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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3일 영국 반도체 설계 기업 ARM이 IPO(기업공개) 공모가를 주당 51달러로 결정했다. ARM의 모회사 소프트뱅크는 이번 IPO를 통해 48억7,000만 달러(약 6조4,478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증권 투자자들은 ARM의 공모주 청약 흥행이 침체기에 빠진 IPO 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침체한 증시 속 ARM 공모 청약 돌풍
올해 상장 기업 중 최대 규모로 평가된 이번 IPO는 공모 물량의 10배에 달하는 청약 수요가 몰리며 청약 흥행에 성공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예상보다 높은 청약 경쟁률에 따라 청약 마감일을 하루 단축했다고 보도했다. 이번 IPO를 통해 ARM은 공모가 기준 약 545억 달러(약 72조1,580억원) 이상의 시가총액을 기록할 전망이다. 이는 소프트뱅크가 엔비디아에 ARM 매각 추진 당시 평가받은 금액인 450~500억 달러(약 59조6,000억원~66조원)를 초과한다. 글로벌 금융투자 정보기업 모닝스타의 주식 애널리스트 자비에르 콜레오네로(Javier Correonero)는 ARM의 IPO에 대해 “현재 시장과 경쟁사에 비해 상당히 비싼 밸류에이션을 평가받았다”고 밝혔다.
이번 IPO의 공모 주식은 전체 지분의 9.4% 수준으로 ARM의 모회사 소프트뱅크는 공모주 발행을 통해 48억7,000만 달러(약 6조4,478억원)의 자금을 확보할 예정이다. ARM 첫 거래일은 현지 시각 14일로, 상장 후 소프트뱅크는 ARM 전체 지분의 90.6%를 보유하게 된다.
영국 케임브리지에 소재한 ARM은 PC,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CPU(중앙처리장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등 첨단 반도체 설계에 필요한 프로세스를 보유한 기업이다. 본래 런던 증시와 나스닥에 상장돼 있었으나 2016년 소프트뱅크가 인수하면서 상장폐지 후 비상장기업으로 돌아갔다. 아마존, 알파벳, 인텔, 엔비디아, 퀄컴, 삼성 등 글로벌 기업 대부분이 ARM의 반도체 기술을 사용 중이며, 총직원 수는 약 6,000명에 불과하지만 90%가 넘는 글로벌 스마트폰 AP 시장 기술 점유율을 자랑한다. 최근엔 생성형 AI 관련주로 지목돼 투자자들에게 주목받기도 했다.
전문가들 ‘IPO 예정 기업은 수익성 전략 세워야’
투자 업계 관계자들은 ARM의 청약 돌풍이 미국 식료품 배달 기업 인스타카트, 마케팅·데이터 자동화 업체 클라비요 등 IPO 예정 기업 혹은 IPO를 계획 중인 VC 지원 기업에게 일종의 IPO 가이드가 될 수 있다고 설명한다. 투자 전문 씽크탱크 피치북 수석 애널리스트 카일 스탠퍼드(Kyle Stanford)는 “ARM은 증명된 수익 비즈니스로 안정적으로 성장해 시장 점유율 장악에 성공한 기업”이라며 “ARM에 비해 수익성이 극히 낮은 스타트업은 ARM처럼 높은 청약 경쟁률을 달성하기 힘들다”고 조언했다. 이어 “ARM IPO는 일반 투자자들이 성장성보다 고수익 비즈니스에 대한 욕구가 더 강하다는 것을 증명했다”며 “많은 스타트업에게 수익 비즈니스에 대한 중요성을 알려준 셈”이라고 수익성 개선을 촉구했다.
실제로 지난 11일 IPO 계획안을 발표한 인스타카트의 희망 공모가는 주당 최대 28달러로, 상장 후 기업가치는 93억 달러(약 12조3,541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이는 2021년 예상됐던 기업가치 390억 달러(약 51조8,193억원) 대비 76% 하락한 규모다. 같은날 IPO 계획을 발표한 클라비요 역시 이전보다 기업가치가 하락했다. 주당 25~27달러의 희망공모가로 제시한 클라비요는 이전 자본 모집 당시 95억 달러(약 12조5,761억원)로 평가받았으나 최고점 27달러를 기준으로 할 경우 기업가치는 63억 달러(약 8조3,399억원)에 그친다. 이와 관련해 전문가들은 낮은 수익성을 근거로 인스타카트와 클라비요가 ARM처럼 높은 청약 경쟁률을 기록하기 힘들 것이라 전망했다.
소프트뱅크, 제2의 알리바바·ARM 찾나
투자 전문가들은 ARM IPO를 통해 약 48억7,000만 달러(약 6조4,478억원)의 자금을 확보한 소프트뱅크의 행보에 주목한다. 오피스 공유 플랫폼 위워크(WeWork)의 부진, 피자 로봇 기업 줌(Zume)의 실패 등 잇단 기술주 폭락으로 지난해 사상 최대 규모의 평가 손실을 입은 소프트뱅크 비전펀드는 이번 IPO 흥행을 통해 그간 손실을 만회하고 투자 능력을 보충할 것으로 전망된다. 비전펀드는 이미 지난 6월 보유 주식을 매도해 5조1,000억 엔(약 45조8,903억원) 규모의 투자 실탄 보유를 발표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 기업 MST파이낸셜 애널리스트 데이비드 깁슨(David Gibson)은 “ARM은 알리바바 역할을 대체하는 소프트뱅크의 새로운 자금원이 될 것”이라며 “그간 소프트뱅크의 행보를 분석했을 때 향후 6~12개월 내 새로운 투자에 나설 확률이 높다”고 예측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