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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 한국은행에서 발표한 '2023년 8월 경제전망보고서'에 따르면 2/4분기 국내 경제 부진은 완화됐지만 하반기 성장 경로의 불확실성은 커졌다. 우리 경제의 대부분이 수출에 의존하는 만큼 대외 경제 여건에 따라 좌우되기 때문이다. 특히 하반기에는 주요국 통화흐름, 원자재 및 에너지 가격 상승, 이상 기후, 중국 경제 회복세 약화 등 리스크 요인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돼 관련 대책 마련이 필요한 시점이다.
국내 경제 상황
통계청과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국내 성장률은 지난 5월 전망치인 1.4%로 예상되며, 내년 성장률은 2.2%로 5월 전망치인 2.3%를 소폭 밑돌 것으로 예상된다. 대외 경제 여건 회복이 더뎌 지난해 10월부터 11개월째 월간 수출액이 감소한 탓이다. 1일 산업통상자원부에서 발표한 8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올해 8월 월간 무역수지는 총 8억7,000만 달러(약 1조1,574억원)로 흑자를 보이고 있지만, 수출액 자체는 전년 동기 대비 8.4% 줄어들었다.
아울러 올해 연간 소비자물가 상승률 전망치는 3.5%로 5월 전망치인 3.3%에 대체로 부합할 것으로 보인다. 6월 2.7%, 7월 2.3%로 최근 두 달간 둔화 흐름을 이어갔지만, 8~9월 중 그간의 기저효과가 반대로 작용하고, 석유류 및 농산물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일부 경제 전문가들은 수출액 감소에 대해 우리나라 전체 수출에 큰 영향을 주는 반도체의 8월 수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21% 줄어들었지만 전체 수출액 감소는 8%에 불과하다는 점을 부각하며 이는 다른 분야의 수출이 늘어나고 있다는 긍정적 신호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다. 한국은행 역시 “그간 세계 교역 자체가 서비스로의 소비 전환, 중국 회복세 약화 등으로 제조업 중심의 상품교역이 부진했다”며 “하반기에는 IT 경기 회복, 공급망 재배치에 따른 투자수요로 성장 흐름이 점차 나아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외 경제 상황
올해 2분기 세계 경제는 IT 경기 부진 및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 약화 등으로 제조업 부진세가 강화됐다. 동시에 상반기 여행수요 증가 등으로 서비스교역 측면에서 호조를 보이며 선진국을 중심으로 예상을 상회하는 성장 흐름을 보였다. 이에 따라 미국의 경우 양호한 소비 및 고용 흐름이 지속되며 하반기 내 경제 연착륙 가능성이 커졌고, 유로 지역 역시 서비스 부문을 중심으로 한 회복 흐름을 통해 하반기 완만한 성장세가 예상됐다.
반면 중국 경제는 부동산 경기 부진의 영향으로 내수가 위축되고 수출회복세도 미약해 성장세가 시장의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시장조사기관 블룸버그는 지난달 올해와 내년 중국 성장률 전망치 중간값을 지난 5월보다 각각 0.4%P씩 하락한 2023년 5.2%, 2024년 4.6%로 수정 발표했다.
이외에도 한국은행은 “주요국의 통화정책 경로가 점차 차별화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 선진국은 고금리 기조가 상당 기간 지속될 것으로 보이는 반면, 일본은 완화 기조를 유지하고, 중국은 완화의 정도를 확대했다”고 전했다. 이어 “향후 세계 경제 자체가 주요국 통화정책, 원자재 가격 추이, 지정학적 리스크 등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라는 분석도 더했다.
하반기 국내 경제 전망 시나리오
한국은행은 이같은 국내외 경제 상황 분석을 통해 세 가지 대안적 시나리오를 발표했다. 대외 경제 여건 변동에 따라 국내 경제가 어느 정도 수준으로 영향을 받을지 정리한 것이다.
먼저 ‘미국 등 주요국 경제가 양호한 성장 흐름을 지속하며 동시에 IT 경기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하는 경우’에는 올해 성장률이 1.4%에서 0.1%P 상승하고, 물가 상승률은 베이스라인인 3.5%를 소폭 상회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성장률은 현재 전망치보다 0.2%P 상승한 2.4%로, 물가 상승률은 0.3%P 높아진 2.7%로 예측했다.
둘째로 ‘중국 부동산 시장의 부진세 지속으로 성장세가 약화하는 경우’ 올해 성장률은 1.4%에서 1%대 초중반인 1.2~1.3% 수준으로 낮아지고, 물가상승률 역시 베이스라인인 3.5%를 소폭 하회할 것으로 추정했다. 내년 성장률도 1.9~2.0%로 하락하며, 물가상승률 역시 2.1%로 0.3%P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마지막으로 ‘지정학적 리스크, 이상기후 등으로 원자재 가격이 추가 상승하는 경우’에는 디스인플레이션(물가상승률 둔화) 흐름이 약화되면서 주요국의 통화 긴축 정책이 강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경우 올해 성장률은 1%대 초중반인 1.3% 정도로 낮아지겠지만, 물가상승률은 파급 시차로 인해 압력이 커질 수 있다고 관측했다.
이처럼 대외 여건에 따라 국내 경제 상황이 크게 좌우되는 만큼 국내 경제에 영향을 줄 만한 ▲중국경제의 향방 ▲주요국의 통화정책 변화 ▲국제 원자재가격 추이 등 외적 요인에 당분간 이목을 집중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행은 "최근 국내 경제의 성장세 개선 흐름이 다소 완만해졌지만, 경기는 점차 나아질 것으로 본다"며 "물가상승률 역시 장기적으로 둔화될 가능성이 크지만 국제 유가 추이, 엘니뇨 등 기상 이변 현상, 국내 유류세 및 공공요금 조정 등의 변수로 상당 기간 목표 수준을 상회할 수 있다"고 밝혔다. 이어 "대내외 리스크 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며 "수출·투자·내수 활력 제고 등 한국 경제의 내적 동력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