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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최초 코스피 상장에 도전하는 넥스틸이 일반 청약에서 기대 이하의 저조한 성적을 기록하고 있다. 양호한 실적과 저렴한 공모가에도 불구, 전체 공모 주식의 절반을 차지하는 구주매출 물량 및 '테마주 유행' 풍조로 인해 투자자들의 외면을 받는 양상이다. 시장에서는 '유행 테마'에 따라 투자 여부를 결정하는 분위기가 IPO 시장 발전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올해 최초 코스피 상장사, 부진한 청약 성적
오는 21일 코스피에 입성하는 넥스틸은 1990년 1월에 설립된 강관 전문 제조사로, 석유나 가스를 채유하는 데 사용되는 미국석유협회 인증 유정관(OCTG Pipe), 송유관(Line Pipe)을 제조해 미국 및 전 세계로 수출·판매하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지난해 12월 바이오노트 이후 8개월 만에 등장한 코스피 신규 상장사로 시장의 관심을 한 몸에 받기도 했다.
넥스틸은 2021년 이후 가파른 실적 성장세를 보이며 성장 가능성을 입증해왔으나, 정작 청약 성적은 이를 뒤따라가지 못했다. 넥스틸 일반 공모청약 마지막 날이었던 지난 10일, 공모주 청약 경쟁률은 약 4.13 대 1로 집계됐다. 청약액의 절반을 미리 납부하는 증거금은 약 415억원이 모였다. 넥스틸의 총공모액이 805억원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청약 미달을 가까스로 면한 셈이다.
앞서 넥스틸은 지난 2~3일 진행된 국내외 기관 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결과 235.5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한 바 있으나, 수요예측에 참여한 기관 700곳 중 3곳만이 보호예수 물량 545만 주(0.6%)를 확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 IPO 시장에서 일반 공모 청약을 진행한 기업의 경쟁률을 감안하면 상당히 저조한 성적이다. 앞서 빅텐츠는 181.3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증거금 2,441억원을 모았으며, 코츠테크놀로지는 1,681.8대 1의 경쟁률로 2조7,301억원의 증거금을 확보했다.
견고한 실적에도 공모가 낮게 산정한 이유는?
넥스틸은 연 매출 6,000억원대에 달하는 알짜 기업으로 꼽힌다. 넥스틸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1,813억원으로 전년(169억원) 대비 967.88% 폭증했으며,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441억원을 기록했다. 1분기 영업이익은 775억원으로 올해 들어서도 여전히 준수한 실적을 유지하고 있다.
우수한 실적에 비해 공모가는 낮게 책정됐다. 하나증권은 희망 공모가 밴드를 산출할 때 PER 밸류에이션 방식을 채택했다. 넥스틸은 비교기업을 선정할 때 △강관사업이 매출의 50% 이상인 기업 △지난해 매출액이 5,000억원 이상인 기업 △영업이익 및 순이익을 시현한 기업 등의 기준을 세웠다. PER이 10배 이상인 기업은 비교 대상에서 제외했다.
그 결과 최종 비교 기업은 휴스틸과 세아제강 두 곳으로 결정됐다. 이들의 올해 1분기 기준 과거 12개월(LTM) 실적을 적용해 산출한 PER는 각각 1.29배, 2.32배였다. 결국 넥스틸의 몸값이 보수적으로 산정된 것은 피어그룹의 PER가 높지 않았기 때문이라는 의미다. 시장에서는 낮은 공모가로 인해 오히려 넥스틸의 밸류에이션 매력이 두드러진다는 분석이 나온다.
공모가(1만1,500원) 기준 넥스틸의 주가수익비율(PER)은 2배로, 세아제강과 휴스틸의 평균 PER와 같은 수준이다. 최근 IPO 시장에서 줄줄이 '공모가 거품'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넥스틸의 공모가는 비교적 정직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현 주가 대비 PER는 세아제강이 2.6배, 휴스틸은 1.4배다.
흥행 실패의 원인, '테마주 선호'에 있다
넥스틸은 매력적인 가격과 우수한 실적에도 불구하고 흥행에 실패한 이례적인 케이스다. 흥행 실패의 첫 번째 원인으로는 공모 물량의 절반(47.86%)에 달하는 구주 매출이 지목된다. 구주 매출은 기존 주주가 보유한 주식을 투자자에 매각하는 방식으로, 공모 매력을 반감하는 요인이다. 구주 매출에 나서는 재무적투자자(FI)는 원익투자파트너스와 아주IB투자가 넥스틸에 투자하기 위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 넥스틸홀딩스다.
넥스틸이 최근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인기가 높은 이차전지, 반도체 등의 테마에 속하지 않아 흥행에 실패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국내 IPO 시장의 '테마주' 흥행으로 인해 기업의 실적과 가격 메리트는 뒷전이 되었다는 것이다. 실제 최근 IPO 시장은 '유행'이 좌우하고 있다. 탄탄한 실적을 보유한 기업이라고 해도 '인기 테마'와 어긋난다면 흥행에 줄줄이 실패하고, 인기 있는 업종의 기업이라면 내실이 부실한 기업이더라도 무조건적으로 매수하는 풍조가 만연하다.
실제 하반기 기업공개(IPO) 시장 대어로 꼽힌 팹리스 업체 파두는 '인기 테마'인 반도체 기업에 속한다. 파두는 지난달 진행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참여 기관 84.4%가 희망 공모가(2만6,000원~3만1,000원) 상단보다 높은 가격을 써내며 공모가를 3만1,000원으로 확정했다. 하지만 수요예측 경쟁률은 362.9대 1에 불과했다. 지난달 수요예측을 실시한 기업 중 3번째로 낮은 수준이다. 일반 청약 경쟁률 역시 79대 1에 그쳤다. 투자자들이 유행처럼 너도나도 최상단 가격을 적어 내며 부각된 '공모가 거품' 논란이 발목을 잡은 것이다.
파두는 공모가에 2025년 이익 전망치를 할인 적용했고, 국내 비교기업이 없다는 점을 이유로 나스닥 비교기업(Broadcom, Microchip Technology, Maxlinear)의 주가수익비율(PER) 평균 배수를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미래 이익 발생의 불확실성 및 수평 비교가 어려운 나스닥 기업 평균배수 적용으로 인해 파두의 기업가치가 과대 평가됐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결국 파두는 상장 첫날 공모가를 밑도는 부진한 성적으로 거래를 마쳤다. 7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파두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15.2% 하락한 2만6,300원에 시초가를 형성한 뒤 장 초반 2만5,000원까지 하락했고, 결국 공모가보다 11% 낮은 2만7,600원으로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유행'에 따라 공모가가 형성되고, 정작 이를 책임지는 이는 없는 시장 분위기를 반성해야 할 때라는 지적이 제기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