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격동하는 글로벌 정세에 장기화 되고 있는 '불황형 흑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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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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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6월 경상수지가 5월에 이어 흑자 행진을 이어 나가고 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수출 및 수입의 절대 규모가 감소하고 있는 부분에 주목, 이는 불황형 흑자에 불과하다는 평이다.

문제는 해당 현상이 계속될 시 우리나라의 제조업 생산 기반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내수 경제에 큰 타격을 입게 돼 자칫 디플레이션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아울러 기존 우리나라가 겪었던 불황형 흑자는 모두 단기적인 대외적 요인에서 비롯됐으나, 이번엔 미·중 갈등 및 한·중 관계 악화로 인해 불황형 흑자가 장기화 될 것이라는 암울한 전망이 점쳐진다.

사진=prexels

지난 5월 이어 올 6월 경상수지 58억7,000만 달러 흑자 기록, 2연속 흑자 행진

8일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3년 6월 국제수지(잠정)'에 따르면 올 6월 경상수지는 58억7,000만 달러(약 7조7,325억원) 흑자로, 지난 5월 19억3,000만 달러(약 2조5,416억원) 흑자에 이어 2개월 연속 흑자 행진을 이어 나가는 모양새다.

경상수지 중 상품 수출입에 따른 6월 상품수지는 39억9,000만 달러 흑자로, 3개월 연속 흑자 기조다. 이중 수출은 541억4,000만 달러(약 71조3,077억원)로 지난해 동기 대비 9.3% 하락해 10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나가고 있다. 수입의 경우 501억5,000만 달러로, 지난해 동기 대비 10.2% 줄어들면서 4개월 연속 감소세를 지속했다.

한편 6월 서비스수지는 여행을 중심으로 26억1,000만 달러(약 3조4,355억원) 적자가 나타나며, 지난 5월 대비 적자폭(-9억1,000만 달러)이 크게 확대된 모양새다. 본원소득수지의 경우 배당소득 등을 중심으로 48억5,000달러 흑자로 전월 14억2,000만 달러 흑자에서 흑자폭이 크게 확대한 모양새다.

상품·서비스의 영향을 제외한 자본 유출입을 나타내는 금융계정은 6월 중 47억7,000만 달러(약 6조2,787억원)의 순자산 증가를 보여줬다. 부문별로 살펴보면 직접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가 17억2,000만 달러 감소하고, 외국인 국내투자는 25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증권투자의 경우 내국인 해외투자가 61억2,000만 달러 증가, 외국인 국내투자는 36억5,000만 달러 증가했다. 파생금융상품은 4억3,000만 달러(약 5,661억원)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기타투자는 자산이 2억6,000만 달러, 부채는 69억 달러가 각각 감소했다. 반면 준비자산은 3억6,000만 달러 증가했다.

경기 침체 및 격동하는 국제 정세가 촉발한 우리나라의 '불황형 흑자'

'2연속 흑자'에도 불구하고, 전문가들은 올 6월 수출과 수입의 절대 규모가 4개월 연속 감소한 데다, 수출보다 수입 감소 폭이 커지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의 경제 침체가 여전히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는다.

실례로 지난 7월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6월 수출입 동향'에서, 6월 수출액은 542억4,000만 달러로 작년 동기 대비 6.0% 줄어들었다. 월간 수출의 경우 지난 10월부터 9개월 연속 감소한 모양새다. 이는 우리나라 수출의 특성상 크게 의존하고 있는 중국의 최근 정세 변화 및 국내 반도체 업황 회복의 지연이 맞물린 결과로 분석된다.

중국은 '미-중 패권 경쟁'에서 사실상 패자로 자리 잡으면서 반도체 시장이 크게 위축된 바 있다. 예컨대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선두 지휘하에 '반도체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칩스법)'이 범국가적으로 추진됨에 따라, 첨단 반도체 시장 접근에 문제를 겪게 된 중국의 올해 상반기 반도체 및 반도체 제조 장비 수입은 각각 22.4%, 23% 감소했다. 이처럼 미국의 규제 영향으로 중국의 반도체 설비 투자 규모가 급감한 만큼, 중국에 반도체 장비를 납품하는 한국 기업의 실적이 크게 줄면서 고스란히 6월 수출의 절대 규모도 위축된 모양새다.

여기에 글로벌 경기 둔화에 따른 우리나라의 에너지값 하락과 원・부자재 수입 감소 현상이 6월 수입액을 수출액보다 크게 감소시키면서, 2개월 연속 '불황형 흑자'를 촉발했다는 설명이다. 실제 5월 당시, 올해 초부터 시작된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가 제약적으로 나타나면서 당초 가격이 치솟을 것으로 예측됐던 원유와 구리, 철광석 등의 원자재 가격이 예상 밖의 하락세에 놓인 바 있다. 또한 중국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제조업 분야도 잇달아 위축되면서 원·부자재 수입 자체도 줄게 됐다.

하반기 불황형 흑자 지속될 것 전망돼, 전문가들 "심하게는 외환위기와 비슷한 상황 닥칠 것"

그간 우리나라에 발생했던 불황형 흑자는 모두 단기적으로 대외 환경이 나빠지는 상황이었고, 악재가 해소되면 수출은 곧바로 되살아났다. 예컨대 IMF 발생 직후인 1998년과 2001년의 경우엔 원·달러 환율이 치솟으면서 불황형 흑자가 촉발됐으나, 이듬해 환율이 안정세로 접어들면서 무역 시장이 정상화됐다. 또한 2015년 전후엔 중국 경제 경착륙 우려로 세계 무역 시장이 크게 출렁였으나, 점차 중국이 경기 확장 국면에 접어들면서 2017년에 수출이 반등한 바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9년 전후엔 반도체 불황으로 수출이 다시 역성장했으나, 코로나19가 불러온 글로벌 유동성 공급으로 반도체 경기가 수혜를 받으면서 2021년 수출액이 전년 대비 25.7%로 크게 늘기도 했다.

그러나 기존과는 달리 이번 불황형 흑자는 장기화 국면에 접어들 가능성이 크게 점쳐진다. 앞서 살펴봤듯 이는 미-중 갈등이 장기 국면으로 심화되면서 우리나라의 무역수지가 직격탄을 받고 있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 전쟁에서부터 시작된 깊은 갈등의 골짜기는 벌써 5년째 지속되고 있는 데다, 이제는 미국이 AI 및 반도체 산업까지 무역을 통제해 가고 있는 만큼 양국 관계의 위태로운 줄타기가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평이 지배적이다.

여기에 한-중의 정치적 관계가 지속적으로 멀어지고 있는 것도 불황형 흑자의 장기화에 크게 일조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한국의 고고도미사일 방어체계(사드) 배치 보복 격인 '한한령'이 여전히 유지되고 있는 가운데, 윤석열 정부가 중국과 직접적인 패권 마찰을 빚고 있는 미국과의 동맹 강화 의지를 수차례 천명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파급으로 인해 올 7월 대중 수출 규모는 98억9,900만 달러(약 13조360억원)로 작년 동기 대비 25.1%나 감소했다.

전문가들은 불황형 흑자 기조가 지속돼 수입이 줄면 설비 투자도 덩달아 줄게 되고, 이에 따라 제조업 생산 기반이 약해지는 것은 물론, 내수 경제까지 타격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한다. 실제 한국은행은 올 하반기 설비투자가 전년 동기 대비 11.1% 감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장상식 무역협회 동향분석실장은 "하반기 불황형 흑자가 현실로 다가온다면 설비투자가 낮아지면서도 환율은 오르게 된다"며 "이들 특징은 금융위기 때와 비슷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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