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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논리에 묻힌 안전성” 가덕도신공항, 부등침하·조류충돌·강풍노출 ‘트리플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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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선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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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건설 공사비 13조원 포기한
현대차그룹 차원 조사 진행
태풍·강풍 그대로 노출, 항공기 옆면 강타
가덕도신공항 여객터미널 조감도/사진=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이재명 정부가 가덕도신공항 건설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내비치는 가운데, 개항 그 이후를 고민해야 한다는 신중론이 제기되고 있다. 대규모 토목공사를 수차례 성공한 현대건설이 돌연 불참을 선언을 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는 것이다. 극단적으로는 치명적인 항공사고가 일어날 가능성까지 고려해 최대한 보수적인 시각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힘을 얻고 있다.

가덕도신공항 항공사고 가능성 등 분석 끝낸 현대건설

1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이 지난 5월 30일 사업 불참을 선언한 데는 현대차그룹의 결정이 크게 작용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현대건설이 기본설계 단계에 600억원을 투입해 250여 명의 전문가를 동원, 심층적인 기술검토를 진행한 것과 더불어 현대차그룹 차원에서도 극비의 조사를 진행한 결과 ‘가덕도신공항 부지조성공사에는 참여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것이다.

현대건설은 그룹의 반대로 사업 참여가 무산되자, 아쉬움을 토로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기본 설계 단계에서 들어간 600억원이 매몰 비용으로 전락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사업 불참 선언을 한 후 그 배경을 컨소시엄 참여 건설사들에 설명하는 자리에서 “공식적으로는 언론에 발표한 입장 그대로가 맞다. (기본설계안까지 만든 상황에서 불참은) 사실상 ‘죽 쒀서 개준 꼴’”이라고 언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내부적으로 그룹의 개입이 있었다는 점을 암시한 것으로 읽힌다.

현대건설과 현대차그룹은 6개월 간의 대대적인 조사를 벌이면서 가덕도신공항 완공 후 사고 위험성 등 치명적인 통계치를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컨소시엄의 한 관계자는 “현대건설 내부 담당팀에서 공법과 부등침하의 위험요소 등에 대한 세부적인 분석이 있었다”면서 “주관사였기 때문에 안정성, 경제성 등에 대해 아주 세밀하게 조사한 걸로 안다”고 했다.

무안공항 참사 원인인 '철새도래지'에 위치

이에 항공·건설업계에서는 현대건설의 불참 배경에 대해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여론이 형성되고 있다. 가장 큰 위험요소는 ‘부등침하’다. 가덕도신공항의 활주로는 가덕도 육상과 해상의 매립지를 걸쳐서 조성되는데, 매립지가 침하되면서 말 그대로 불균등한 침하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해상매립공항의 표본으로 여겨지는 간사이공항은 공사 중 9.8m 침하됐고, 개항 직후에도 2.6m 침하됐다. 간사이공항은 2018년 9월 태풍으로 인해 침수되면서 유지보수 문제로 폐쇄되기도 했다.

가덕도가 가진 태생적 한계를 지적하는 의견도 많다. 활주로가 들어설 해역에는 최대 60m에 달하는 초연약지반과 점토층이 분포돼 있다. 신공항의 59%는 해상을 매운 매립지 위에 건설돼야 한다. 인천국제공항도 매립지에 건설됐지만, 해역 환경에서 큰 차이가 난다. 남해에 위치한 가덕도는 남쪽에서 올라오는 태풍과 강풍을 막아낼 재간이 없고, 활주로가 동서방향으로 배치돼 사고 위험이 높다는 분석이다.

철새도래지와 가까운 곳에 위치해 있는 점도 위험요소로 지목된다. 지난해 12월 말 발생한 제주항공 2216편 사고의 주요 원인 중 하나는 버드 스트라이크(항공기에 새가 충돌하는 사고)였다. 당시 사고기 조종사는 오전 8시 57분 관제탑으로부터 조류 경고를 받은 뒤 8시 59분 메이데이를 선언하며 조류 충돌을 보고했다. 국토교통부는 8시 57~59분 버드 스트라이크가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가덕도신공항은 낙동강 하구에서 약 7km 떨어진 위치에 계획돼 있는데, 이 지역은 대표적인 철새도래지 중 한 곳이다. 2022년 환경운동연합 조사에 따르면, 가덕도신공항 활주로 예정 구역 상공을 통과하는 철새의 숫자는 이틀간 6,400마리에 달했다. 사고가 발생한 무안공항의 경우에도 철새도래지와 인접해 있으며, 매년 1만2,000마리 이상의 겨울 철새가 해당 지역을 지나가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무안갯벌습지보호구역과 창포호, 청계만 등 주요 철새 서식지로 둘러싸여 있다.

조류 충돌은 항공기 엔진 손상과 동체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 실제로 시속 370km로 이륙 중인 항공기에 무게 900g의 새 한 마리가 충돌할 경우, 항공기가 받는 순간 충격은 약 4.8톤에 달한다는 분석이 있다. 이는 항공기 동체와 엔진의 구조적 안정성에 심각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수준이다.

제주 제2공항 활주로 조감도/사진=제주도

지방 소형 공항 건립 우후죽순, "짓지만 말고 운영 능력 검토해야"

가덕도신공항뿐 아니라 현재 건설 중인 지방 중소 공항에 대한 안정성과 사업성 문제도 도마 위에 오른 상황이다. 현재 국내에는 인천국제공항 등 15개 공항이 운영되는 가운데 무안공항 사고에서 드러났듯 일부 지방 공항은 안전관리 역량이나 인력이 크게 부족해 무분별한 공항 설립이 향후 유사 사고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건설이 진행 중이거나 건설을 위한 세부 사항이 논의 중인 지방 신공항은 가덕도신공항, 제주 제2공항, 대구경북통합신공항, 새만금공항, 울릉공항, 흑산공항, 백령공항, 서산공항 등 총 8곳이다. 이 중 가장 큰 논란은 역시 조류 충돌 등을 포함한 환경문제다.

흑산공항은 일찍이 2013년 예비타당성 조사를 마쳤는데도 공항 부지 일부가 국립공원에 포함되면서 2016년 환경부 국립공원위원회로부터 보류 결정을 받았다. 이에 신안군은 공항 예정지를 국립공원 구역에서 해제하고 인근 갯벌을 대체 지정하는 대안을 제시해 결국 승인받았다. 철새도래지 지역에 만들어지는 제주2공항은 환경문제에 따른 갈등으로 첫 계획 발표부터 기본계획 고시까지 9년이 넘게 걸렸다. 백령공항도 철새 이동 경로에 따른 조류 충돌 안전 문제가 계속해서 거론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지역경제 활성화와 국민 수요를 위한 선택이라는 주장과 효율성과 경제성에 대한 면밀한 검토 없이 정치 논리에 따라 사업을 밀어붙이고 있다는 지적이 모두 제기된다. 과거 공항 설립에 참여했던 한 정부 관계자는 "지역 균형발전이라는 목표 아래 낙후된 지역에다 공항을 유치해 거점으로 활용한다는 취지가 가장 컸다"고 설명했다.

이렇다 보니 100년을 내다봐야 할 공항 건설에 정치 논리가 끼어들어 무리하게 선심성 사업이 추진됐다는 비판도 크다. 한 공항 정책 전문가는 "현재 있는 공항 정도로 우리나라 면적 대비 충분하지 않으냐는 것이 학자들의 대체적 입장"이라며 "현재 인구 감소 상황을 고려하면 출국 수요나 항공 가용인력 면에서 추가 공항 설립은 불필요하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항공 운송이나 공항 운영 사업자 입장에서는 짓고 싶을 것이고, 또 공항 설립은 지역 건설·토목 사업자에게 '달콤한 당근'이 되기 때문에 정치적인 면이 개입된 것이 아닌가 아쉬움이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현재 건립이 진행 중인 지방 공항들에 대한 효율성과 지속성, 안정성을 다시 한번 점검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아울러 공항 건립 후 이를 관리할 지방자치단체 등의 운영 능력을 살펴봐야 한다는 조언도 제기된다. 인하공업전문대학교 항공경영학과 이휘영 교수는 "모든 신축 공항에는 중앙정부의 막대한 예산이 들어가고, 공항 설립 후에는 운영과 관리에 더 큰 비용과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공항 운영은 지자체의 몫인데 지자체가 책임을 지고 관리할 수 있다면 사업을 진행하고, 그렇지 않다면 초기 신축 단계부터 경제성이나 효율성, 안전성 등을 종합적으로 재검토하고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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