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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네시아, AI 사업 모델 ‘현지화’ 풍부한 인적 자원과 ‘오픈 소스’ 활용 개발도상국 ‘AI 진입 모델’ 제시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전 세계가 인공지능(AI) 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가운데 인도네시아가 보여주는 모습은 화려한 혁신이라기보다는 AI 가치 사슬의 양상을 바꾸는 시도에 가깝다. AI 하면 실리콘 밸리와 선전(Shenzhen)이 모든 주목의 대상이지만 인도네시아도 대학과 데이터 센터를 중심으로 조용히 ‘게임의 규칙’을 바꾸고 있다. 밑바탕에는 기술을 익힌 청년 인구와 오픈 소스 인공지능(open-source AI) 소프트웨어가 놓여 있다.

인도네시아, ‘자체 AI 사업 모델’ 추진
결국 인적자원을 바탕으로 AI 산업 발전을 도모한다는 것인데 인도네시아는 매년 300,000명에 가까운 STEM(과학, 기술, 공학, 수학) 졸업생을 배출하며 이중 절반 가까이가 여성으로 많은 선진국들을 압도한다. 인도에 비해 개발자에 대한 보수는 낮지만 차이는 좁혀지고 수준은 올라가고 있다. 즉 해외 기업 대상의 단순 코딩에서 복잡한 고부가가치 AI 업무로 발전하는 것이다.
인도네시아는 경쟁우위로 활용할 수 있는 노동력 생태계를 구축해 왔다. 기업들은 연구개발비에 300%의 높은 세액 공제를 제공받는데 여기에는 AI 인력에 대한 인건비도 포함된다. 단순 소프트웨어 개발뿐 아니라 대형언어모델(large language models, 이하 LLM)의 세부 조정과 정교한 AI 프로젝트에 대한 동기 부여 차원이다.
물론 AI 개발은 인재 말고도 어마어마한 컴퓨팅 파워(compute power)가 필요하기 때문에 데이터 센터에 대한 투자도 늘리고 있다. 미국 기반의 에지콘엑스(EdgeConneX)가 200메가와트 용량의 시설을, 아랍에미리트의 DAMAC도 23억 달러(약 3조1,400억원) 규모의 시설을 각각 건설 중이다. 모두 높은 GPU(그래픽 처리 장치) 기반의 초대형 데이터 센터로 현지에서 LLM을 훈련하는 것이 가능하다.
여기에 정부는 에너지와 기반 시설에 대한 재정적 지원도 아끼지 않는다. 엔비디아의 H100을 포함한 장비 가격이 내리고 산업용 전기 요금까지 감안하면 메타의 라마 3(LlaMa-3)과 같은 모델을 훈련하는 일이 가능한 정도가 아니라 효율적이다.
풍부한 인적 자원과 정부 지원으로 ‘비용 경쟁력 확보’
따라서 단순 장비 구축에서 자체 모델 개발로 목표가 조정됐다. 정부는 중국 오픈 소스 LLM인 딥시크(DeepSeek)를 활용해 ‘누산타라GPT’(NusantaraGPT)라고 불리는 자체 모델을 개발한다는 계획이다. 오픈 소스와 저렴한 훈련 비용을 활용해 비용도 800,000달러(약 11억원) 이하로 낮췄다. 국내 은행, 대학 및 플랫폼들이 데이터를 해외에 전송하거나 미국 업체에 비싼 토큰(token, AI 모델에서 처리되는 단어 및 단어 모음)당 비용을 지불하지 않고 AI 시스템을 운영하게 할 수 있다.

주: 토큰 수(단위: 백만 개)(X축), 비용(Y축), 오픈 소스 활용(청색), 해외 API 사용(짙은 청색)
이러한 현지화의 경제적 파급력은 크다. 6억 8,000만 동남아시아 인구의 일부만 현지 모델로 전환해도 빅테크들의 수익성이 크게 악화할 것이다. 마치 리눅스가 오픈 소스 운영 체제를 배포해 컴퓨터 산업에 혁명적 변화를 가져온 것과 유사하다.
AI, ‘필수 과목’으로
인도네시아의 AI 비전은 교실로 확대되고 있다. ‘과목 전반에 걸친 AI 교육’(AI Across Subjects)를 기치로 400여 개 공립 학교에서 알고리즘과 코딩 교육을 실시해 2028년까지 AI 문해력을 가진 280만 명의 고교 졸업자를 배출하겠다는 계획이다.
대학교도 마찬가지다. 반둥 공과대학교(Bandung Institute of Technology)는 트랜스포머(transformer, 텍스트, 오디오, 이미지 등 순차적 데이터 처리에 적합한 기술) 최적화를 필수 과목에 포함했고, 가다마다 대학교(Gadjah Mada University)는 엔비디아와 손잡고 수천 명에게 GPU 시스템 관련 교육을 실시한다. 모두 국내에 짓고 있는 데이터 센터 운영 인력을 양성하기 위한 목적이다.
개도국 AI 산업 진입에 ‘기준 제시’
인도네시아의 AI 정책은 주변국에 파급효과를 일으키고 있다. 필리핀, 베트남, 이집트, 케냐 등도 유사한 AI 개발 계획을 고민 중이다. 모두 다수의 STEM 인적 자원과 감당할 수 있는 에너지를 보유하고 디지털 가치 사슬에서의 도약을 꿈꾼다는 공통점이 있다. 값비싼 외국 API(사전 학습된 AI 모델과 알고리즘을 개발자에게 제공)에 의존하지 않고 자체 개발을 택한 것이다.
인도네시아가 2030년 700억 달러(약 95조5천억원) 규모로 추정되는 글로벌 파인튜닝(fine-tuning, 사전 훈련된 AI 모델을 특정 작업, 산업, 언어에 맞게 조정) 시장의 5%만 점유할 수 있다면 연간 10억 달러(약 1조3,600억원)의 소프트웨어 수출과 수천 명의 고급 기술 인력 배출이 가능해진다. 이미 인도네시아 내 LLM 훈련 비용은 해외 클라우드 기반 모델의 절반 이하로 떨어져, 국내 스타트업과 연구소에 엄청난 가격 경쟁력을 안겨 주고 있다.
이러한 오픈 소스 개발 전략은 개발도상국들의 AI 산업 진입에 있어 근본적인 전환점을 제공한다. 전략적 투자와 포괄적인 교육, 오픈 라이선스의 활용은 비슷한 상황의 국가들이 적극적으로 참고할 만한 요소들이다.
원문의 저자는 안나디 무하마드 알카프(Annadi Muhammad Alkaf) 인도네시아 하원(House of Representatives of the Republic of Indonesia) 정책 고문입니다. 영어 원문 기사는 Indonesia’s AI FOMO threatens real progress | EAST ASIA FORUM에 게재돼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