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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일 아시아나 항공 이사회 '화물사업부 매각 합의' 실패, 31일에 속개 중 글로벌 경기 불황으로 화물사업부 구매 의향 있는 기업 없을 것이란 우려도 주주가치 훼손 우려 속 주식시장 반응은 합병 환영하는 분위기
30일 화물사업부 매각을 놓고 고심하던 아시아나항공 이사회가 결국 결론 없이 회의를 마무리했다.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가 대한항공 인수 승인 조건으로 아시아나항공의 화물사업부 및 여객사업부 분리를 내걸었던 만큼, 인수 절차가 원활하게 진행되지 않는 대한항공 입장에서는 속이 타는 상황이다.
31일 대한항공은 공시를 통해 “유럽집행위원회(EC)에 제출할 시정조치안에 유럽 4개 노선에 대체 항공사(remedy taker)가 진입하기 위한 당사의 지원 방안 및 신주인수계약 거래 종결 후 아시아나의 화물사업부 분할 방안을 포함하고 있다”고 밝혔다.
EU 집행위 압박에 속 타는 대한항공 , 반면 느긋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전날(30일) 오후 2시부터 진행된 아시아나항공 이사회는 오후 한때 일시 정회했다가 오후 6시경에 다시 속개됐다. 이어 다시 3시간 30분이 흐른 오후 9시 30분쯤 가부 결론을 내지 못한 채 정회했다. 당초 업계에서는 이사진 대부분이 시정조치안 제출 동의에 뜻을 모아 화물부문 매각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지만 일부 사외이사가 화물 매각 시 주주에 대한 배임 소지와 직원 반대 등을 우려해 반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EU 측은 두 항공사의 합병으로 유럽 화물노선의 독점이 우려된다며 오는 31일(현지시간)까지 시정안 제출을 요구한 바 있다. 사실상 화물사업부를 매각하라는 뜻이다. 대한항공은 이에 발맞춰 아시아나항공 화물사업부 매각을 추진하겠다는 내용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제출하기로 했으나, 양사 합병이 마무리되지 않은 만큼 아시아나항공 이사회의 동의가 필수적인 상황이다. 최악의 경우 아시아나항공 이사회 일부가 배임, 직원 반대 등을 핑계로 화물사업부 매각을 부결할 경우 3년간 추진해 온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합병은 사실상 불발되는 셈이다. 대한항공은 지난 2020년 11월부터 아시아나 인수합병을 추진하며 노선 중복이 있는 14개국에 기업결합 신고를 했으며 현재 EU와 미국, 일본의 심사 결과만을 남겨두고 있는 상태다.
관계자들은 대한항공이 31일(현지시간)까지 EU 경쟁당국에 화물사업부 매각을 담은 시정조치안을 내야 하는 만큼 31일에 다시 이사회가 재개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아시아나항공 측의 한 관계자는 “이사회는 추후 다시 열릴 예정”이라며 “다만 일시와 장소는 미정”이라고 밝혔다. 대한항공 측의 관계자는 “조만간 합리적인 의사결정이 내려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며 “제출 기간 연장에 관해서는 EC 측에 양해를 구하고 일정을 재검토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여부?
일부 이사진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 주장은 전체 매출의 21.7%(올해 상반기 기준)에 달하는 화물사업을 기업결합 승인을 받기 위해 매각하면 회사 가치를 떨어트릴 수 있고 이는 곧 주주가치 훼손으로 이어져 주주 배임죄가 성립될 수 있다는 이유에 근거한다.
그러나 주식시장에서는 합병에 대한 기대감으로 아시아나항공 주가가 계속 오름세를 타고 있다. 지난 30일 오전까지 주당 9,000원대 박스권을 맴돌던 아시아나항공 주가는 30일 합병 관련 이사회 논의 소식이 알려지자 바로 상한가에 도달했다가 협상 지연 소식이 알려지며 다시 10,000원대 초반까지 떨어졌다. 이어 31일 다시 재논의 소식이 알려지면서 한때 12,130원까지 뛰어오르기도 했다. 거래량도 폭증해 시장에서는 합병이 회사 가치를 더 키울 수 있다는 기대감이 확산됐다는 것이 증권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현재 이사회는 사내이사인 원유석 아시아나항공 대표를 포함해 ▲배진철 한국공정거래조정위원장 ▲박해식 한국금융연구원 은행연구실 선임연구원 ▲윤창번 김앤장 법률사무소 고문 ▲강혜련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명예교수 등 사외이사 4인까지 총 5명이 참석 중이다. 사내이사인 진광호 안전·보안실장(전무)은 이사회를 앞둔 전날인 29일 사의를 표명해 참가하지 않았다. 전 전무의 사임으로 이사회는 재적 5명(사내이사 1명, 사외이사 4명) 중 과반인 3명이 안건에 찬성하면 통과될 수 있는 상태다.
대한항공 - 아시아나항공 합병 시너지
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이 사실상 자생력을 갖추기 힘든 상황인 만큼, 이번 합병을 통해 회사 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기존 소유주였던 금호그룹이 대우건설, 대한통운 등의 인수에 아시아나항공을 활용하면서 회사의 재무적 건전성이 악화된 데다, 이후 채권단이 회사 경영을 이관받으면서 오랫동안 회사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못했던 점을 지적한 것이다. 이사회에서 나오는 우려의 목소리도 시장 주가 반응을 기반으로 볼 때 오히려 합병 시너지에 더 무게가 실리는 것이 아니냐는 반응도 나온다.
다만 관계자들은 이사회의 화물사업부 분리 매각 결정이 이뤄진다고 해도 여전히 매각 절차를 밟아야 하는 점, EU·미국·일본 정부의 승인을 받아야 하는 점 등을 고려할 때 합병 완료까지 갈 길이 멀다고 전망한다. 특히 최근 들어 금융 경색 등으로 인해 자산 가치가 크게 떨어진 만큼, 화물사업부 매각 가치 산정에도 난항을 겪을 가능성이 있어 졸속 결합이 이뤄져서는 안 된다는 주장도 나온다.
코로나19 등으로 인한 여행 업계 불경기를 이제 막 벗어난 상황인 데다 미-중 갈등으로 중국행 여행객이 크게 줄어들어 저가항공사(LCC)들의 재무 건전성이 크게 악화된 점도 지적 중 하나다. 화물 인덱스가 팍팍한 상황인 만큼, 화물사업부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사진 중 일부의 주주가치 훼손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이 같은 주장에 근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