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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퇴 후 ‘연금부자’로 노후 보내는 미국인들, 그 중심엔 ‘401K’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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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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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알려야 할 수많은 이야기 가운데 독자와 소통할 수 있는 소식을 전하겠습니다. 정보는 물론 재미와 인사이트까지 골고루 갖춘 균형 잡힌 기사로 전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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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주요국 가운데 은퇴 후 소득대체율이 가장 높은 미국은 일찍이 401K라는 연금제도를 도입한 결과, 은퇴한 평범한 근로자도 연금부자로 노후를 보내는 나라가 됐다. 반면 당장 2년 안에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앞둔 우리나라는 소득대체율이 미국은 물론 대다수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주요국보다 낮다. 정부가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 중인 퇴직연금제도들을 도입하고 있지만, 최근 10년간 DC형 퇴직연금의 연 수익률은 2.73%로 저조한 수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은퇴 전 연봉 1억원 미국인, 은퇴 후 매년 '8,100만원' 받아

전체 인구 중 65세 이상 인구가 차지하는 비율이 20% 이상인 사회를 초고령사회라고 한다. 지난해 기준 우리나라의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전체 인구의 17.5%를 차지한 가운데 지금과 같이 노령화 추세가 지속된다면 2025년에는 20.6%를 기록하며 초고령사회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 우리나라의 생애 평균 소득 대비 은퇴 후 소득 비율인 소득대체율도 OECD 권고치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됐다. 지난 7월 11일 생명보험협회를 포함한 국제보험협회연맹(GFIA)이 조사한 내용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은퇴 후 소득대체율은47%로 OECD 권고치보다 최대 28%포인트 이상 낮다.

한편 주요 선진국의 연금 소득대체율은 미국 81.3%, 프랑스 60.2%, 독일 55.7%, 일본 55.4%, 영국 49.0% 순으로 우리보다 월등히 높다. 은퇴 전 평균 1억원의 연봉을 받은 미국 직장인이 은퇴 후 매년 8,130만원의 연금을 수령하는 반면, 같은 연봉을 받은 우리나라 직장인은 미국 직장인의 절반 수준에 그치는 연금을 수령하는 셈이다.

특히 주요국 가운데 소득대체율이 가장 높은 미국에는 은퇴 후 ‘연금부자’로 노후를 보내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글로벌 자산운용사 피델리티 조사에 따르면 미국의 DC 퇴직연금인 ‘401K’의 연금 자산이 100만 달러(약 13억원)가 넘는 가입자는 약 37만8,000명으로 집계됐다. 이는 14년 전인 2009년(2만1,000명)보다 무려 18배나 급증했다.

미국 은퇴자들의 든든한 노후 버팀목 '401K'

미국의 연금부자가 늘고 있는 이유는 401K를 중심으로 한 사적연금제도가 다른 국가보다 잘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미국인의 공적연금 소득대체율은 39.2%로 한국(31.2%)과 큰 차이가 없지만, 사적연금 소득대체율은 42.1%로 한국(19.6%)의 두 배 이상이다. 모건스탠리 뉴욕 본사의 이병선 퇴직연금 디렉터는 “미국 주식의 장기 수익률이 높은 데다 퇴직연금제도가 빨리 정착한 덕분에 연금부자가 많다”고 설명했다.

1981년 도입된 401K는 한국의 DC형 퇴직연금처럼 개인이 직접 운용할 수 있는 연금제도다. 미국 정부가 401K 적립금 투자로 얻은 이익 대한 과세이연과 소득세 부과 대상에서 제외 등의 세제혜택을 부여하면서 401K는 일찍이 미국 근로자들의 노후 준비 계좌로 자리했다.

우리나라의 연금저축 계좌처럼 401K도 은퇴 후 적립금 인출 시 낮은 소득세율이 적용된다. 중도해지 시 높은 소득세와 함께 10% 수준의 벌금이 부과해 장기적인 관점에서 노후자금으로 계좌가 운용될 수 있도록 유도한다. 여기에 기업들도 401K 적립금에 대한 특별법인세 면제 혜택을 받기 때문에 기업과 가계 모두가 권장하는 제도가 될 수 있었다.

미국에서 연금부자들이 가장 많이 탄생한 배경에는 401K의 높은 수익률에 있다. 2019년 기준 401K의 10년 연평균 수익률은 8.4%, 2016부터 2020년까지 5년간 연평균 수익률은 무려 10.1%에 이른다. 물론 이같이 높은 수익률은 최근 10년간 S&P500과 나스닥 등 미국 주식시장이 활황이었기에 가능했다. 그러나 중요한 점은 401K 가입자들의 대부분이 미국 주식시장과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믿음을 가지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2020년 기준 401K 연금 자산의 42%가 주식형펀드에, 31%가 디폴트옵션(사전지정운용제도)의 대표 상품인 타깃데이트펀드(TDF)에 투자돼 있었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우리나라 퇴직연금제도의 현주소

우리 정부도 퇴직연금제도를 확정급여형(DB), 확정기여형(DC), 개인형 퇴직연금(IRP)으로 나눠 세액 공제 혜택을 주는 등 퇴직연금 시장을 만들어 가고 있다. 지난해에는 퇴직연금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 중소기업 퇴직연금기금, 적립금 운용위원회, 디폴트옵션 제도 등을 도입하기도 했다. 그러나 주요 선진국에서 도입 중인 제도들을 국내 퇴직연금 시장에 적용 중임에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고 있다.

보험연구원(KIRI)이 발표한 ‘퇴직연금 지배구조 개편 논의와 정책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DC형 퇴직연금 연 수익률은 2.73%였으며, 약 90%가 원리금 보장 상품에 방치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퇴직연금에 대한 국민의 의식마저 큰 변화가 없었다. 미래에셋증권이 40~50대 근로자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30% 이상은 지난 1년간 퇴직연금 수익률을 한 차례도 조회하지 않았다.

퇴직연금에 대한 관심이 적은 배경에는 은퇴 시기에 놓인 노령 인구의 자산 대부분이 부동산에 쏠려있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자본시장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국내 55세 이상 가구주 자산의 80% 이상이 부동산에 해당했다. 여기에 60세 이후 퇴직 가구의 총소득 중 민간·공적 연금 비중은 10~20%에 불과하고, 개인연금의 소득대체율도 가구 대다수(97.8%)가 5% 이하에 불과했다.

미국과 다르게 주식시장과 퇴직연금제도에 대한 믿음이 적은 점도 퇴직연금 시장이 선진화되지 못하는 또 다른 배경이다. 국내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장기투자 문화가 대세로 자리 잡은 미국에선 증시 불황에도 연금 계좌를 해지하는 ‘연금런’이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면서 “반면 종목 위주 사고파는 단타 매매 문화가 지배적인 우리나라 주식시장에선 시장과 제도 그리고 장기투자에 대한 믿음을 갖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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