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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감독원이 '고수익 보장', '저가 매수 기회' 등 언급으로 투자자를 현혹하는 가상자산 투자 권유에 대해 "대부분 사기"라며 사기 주의를 당부했다. 가상자산 투자 사기가 활개를 치고 있는 만큼 국회와 정부 차원의 대책 논의가 시급하나,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상자산 투자 사기 신고 건수 406건 달해
3일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 6월 1일부터 지난달 말까지 홈페이지에 접수된 가상자산 투자 사기 신고 건수는 총 406건이다. 금감원은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 시행을 앞두고 규제 공백기를 틈타 가상자산을 이용한 투자 사기가 횡행할 우려에 대비해 6월 1일부터 연말까지 7개월간 집중 신고 기간을 운영 중이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상자산 연계 투자 사기로 인한 피해 방지를 위해 수사기관, 유관부서와 긴밀히 공조할 것"이라며 "접수된 신고 정보, 수사기관 통보 상황 등을 수시로 점검해 가상자산 관련 제도 개선 등에 적극적으로 활용하겠다"고 힘줘 말했다. 다만 투자 사기 건수는 오히려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금감원에 따르면 불법 사금융 피해신고센터에 접수된 가상자산 연계 유사 수신 피해 관련 상담·문의 건수는 2022년 199건으로 2021년(119건) 대비 67.2% 급증했다. 금감원 차원의 단순 단속 강화로는 사기 피해 예방이 사실상 불가능하다는 게 증명된 셈이다.
금감원 "신고 유형 다양, 투자 주의해야"
이런 가운데 금감원은 대표적인 사기 신고 유형을 소개하며 주의를 당부하고 나섰다. 우선 가상자산을 특별 할인가로 저가 매수할 수 있다며 개별 투자를 권유하는 경우를 주의하라고 경고했다. 신고 사례를 보면, 불법 유사투자자문업자 A씨는 가상자산 가격이 안정될 때까지 거래를 제한(락업)해야 한다며 자산 매도 및 출금을 정지시킨 뒤 이유 없이 락업 연장이 필요하다면서 투자금을 돌려주지 않았다. 이로 인해 결국 매도하지 못한 투자자는 가상자산 가격 하락으로 90% 손실을 봤다.
시세 조종과 연계된 경우도 있었다. 가상자산을 발행하는 한 재단은 상장 전 가상자산 ‘스테이킹(가상자산을 일정 기간 예치하면 이자를 가상자산으로 지급)’ 업체를 통해 다단계 형태로 투자자를 모집했다. 이 재단은 매매가 활발한 것처럼 시세를 조종한 뒤 고점에 가상자산을 팔고 나왔고, 재단 관계자들의 대량 매도로 코인 가격은 폭락, 투자자 손실이 발생했다.
목표 수익률이 안 나올 경우 재단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등 지급보증서를 작성해 투자자를 현혹하는 경우도 있다. 이 경우 현금을 입금하면 투자자 명의의 허위 전자지갑으로 가상자산 보유 현황을 보여주며 투자자를 안심시키며 자금을 편취했다. 손실이 나면 가상자산으로 보전해 주겠다는 것도 사기일 가능성이 높다. 자체 제작한 허위 전자지갑에 가상자산이 입금된 것처럼 투자자를 기망하는 식이다. 여기에 개인정보로 피해자 명의를 도용해 금융기관 대출까지 받아 피해가 겉잡을 수 없이 커진 경우도 있다.
금감원은 "상장되지 않은 가상자산은 적정 가격 판단이 어려우므로 저렴한 가격에 판매한단 말에 현혹돼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어 "일방적으로 락업 기간을 걸어 매도하지 못하게 하는 경우, 보증금 등 이유로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모두 사기일 가능성이 높으며 사기 업체들이 보낸 메일로 전자지갑을 연결하라 하는 경우 해킹에 노출될 수 있다"고 주의를 당부했다.
가상자산 사기 막을 방법, '전무'하다
가상자산 사기 범죄가 날이 갈수록 활개 치고 있어 주의가 당부 된다. 정우택 국민의힘 의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부터 2022년까지 국내 가상자산 관련 행위로 인한 피해 금액은 총 5조2,941억원이었는데, 이중 가상자산 관련 투자 사기 관련 범죄가 73%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가상자산 시장이 활발했던 2017년부터 2019년, 2021년뿐만 아니라 시장이 좋지 않은 현재까지 거래소 직원을 사칭하는 사기 범죄들은 빈번하게 이뤄졌다”며 “의심을 할 수조차 없을 정도로 명함의 구체적인 부분까지 모두 복제해 사기를 친다”고 말했다.
그러나 현재로선 사실상 이를 막을 방안이 전무한 상태다. 거래소 차원에서 인터넷에 올라오는 사칭 글들을 신고하는 것 외에는 따로 대응할 수 있는 방안이 없다는 게 거래소 관계자의 설명이다. 피해 방지를 위한 규제 입법 논의가 빠르게 진행되고 있으나, 업계 현장에선 여전히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단 목소리가 나온다.
앞서 지난 5월 정무위에 따르면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이 국회 정무위전체회의에서 통과했다. 해당 법안엔 이용자 보호, 불공정거래 등에 대한 내용이 담겼다. 이용자 보호는 ▲이용자 예치금의 신탁과 디지털자산의 보관 ▲해킹ㆍ전산장애 등 사고에 대비한 보험 또는 공제가입 ▲준비금 적립 의무화하는 것으로 합의됐다. 불공정거래 규제 부문에서는 미공개 중요정보 이용행위, 시세조종 행위, 부정거래 행위를 불공정 거래 행위로 규정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형사처벌뿐만 아니라 손해배상책임을 부담하고 집단소송을 제기할 수 있도록 하고 금융위원회가 과징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법원 판례에 따르면 가상자산은 금전이 아니다. 이 때문에 사기업체가 원금·이자 보장까지 확약하더라도 원화 등 법정화폐가 아닌 가상자산을 수취한 경우에는 유사수신행위규제법 위반이 성립하기 어렵고, 현 상황에선 다단계식 구조를 가지고 있는 투자 사기업체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를 구분할 수 있는 기준이 불명확하다. 위 투자자들로부터 상위 투자자들을 상대로 고소·고발이 진행되면, 피고발인인 상위투자자들도 다시 그 위의 상위투자자를 연속해서 고소·고발하게 되는데, 초창기 투자한 사람들 중에서 수익을 본 이들도 있어 이들을 모두 피해자라고 볼 수는 없기 때문이다.
가상자산 시장은 꾸준히 확대될 전망이다. 그런 만큼 투자자 피해도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새로운 산업의 시작에 그림자가 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정부가 이를 방관만 해선 안 될 것이다. 최소한의 안전장치 마련과 산업의 육성과 진흥, 규제가 잘 어우러지는 정책이 보완된다면 관련 범죄의 예방과 선의의 피해자를 줄일 수 있다. 신뢰성과 건전성, 투명성을 제고할 만한 제도 마련을 신속히 이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