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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3위 은행 씨티그룹이 약 20년 만에 최대 규모의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했다. 개편안에는 관리 체제 간소화와 감원, 그리고 제인 프레이저 최고경영자(CEO)의 권한 강화 등이 포함됐다. 발표 이후 씨티그룹 주가가 상승하는 등 투자자들로부터 긍정적인 평가를 받는 가운데 일각에선 취임 직후부터 13개국 소매금융 사업 철수를 단행해 온 프레이저의 행보를 두고 향후에도 조직 간소화가 일관되게 진행될 거란 분석이 나온다.
약 20년 만에 최대 규모 ‘조직 개편안’ 발표
13일(현지 시간) 블룸버그통신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씨티그룹은 조직 단순화와 감원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대대적인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개편안은 신속한 의사 결정을 위해 CEO가 직접 관리하는 5개의 주요 사업 부문으로 관리자 계층을 줄이는 재편을 주요 골자로 한다.
프레이저는 이날 뉴욕에서 투자자들에게 “매우 어렵지만 중대한 결정을 했다”면서 “이번 결정이 회사 내부에서 공감 얻지 못하고 몇몇 직원을 매우 불편하게 할 것으로 보이지만, 주주들을 위해 해야 하는 옳은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번 개편은 프레이저가 CEO로 부임한 지 3년이 돼가는 시점에서 지속적인 주가 하락에 시달린 은행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시도로 풀이된다. 씨티는 자산 기준으로 JP모건체이스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에 이어 미국 내 세 번째로 큰 은행이지만, 상대적으로 소매금융 시장에서 미치는 영향력이 작아 동종업계에서 비교적 뒤처져 있다는 평가를 받아왔다.
주가가 이러한 평가를 대변한다. 2021년 3월 프레이저가 취임한 뒤 현재까지 씨티그룹 주가는 40%가량 하락하며 40달러 초반에 머물고 있다.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만큼 낮은 가격으로, 경쟁사 대비 최저 수준이다. 같은 기간 JP 모건의 주가는 420%, 뱅크오브아메리카는 830% 가까이 상승했다.
일관되게 추구해 온 ‘조직 간소화’의 연장선
사실 씨티그룹의 이번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은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프레이저가 줄곧 조직의 간소화를 추구해 왔기 때문이다. 취임 직후 그가 가장 먼저 결정지은 일이 바로 유럽과 아시아 지역 13개국의 소매금융 사업에서 철수하는 일이었다.
2021년 4월 이미 30~40개국에서 매각·철수가 진행되고 있던 와중에 한국씨티은행도 철수 대상에 포함됐다. 이에 따라 2004년 미국 씨티은행이 한국에 출범한 지 17년 만에 2,500명에 이르는 소매금융 관련 직원들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현실이 됐다.
구조조정 대상이 된 직원들은 일부 기업금융 부문에 재배치됐지만, 대다수는 회망퇴직 수순을 밟게 됐다. 씨티은행 측은 희망퇴직자들에게 정년까지 잔여 연봉의 90%를 보전해 주고, 최대 7억원의 특별퇴직금을 지급했다. 은행권 관계자에 따르면 당시 이들의 퇴직금만 약1조2,000억원에 달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프레이저의 이 같은 결정을 부정적으로 보는 시선도 적지 않았다. 특히 13개국 소매금융 사업 철수 결정이 내려진 2021년 씨티은행은 소매금융 사업과 관련해 거의 모든 국가에서 흑자를 내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레이저는 당시에도 “지금은 글로벌 소매금융 청산에 대해 엄청난 비난을 받겠지만, 나중에는 모두가 이해할 만한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설명하며 장기적인 관점에선 자신의 결정이 옳을 것임을 확신하는 태도를 보였다.
SVB 파산으로 촉발된 ‘은행 위기’는 여전
씨티그룹 외에도 미국 은행 업계는 알음알음 구조조정을 단행하고 있다. 특히 지난 3월 실리콘밸리은행(SVB) 파산으로 업계 전반에 은행 위기가 촉발된 이후 자산 규모와 관계없이 대다수 은행이 조직 개편과 감원을 통해 안전성을 높이는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
세계 최대 투자은행(IB)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9월 수백 명 해고를 시작으로 지난 6월에는 상무급 임원 123명을 해고하며 총 네 차례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조지아주에 2,000여 개의 지점을 두고 있는, 미국에서 7번째로 규모가 큰 트루이스트은행도 이달 대규모 감원을 통해 수억 달러의 비용을 절감하겠다고 발표했다.
여기에 더해 중소형 은행 위주로 대규모 구조조정이 확산될 거란 전망도 나온다. 올해 미국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요가 줄면서 공실률이 위험 수준에 근접했기 때문이다. 상업용 부동산을 담보로 대출을 늘린 미국 중소형 은행이 큰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고, 부실한 은행들은 구조조정을 피하기 어려울 거란 주장이다.
세계적 M&A 전문 금융사 스티펄 파이낸셜의 론 크루셰스키 회장도 최근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 상업용 부동산 재융자 금리가 과거 4%대에서 9%대로 크게 올랐다”면서 “상업용 부동산 대출 비중이 높은 중소 은행에는 위기다. 조만간 중소 은행 간 합병 등 구조조정이 진행될 것”이라고 경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