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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현재 연간 2,000명 수준인 외국인 근로자에 대한 숙련기능인력(E-7-4) 비자 발급을 3만5,000명까지 대폭 확대하기로 했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을 확장함으로써 중소기업 인력난 등 문제를 해결할 밑바탕을 마련하겠단 취지다. 일각에서 적합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의 다수 유입이 우려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하지만, 법무부는 "걱정할 것 없다"며 우려를 일축했다.
"K-point E74 본격 시행, 외국인 근로자 늘린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25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오늘부터 '숙련기능인력 3만5,000명 혁신적 확대 방안(K-point E74)'를 본격 시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방안은 4년 이상 국내에 체류하고 일정 수준의 한국어 능력을 갖춘 외국인 근로자가 그 대상으로, 전환요건 점수 300점 만점 중 가점을 포함한 최소 200점을 충족하고 신청일 기준으로 1년 이상 근무 중인 기업체로부터 추천받으면 숙련기능인력(E-7-4) 비자로의 전환을 허용한다는 게 골자다. 또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받은 이후에도 최소 2년 이상은 해당 기업체에 계속 근무하도록 했다.
법무부는 특히 해당 외국인 근로자가 장래 우리 사회의 일원으로 편입될 수 있음을 고려해 사회통합적 관점에서 한국어 능력을 필수 요건으로 설정했다. 불법체류자, 조세 체납자, 벌금 100만원 이상의 범죄 전력이 있는 자 등은 전환 대상에서 제외하는 등 법질서 존중 여부를 중요 지표로 설정하기도 했으며, 또 지역 경제 활성화와 지역 균형 발전을 뒷받침하기 위해 광역지자체가 추천하거나 인구감소지역 및 읍·면 지역에서 3년 이상 근무한 자에 대해 가점을 부여하도록 했다. 기업 추천의 경우 해당 기업에서 임금 체불, 폭행 등 인권침해 발생 또는 외국인 불법고용 땐 즉시 해당 기업의 추천권 박탈하고 향후 5년 동안 추천을 불허한다.
앞으로 단순 노무(E-9 등) 인력으로 입국한 외국인 근로자가 이 제도에 따라 능력 등이 검증되면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취득할 수 있게 된다. 그 후 5년 이상 체류, 소득 등 요건까지 갖추면 거주자격(F-2) 또는 영주권(F-5)까지 단계적으로 취득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인재 확보를 위한 세계 각국의 보이지 않는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법무부는 앞으로도 외국인 과학·기술 인재, 숙련 기술 인력이 대한민국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국익을 최우선으로 해 다양한 정책을 적시에 마련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법무부 "비자 확대, 중소기업 인력난 숨통 트일 것"
지금까지 외국인 근로자는 대부분 단순 노무 비자를 받고 입국해 체류했는데, 단순 노무 비자는 4년 10개월간 체류한 뒤 일시적으로 본국에 다녀오는 조건으로 최대 9년 8개월까지만 체류할 수 있었다. 이 기간이 종료되면 이들은 본국으로 돌아가야만 했던 것이다. 반면 숙련기능인력 비자를 취득한 외국인 근로자들은 사실상 영구히 우리나라에 정착할 수 있다. 본국에 거주 중인 가족도 입국시켜 함께 지낼 수 있게 된다. 법무부는 숙련기능인력 비자 확대를 통해 중소기업의 인력난에 숨통이 트일 것으로 보고 있다. 1년 이상 근무 중인 기업체의 추천이 필수 요건인 만큼, 직장을 옮겨 다니는 외국인 근로자들이 자연스럽게 줄어들 것이란 판단이다. 법무부는 일손이 부족한 기업체에서 외국인 근로자의 잦은 이직을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번 법무부의 발표로 눈에 띄는 건 사업장별 고용 허용 인원이 늘었단 점이다. 법무부에 따르면 사업장별 고용 허용 인원은 기존 20%에서 30%로, 뿌리산업 등 일부 산업군에선 30%에서 50%로 대폭 늘어난다. 앞서 정부는 지난 1일 사상 최대 규모인 4만3,000명분의 고용허가신청서를 발급함으로써 외국인 근로자의 고용 허용 한도를 최대 2배까지 확대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사업장에 힘을 보태겠단 취지로, 허용 한도가 늘어남에 따라 외국인 근로자로의 대체 현상이 더욱 가파르게 일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외국인 근로자 유입 부작용 우려 있어" vs "걱정 없다"
외국인 근로자 고용 허용 인원이 증가하면서, 일각에선 기준치에 적합하지 않은 외국인 근로자까지 대거 유입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기도 한다. 현재 국내 전체 범죄자 중 외국인이 차지하는 비율은 2% 안팎에 머물러 있는데, 순간적으로 범죄율이 늘면 자칫하다간 외국인 근로자 전체에 대한 인식 저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우려다. 그러잖아도 일부 업주들의 불법 고용 및 불법 체류, 내국인 노동자와의 일자리 갈등 등으로 오해받는 일이 많은 외국인 근로자가 국내에서 생활하기 더 어려워질 수 있다는 걱정의 목소리도 일부 보인다.
다만 법무부는 걱정할 것 없단 입장이다. 허용 인원을 늘린 만큼 기준도 더욱 명확하게 규정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한 장관은 "기업이 불법체류자가 아닌 합법체류 외국인을 충분히 채용할 수 있도록 고용 기회를 대폭 확대하는 한편, 불법체류자에 대해서는 엄정 대응하여 국민의 우려를 불식시켜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이외 정부가 외국인 근로자를 배치하는 농어업, 조선업, 중소 제조업 등은 대부분 내국인들이 취업을 기피해 인력이 부족한 분야인 만큼 내국인과의 일자리 갈등에 대한 인식 개선도 함께 이뤄나갈 필요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