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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데믹과 함께 식어가는 가상인간 열풍, '장밋빛 전망' 아직 유효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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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수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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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상인간 플랫폼 개발사 클레온, 95억 규모 시리즈 A 투자 유치 성공
기존 계획에 크게 못 미치는 투자 성과, 가상인간 '호기심 특수' 끝났다
기업들 자체 제작해 활용하는 것이 고작, 과연 가상인간은 '신성장 동력'인가
사진=클레온

디지털 휴먼 제작 플랫폼을 개발한 스타트업 클레온이 95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했다고 19일 밝혔다. 이번 투자에는 신규 투자자인 LB인베스트먼트, 삼성벤처투자, 알비더블유와 기존 투자자인 카카오인베스트먼트가 참여했다. 

코로나19 엔데믹에 접어들며 가상인간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인 가운데, 클레온은 지난해 계획했던 규모의 3분의 1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자금을 받아들며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현재 국내 가상인간 시장은 기업 자체 제작 가상인간에 기댄 채 겨우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상황이다. 과연 가상인간은 유통업계의 판도를 뒤집을 '신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소통 중심' 가상인간 서비스 제공

클레온은 현재 AI 휴먼 커스텀 서비스인 클론(Klone)을 운영하고 있다. 클론은 디지털 휴먼 및 디지털 휴먼을 활용한 영상을 만들 수 있는 구독형 SaaS(서비스형 소프트웨어)로, 모델 섭외나 촬영 없이 단시간 내에 원하는 AI 휴먼을 제작할 수 있으며, 내 목소리 또는 다양한 기본 목소리로 대사를 만드는 것도 가능하다. 기본으로 탑재된 업종별 배경 및 템플릿을 활용하면 한층 간편하게 영상 제작을 할 수 있다.

자동 영상 더빙 솔루션 '클링'은 자신의 영상을 다른 언어로 더빙해 주는 서비스로, 성우 기용 없이 자신의 목소리 그대로 다양한 언어 음성을 출력할 수 있다. 아울러 영상의 더빙 언어에 맞게 영상 내 인물의 입 모양을 변환, 기존 더빙 콘텐츠의 가장 큰 한계였던 '어색함'을 해소할 수 있다.

이외에도 클레온은 한식 홍보대사, 인터넷 방송인, 영어 과외 선생님 등 다양한 컨셉의 디지털 휴먼 아바타와 실시간으로 대화할 수 있는 '챗 아바타'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챗 아바타의 가장 큰 특징은 기존 챗봇과 달리 실제 사람과 마주 보고 말하는 듯한 '시청각 중심' AI 대화 서비스라는 점이다. 아바타는 각 컨셉에 맞는 외모와 성격을 보유하고 있으며, 특색 있는 답변을 통해 이용자와 실시간 소통한다.

엔데믹 이후 시들해진 가상인간 인기

클레온은 이미 지난해 상반기 300억 규모로 시리즈 A 라운드를 추진한 바 있다. 그러나 가파른 금리 인상으로 인해 벤처투자 시장이 급격히 얼어붙고, 설상가상으로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가상인간·메타버스 관련 투자가 위축되며 당초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이번 시리즈 A 투자 유치 금액은 지난해 목표치의 3분의 1도 되지 않는 95억원에 불과하다.

가상인간은 팬데믹 당시 메타버스와 함께 '신사업 동력'으로 시장의 큰 주목을 받았다. 시장조사업체 이머전리서치는 2020년 약 13조원 수준이었던 세계 가상인간 시장 규모가 2030년 약 680조원으로 50배 이상 성장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이후 전 세계적으로 가상인간 시장이 커지기 시작했고, 관련 스타트업들에는 수백억원의 뭉칫돈이 몰렸다. 가상인간은 비대면 소비가 가장 활발했던 팬데믹 시기, 소비자의 '호기심'을 발판으로 삼아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하지만 호기심의 불씨는 금세 꺼졌고, 가상인간은 명확한 수익 모델이 없는 상황에서 끊임없이 기술 개발 비용만 투입하는 '현실성 없는 사업' 취급을 받기 시작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가상인간이 돈이 되는지에 대한 회의가 일었고, 물밀듯 쏟아지던 투자도 점차 잠잠해졌다.

그도 그럴 것이 엔데믹 이후 기업들은 고객이 직접 만지고, 듣고, 체험하는 '체험형 마케팅'에 힘을 싣기 시작했다. 시청각 콘텐츠 중심의 가상인간 마케팅이 궁극적인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이번 클레온의 투자 유치 규모가 대폭 축소된 것 역시 이 같은 시장 흐름 변화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국내 기업 '자체 개발' 가상인간 활용에 초점

가상인간 열풍은 한풀 꺾였지만, 유통업계에서는 여전히 가상인간을 마케팅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 사생활 문제가 발생할 경우 브랜드 이미지 훼손 리스크를 감수해야 하는 연예인 모델과 달리, 가상인간은 구설에 오를 일이 없고 시공간의 제약도 없다. 기업 입장에서 가상인간은 저렴한 비용으로 혁신적인 마케팅 콘텐츠를 제작할 수 있는 '이상적인 모델'인 셈이다.

일례로 국내 기업들은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을 자사 마케팅에 활용하고 있다. 롯데홈쇼핑이 지난 2020년 9월 자체 개발한 가상인간 ‘루시’는 17.5만 명 이상의 인스타그램 팔로워를 보유한 인플루언서다. 기존 쇼호스트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실적 압박에 시달리던 롯데홈쇼핑은 올해부터 루시를 정식 쇼호스트로 기용, 라이브 커머스를 중심으로 적극 활용하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그래픽 전문기업 펄스나인과 함께 개발한 Z세대 여성 컨셉의 가상인간 '와이티' 역시 신세계그룹 계열사 전반에서 광고 모델로 활약하고 있다. SSG닷컴은 지난 5월 콘텐츠 커머스 플랫폼 쓱티비의 공식 쇼호스트로 와이티를 발탁했고, 이마트24는 지난 6일 인스타그램을 통해 와이티와 함께 가상 상품 ‘강아지 몰래 먹는 점보껌'을 선보이기도 했다.

엔데믹에 접어들며 가상인간에 대한 장밋빛 전망은 슬그머니 모습을 감췄지만 일레온을 비롯한 일부 벤처기업은 여전히 가상인간 관련 사업에 총력을 쏟으며 성장을 위해 힘쓰고 있다. 가상인간이 우리 사회에 녹아들어 벤처 업계 성장의 새로운 동력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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