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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넷은행,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늘리라는 정부 규제에 역차별 금리 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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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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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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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늘리라는 정부의 압박
인터넷은행들 저신용자에게 4.6%, 고신용자에게 7% 금리로 대출
정부 압박에 인터넷은행 수익성, 건전성만 악화

금융 당국의 압박에 국내 주요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대출 금리를 고신용자보다 저신용자에게 더 낮춰 책정하는 기현상이 나타났다. 일반적으로 신용이 낮을수록 고금리를 책정하는데, 정부 압박에 은행들이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금융 당국은 인터넷은행의 설립 목적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인 만큼 지난 8월부터 고신용자 대출 비중을 낮추라는 압력을 행사했고, 결국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졌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정부의 과도한 규제 탓에 인터넷은행의 수익성과 건전성만 악화된 꼴이라는 것이다.

저신용자는 저금리, 고신용자는 고금리?

30일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중신용대출’의 최저금리는 이날 기준 연 4.145%로 책정됐다. 같은 날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판매하는 ‘신용대출’ 상품의 최저금리는 연 5.457%였다. 저신용자가 고신용자보다 낮은 금리로 대출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금리 차이가 무려 1.312%p나 되는 만큼, 시스템 오류로 잘못 산정된 것이 아니라 회사 내부적인 상황이 있었던 것이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됐다.

같은 날 케이뱅크에서 같은 정보를 확인한 결과 금리 역전 규모가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신용대출 플러스’의 금리는 연 4.35~15.0%로 공시된 반면, 내부 심사기준을 충족한 고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상품 금리는 연 6.96~15.0%였다. 케이뱅크 기준 금리 역전 규모는 카카오뱅크보다 더 큰 2.61%p에 달했다.

인터넷은행 업계 1위, 2위(총자산 기준) 업체들이 이렇게 동반으로 금리 역전을 책정한 것은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각각 30%와 32%까지 높이라는 정부 요구를 이행하기 위한 것이라는 것이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사실상 포기하도록 금리를 책정해 저신용자를 끌어들이겠다는 목적이다. 한 인터넷은행 고위 관계자는 “정부가 요구하는 중·저신용 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신용도가 우량한 고객이 최대한 신용대출을 받지 못하도록 상품 경쟁력을 낮춰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정부 규제에 어쩔 수 없이 고신용자 대출 중단까지

고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아예 중단한 사례도 있었다. 케이뱅크는 지난 7월 15일부터 이달 16일까지 3개월 동안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하는 신용대출 판매를 전면 중단했다. 정부 규제에 따라 중·저신용자 신용대출 비율(잔액 기준)을 6월 말 24%에서 올해 말까지 32%로 높이기 위한 조치였다. 경기 침체로 중·저신용자의 신용대출 수요가 지지부진한 상황에서 비율 규제를 맞추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고신용자 신용대출 신청을 차단한 것이다. 대출 중단 당시 금융권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정부의 경직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규제로 중·저신용자 대출은 확대되지 못한 채 고신용자의 금융 접근성만 제한됐다”는 비판이 제기되기도 했다.

불만이 가속화되자 케이뱅크는 부랴부랴 지난 17일부터 고신용자 신용대출과 마이너스통장 상품 취급을 재개했다. 하지만 재출시된 케이뱅크의 신용대출은 사실상 고신용자를 케이뱅크에서 몰아내는 금리라는 것이 시장의 해석이다. 신용대출 금리가 30일 기준 연 6.96~15.0%로 중·저신용자 대출 금리(연 4.35~15.0%)보다도 눈에 띄게 높기 때문이다. 케이뱅크가 논란을 최소화하면서도 비율 규제를 충족하기 위해 내놓은 고육지책의 결과다.

인터넷은행에 대한 정부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규제는 2021년 5월 시작됐다. 2017년 영업을 개시한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가 대출 신청부터 집행, 상환까지 비대면화하는 등 금융 혁신을 이끌긴 했지만, 그 혜택이 고신용자에게 집중돼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것이 금융위원회 내부의 판단이었다. 당시 금융위는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에 2년 뒤인 올해 말까지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각각 30%와 32%로 높이도록 요구했다. 2020년 말 두 회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은 각각 10.2%와 21.4%에 불과했다.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추후 신사업 인허가를 내줄 때 ‘질적 판단 요소’로 감안하겠다는 일종의 압박과 함께 제시한 수치였다.

신용카드와 펀드 판매 등 신사업 인가를 염두에 두고 있던 인터넷은행들은 어쩔 수 없이 금융당국의 눈치를 볼 수밖에 없게 됐다.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을 맞추기 위해 케이뱅크가 지난 3개월 동안 고신용자 신용대출을 전면 중단한 것처럼 카카오뱅크도 2021년 10월부터 작년 6월까지 8개월 동안 고신용자 신용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결정을 내릴 수밖에 없었다.

출처=각 사

정부 입맛 맞추다 얻은 것은 수익성·건전성 악화

현재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규제로 인해 인터넷은행의 건전성이 나빠지고, 장기적으로 인터넷은행의 신용대출 공급 여력이 줄어 그 피해가 금융 취약계층에게 부메랑 효과로 돌아갈 것이라는 우려가 팽배한 상태다. 실제로 케이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은 8월 말 4.13%에 달했다. 규제가 처음 도입된 해인 2021년(1.77%)과 비교하면 2.36%포인트 뛴 수치로,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연체율도 같은 기간 0.48%에서 1.68%로 상승했다. 최근 일부 저축은행들이 6%에 달하는 연체율로 건전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만큼, 자칫 인터넷은행들도 같은 위기에 처할 수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들은 고신용자 역차별 논란을 해소하고 인터넷은행의 출범 취지인 금융 혁신을 유도하기 위해선 경직적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규제를 단계적으로 없애야 한다고 주장한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잔액’ 기준인 중·저신용자 대출 비율 계산 방식을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바꾸는 것을 단기적 대안으로 제시했다. 최근 1~2년 새 나타난 금리 급등과 경기 침체로 중·저신용자의 대출 상환과 연체가 많아졌는데, 잔액 기준 규제를 고집할 경우 최근 연체 상황을 적절하게 반영할 수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에서는 일시적으로 인터넷은행들의 설립 목적을 지키라는 금융당국의 압박이 설득력이 있을 수는 있어도 장기적으로 계속 은행의 대출 포트폴리오에 개입하면서까지 수익성과 건전성을 모두 침해하는 것은 시장에서도 납득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정부의 간섭으로 인터넷은행의 설립 목적을 챙기는 것이 아니라, 시장의 합리적인 선택으로 선순환이 될 수 있도록 시중은행과 인터넷은행에 대한 교차 규제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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