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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비자들의 '외면' 받는 디지털 보험 업계, 이젠 근본적인 혁신이 필요한 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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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효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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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 보험 업계, 금융당국의 대대적 규제 개선에도 역성장 기록
수익성 미비한 단기 소액 보험, 손해율 큰 자동차 보험 위주의 상품 포트폴리오가 악영향
전문가들 "금융소비자 '친화적' 서비스 구축 통해 성장 회복 도모해야 한다" 조언

금융당국이 대대적인 규제 개선에 나섰음에도 불구, 디지털 보험 업계의 성장세는 뒷걸음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기존 금융소비자들이 보험설계사를 중심으로 진행되는 오프라인 보험 계약에 익숙해져 있는 데다, 현재 디지털 보험사들이 내놓고 있는 대부분의 보험 상품이 금융 소비자들의 니즈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디지털 보험 업계가 성장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금융소비자에 초점을 맞춰 디지털 보험 서비스를 근본적으로 혁신하는 게 우선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올 상반기 5개 디지털 보험회사 모두 당기 순손실 기록

12일 업계에 따르면 디지털 보험회사 5개사의 올해 상반기 경영공시 종합 결과 모든 회사가 당기순손실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상반기 기준 카카오페이손해보험은 181억원의 손실을 냈고, 하나손해보험은 180억원, 캐롯손해보험은 165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교보라이프플래닛과 신한EZ손해보험도 각각 91억원, 13억원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며 적자 흐름이 계속되고 있다. 이 중 카카오페이손해보험, 하나손해보험,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전년 동기 대비 적자 폭이 커졌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보험산업의 디지털화를 목표로 대대적인 규제 개선에 나섰음에도 결과는 좋지 못한 모습이다. 당시 금융당국은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경쟁과 혁신을 촉진한다는 취지로 '1사 1라이선스(동일 보험그룹 내 생명보험, 손해보험 각 1개 사만 진입)' 허가 정책 유연화, 디지털·비대면을 통한 보험 모집 활성화 방안 등을 제시한 바 있다. 이같은 규제 개선에도 불구, 1년이 지난 지금에도 디지털 보험사들의 실적은 되레 역주행한 것이다.

다만 디지털 보험사들은 내년 초 시행될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시작되면 시장 환경이 크게 개선될 것이라는 기대감을 내비치고 있다. 보험상품 비교추천 서비스란 자동차보험·여행자보험·실손의료보험 등을 포함한 여러 보험사들의 상품을 온라인 플랫폼에서 한 번에 비교해 보험 가입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서비스다. 지금까지는 포털 사업자들이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를 하려면 보험 대리점 등록이 필요했는데, 해당 서비스를 통해 포털 사업자들이 플랫폼으로 각종 보험을 추천할 수 있게 될 전망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추후 시행될 보험 비교·추천 서비스가, 실제 디지털 보험사들의 실적 개선까지 연결될 지에 대해선 섣불리 확신하긴 어렵다고 입을 모은다. 디지털 보험사들이 일종의 플랫폼 사업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단기에 실적을 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즉 플랫폼 서비스의 효과가 극대화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사용자들이 많이 모여야 하는데, 현재 금융소비자들이 디지털 보험 서비스에 대부분 등을 돌리고 있는 상황인 만큼, 관련 혁신이 먼저 뒷받침돼야 수익성 제고를 기대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디지털 보험 서비스가 정작 핵심 타깃 'MZ세대'의 니즈와 괴리됐다?

디지털 보험 서비스가 되살아나기 위한 타깃 고객으로는 'MZ세대'가 꼽힌다. 현재 우리 사회는 모빌리티, 헬스케어, AI, 빅데이터 등 각종 기술의 발전으로 디지털화의 토대가 자리잡힌 가운데 코로나19로 인해 중장년층까지 다양한 비대면·디지털 서비스를 경험하고 있다. 그런 만큼 디지털 보험사가 디지털 기술에 밝고, 디지털로 생활의 대부분을 영위하는 MZ세대 대다수를 주 고객층으로 끌어들어올 수 있다면, MZ세대의 디지털 보험 소비 방식이 전 세대로 빠르게 확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게 업계 안팎의 중론이다.

문제는 현재 디지털 보험사들이 선보이는 보험상품 자체가 짧은 호흡과 속도감, 변화·변주를 선호하는 MZ세대의 성향과는 정반대라는 것이다. 대부분의 디지털 보험사는 단기 소액 보험(미니보험)과 손해율이 큰 자동차보험 위주의 비교적 단순한 상품 포트폴리오를 가지고 있다. 그런데 이 중에서 디지털 보험사의 대부분 수익을 견인하는 자동차보험의 경우 장기성 상품이 대다수라 MZ세대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여기에 정작 MZ세대와 코드가 맞는 미니보험은 대개 보험료가 1만원 이하인 데다, 가입 기간이 일회성이거나 길어봐야 1~2년의 단기인 경우가 대부분이라 수익을 근본적으로 끌어올리기 어렵다. 더욱이 미니보험 시장은 인슈어테크, 소액단기보험사 등 대체 공급자들이 존재하는 만큼 경쟁이 심화돼 수익을 꾀하기도 쉽지 않다.

보험 소비자들이 기존 보험사들의 대면 영업 구조에 익숙하다는 점도 풀어야 할 과제다. 보험연구원이 한국은행, 한국거래소, 금융감독원의 자료를 취합해 파악한 '금융상품간 가입경로 차이'에 따르면, 은행(74.7%)과 금융투자(83.6%) 상품은 모바일과 인터넷 가입이 대다수를 이루는 반면, 생명보험(99.1%), 손해보험(92.9%) 등 보험 상품은 오프라인을 통한 가입이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와 관련해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오프라인 보험설계사 위주로 돌아가는 시장에서 디지털 보험이라는 온라인 서비스가 먹혀들어 가긴 쉽지 않다"며 "가령 암묵적으로 1건 보험 계약해서 고객들에게 '리베이트' 형식으로 돌려주는 게 기존 영업 방식이었는데, 이를 단기간 내에 디지털 보험이 대체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말했다.

사진=Freepik

금융소비자에 초점 맞춘 디지털 보험 서비스 혁신 뒷받침돼야

디지털 보험의 핵심 소비자 층이자 합리적인 소비와 투자를 지향하는 MZ세대 관점에서 보면, 저성장과 경기 침체 국면에서 허우적대고 있는 현 경제 상황에서 미래에 발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은 위험에 대비하는 보험은 사실 선호할 만한 투자 대상은 아니다. 또한 많은 보험 청약서류, 두꺼운 전공책 수준의 어려운 보험약관은 종국적으로 보험사와 금융소비자 간 정보 비대칭성을 형성한다. 즉 금융소비자 관점에서 보험 상품을 구매한다는 것은, 곧 예측할 수 없는 미래를 위해 한정된 정보만으로 투자를 한다는 것과 동일한 얘기다.

이에 전문가들은 금융소비자가 비용 대비 얻을 수 있는 효익을 합리적으로 따져볼 수 있게끔 디지털 보험 서비스를 전반적으로 혁신함으로써 디지털 보험 시장 부흥에 나서야 한다고 조언한다. 가령 기존 디지털 보험 서비스의 모바일 환경의 경우 오프라인에서 설계사가 판매하는 상품을 작은 모바일 환경에 욱여넣어 놓은 사례가 대부분이다. 이렇다 보니 화면도 복잡하고 용어도 어렵다. 따라서 유저 친화적으로 모바일 환경에 최적화한 서비스를 선보임으로써 고객 스스로가 편리하게 보험을 비교하고, 필요한 시점에 추천받고 혜택을 느낄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아울러 데이터를 활용한 정밀한 보험상품 가격 책정이 동반돼야 한다는 분석도 나온다. 현재 디지털 보험사들은 기존 자동차보험의 보험료를 책정하기 위해 차주의 연령 및 차종을 확인하고 있다. 차종이라는 건 기본적으로 배기량 또는 차량의 형태인데, 금융 소비자 입장에서 차종이 사고 발생 확률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부분에 대해선 쉽게 동의하기 어렵다. 이보다는 오히려 사고 발생 위험과 더 연관되는 운전 습관을 플랫폼 데이터를 활용해 분석함으로써 더 정밀한 가격 책정을 시도할 수 있고, 이는 개개인에게 가장 적합한 보험료라는 소비자 이점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금융소비자들이 보험 효익을 제대로 느낄 수 있도록 디지털 보험 서비스 절차를 간편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가입은 편리하게 하고, 실제 보상에서의 어려운 절차는 개선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예컨대 실제 사고가 발생한 후 보험금을 청구할 때 디지털로 편리하게 신청할 수 있게끔 하고, 심사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며, 보상 후기도 작성해 사용자들 사이에서 공유할 수 있도록 시스템을 마련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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