한 복합수상문화공간이자 일종의 랜드마크로 설계됐다.

세빛섬 조성 사업은 2009년 964억원 규모 민간 자본을 기반으로 본격 시행됐다. 시행사 (주)플로섬이 30년간 운영한 뒤 서울시에 기부채납하는 민자유치(BOT) 방식이었다. 하지만 완공 이후 운영사 선정을 둘러싼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 서울시가 2012년 세빛섬 조성 사업을 둘러싼 감사를 진행했고, 법적 절차를 무시한 불공정 계약 등 문제가 확인됐다.

야간의 세빛섬 전경/사진=세빛섬 홈페이지

세빛섬 사업은 공유재산 취득 절차를 어겼다는 비판을 받았다. 선 무상사용 후 기부채납 방식으로 특혜를 받았다는 것이다. 협약이 2차례 바뀌면서 총사업비가 662억원에서 1,390억원으로 불어나고, 무상 사용 기간이 20년에서 30년으로 연장되며 사업자에게 부당한 이익이 돌아갔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연간 하천 준설비가 10배가량 부풀려진 사실도 적발됐다.

이에 따라 관련 공무원 15명이 징계를 받았으며, 사업자에게는 운영 지연에 따른 보상금 92억원이 부과됐다. 이후 서울시는 사업 정상화를 위해 운영사 선정에 착수했으며, 플로섬의 대주주인 효성이 운영을 맡기로 하면서 사건은 일단락됐다. 양측은 무상 사용 기간을 20년으로 줄이고, 10년 유상 사용 뒤 세빛섬을 기부채납하기로 합의했다.

진짜 목적은 건설업 '경기 부양'?

이번 압구정 정비 사업은 일종의 건설업 경기 부양책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1분기 누적 건설수주는 전년 동기 대비 18.5% 감소한 58조5,000억원을 기록했다. 공공과 민간 수주가 나란히 부진했던 영향이다.

이에 정부의 선제 대응이 시작됐다. 먼저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올해 투자 금액 23조4,000억원 중 절반이 넘는 11조8,000억원을 상반기에 조기 집행하기로 했다. 기회를 재던 민간 기업도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시공자 선정 시기를 당초 ‘사업시행계획 인가 이후’에서 ‘조합설립 인가 이후’로 앞당기는 서울시 도시정비조례 개정 영향이다. 업계에서는 올 하반기부터 서울 주요 권역에서 '대어급' 정비사업 물량이 나올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린다.

지방자치단체들도 도시정비사업 지원에 적극 나서기 시작했다. 정부가 올 1월 ‘주택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및 ‘도시‧주거환경 정비계획 수립 지침’을 개정‧시행하면서다. 지침 개정에 따라 '조건부 재건축'에 해당하는 점수를 받은 단지들이 의무적으로 받아야 했던 적정성 검토가 지자체장 요청 시에만 시행되도록 변경됐고, 지자체의 정비사업 재량권도 한층 강화됐다.

이번 압구정 신통기획은 침체한 건설업 경기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만한 대형 정비 사업이다. 관건은 세빛섬과 같은 시행착오를 반복하지 않는 데에 있다. 아름다운 경관과 윤택한 생활 경험을 중심으로 한 '한강 르네상스'를 실현하기 위해서는 투명하고 효율적인 사업 진행이 최우선시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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