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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오전 20% 이상 급등한 초전도체 테마주가 오후에는 20% 가까이 급락했다. 그야말로 천당과 지옥을 오가는 모습이다. 미국에서 초전도체에 대한 부정적 연구결과가 나온 데다 금융감독원장도 테마주 투자에 대해 경고장을 날리자 투자자들이 손을 터는 모양새다.
극심한 변동성 보인 '초전도 테마주'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몇몇 초전도 테마주들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였다. 대표 수혜주로 꼽히던 서남의 주가는 장중 22.36% 급등해 15,430원을 기록했지만 오후에는 하한가인 8,830원까지 급락했다. 마찬가지로 덕성의 주가는 24.37% 상승하며 14,800원까지 치솟았다가 8,400원까지 급락하며 -29.41%를 기록했다. 모비스도 22.32% 상승한 4,630원까지 올랐다가 -25.63% 하락한 2,815원으로 장을 마감했다.
초전도체 테마주 급등은 지난달 27일 고려대 창업 기업 퀀텀에너지연구소와 한양대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상온상압 초전도체 개발에 성공했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다. 발표 당시 서남의 주가는 이틀 만에 179% 상승했으며, 덕성과 우선주 역시 각각 115%, 91%의 상승률을 기록했다. 이 밖에도 신성델타테크와 모비스는 90% 이상, 원익피앤이 주가는 54% 상승했다. 6일과 7일 이틀간 조정을 보였지만 곧 반발매수가 들어오면서 8일 오전엔 20%를 넘는 상승률을 보이기도 했다.
하지만 LK-99가 상온 초전도체라는 주장에 반박하는 미국 보고서가 발표되면서 주가는 일제히 급락했다. 메릴랜드대학의 응집물질이론센터(CMTC)는 트위터를 통해 "LK-99는 상온이나 저온에서 초전도체가 아니다"라고 역설했다. CMTC는 "LK-99는 저항률이 매우 낮은 저품질 물질에 가깝다"며 초전도체 가능성을 일축했다. 이어 “안타깝게도 초전도성을 증명하는 게임은 이미 끝났다"고 말했다.
경고 나선 금감원
최근 주식 시장은 변동성이 심각한 상황이다. 특히 이차전지 주에 이어 초전도체 주까지 상한가와 하한가를 오가는 등 변동성이 커지자 규제 당국의 경고까지 나왔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8일 금감원 임원회의에서 과도한 투자자 쏠림 현상, 공격적인 신용 확대, 레버리지 투자 급증 등에 대한 우려를 표명하며 이 같은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이 원장은 또 리딩방에서 테마주와 관련된 거짓 풍문이 유포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특정 회사가 테마와 관련된 사업을 추진하는 것처럼 꾸며 주가를 띄우거나, 리딩방 운영자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을 테마주라고 속여 매수를 유도하는 등 불공정거래행위에도 집중 대응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테마주와 관련된 리딩방 행태는 특별단속반이 집중점검하기로 했다.
그러나 문제는 '예산'이다. 금감원에 배정된 '암행점검' 예산은 2,000만원으로 알려졌다. 고객인 것처럼 속여 리딩방에 가입해야만 불법 행위 확인이 가능한데, 리딩방의 평균 계약금액이 434만원인 걸 감안하면 5곳도 들어갈 수 없는 수준이다. 이렇다 보니 결국 정식 투자자문 회사인 걸로 오해를 일으킬 수 있는 '유사투자자문업' 자체를 점진적으로 폐지해야 한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증가하는 투자자문 서비스 사기
최근 리딩방에서 가입자들을 현혹하는 사기 범죄를 저질러 부당이익을 편취하는 건수가 점점 늘고 있다. 2018년 905건이었던 해당 민원 건수는 2021년 3,442건으로 급격히 증가했다. 이 중 24.5%는 주식 리딩방과 연계된 불법 유사 투자자문 서비스와 관련된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해 카카오톡 오픈채팅을 통해 사기성 주식 리딩방을 운영하며 3억원이 넘는 부당이익을 챙긴 20대가 구속된 사례는 리딩방의 병폐를 여실히 보여준다. 마찬가지로 코인 리딩방을 통해 인위적으로 가격을 부풀려 수십억원의 부당이득을 취한 혐의를 받는 한 단체도 현재 수사 중에 있다.
특히 2030 세대에게 인기가 높은 리딩방은 카카오톡 오픈채팅 그룹방 등 SNS 채널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호스트와 구독자 모두 익명으로 쉽게 만들고 참가할 수 있는 데다, 신규 가입자에게 신뢰감을 주기 위한 목적으로 활동하는 바람잡이들도 있어 각별한 주의가 요구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한 투자자문업계 전문가는 “투자의 책임을 남에게 넘기려는 쉬운 방법을 지양해야 한다”며 투자 안목을 키우기 위한 방법으로 개인 리서치를 추천했다. 이어 “투자자는 주식 리딩룸에 참여하거나 거래를 확정하기 전에 금융감독원을 통해 해당 회사나 자문 서비스의 적법성을 확인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