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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감세안 상원 심의 돌입, '부채 폭탄' 우려 속에 美 재정 건전성 시험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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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윤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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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 산업에서의 경험을 바탕으로 정확하고 이해하기 쉬운 기사를 쓰겠습니다. 경제 활력에 작은 보탬이 되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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복지 예산·보조금 축소, 상호관세로 감세분 상쇄 구상
법안 통과되면 국가 부채 2조4,000억 달러 증가 전망
국채와 이자 부담 증가 불가피해, 재정 건전성 빨간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공화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법안이 미 연방정부의 부채 부담을 더욱 악화시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해당 법안은 개인과 법인에 부과하는 세금을 감면하는 대신 사회복지 예산과 각종 보조금을 축소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미 의회예산국(CBO)은 이 법안이 통과되면 국가 부채가 2조 달러 넘게 늘어날 것으로 경고하며 재정 건전성 악화를 우려했고, 정치권 안팎에서도 부자 감세·빈부격차 심화 등 부작용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연방정부 부채 36.2조 달러, 이자 지출 연간 1조 달러

30일(현지 시각) 뉴욕타임스(NYT) 등 현지 언론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이 추진 중인 대규모 감세 법안, 이른바 ‘빅 뷰티풀 법안(Big Beautiful Bill)’이 미국의 재정 건전성을 악화시킬 것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 법안은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감세 정책(TCJA)을 연장·확대하는 내용으로 지난 5월 22일 미 하원을 통과했다. CBO는 "해당 법안이 향후 10년간 국가 부채를 약 2조4,000억 달러 증가시킬 것"이라며 "공화당이 선호하는 동태 분석 방식으로 분석한 결과로도 연간 이자지출이 1,000억 달러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NYT는 사설을 통해 "미국은 지금 이 순간에도 막대한 이자를 내기 위해 돈을 빌리고 있으며, 이는 나라 전체의 국방비보다도 많은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미래의 재정 위기를 걱정하기에 앞서 현재 미 정부가 부채 의존으로 인해 겪고 있는 손실에 주목해야 한다”며 “이자지급 비용이 메디케어(노인 건강보험)와 맞먹고, 사회보장비용을 제외한 모든 정부 지출을 초과했다”고 분석했다. 미 재무부에 따르면 연방정부의 부채는 6월 기준 36조2,000억 달러로 사상 최고치를 기록 중이며, 연간 이자 지출은 약 1조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상원 심의 단계에 접어든 빅 뷰티풀 법안은 개인 소득세율과 법인세 최고세율 인하, 표준소득공제 및 자녀세액공제 확대, 상속세·증여세 면제 한도 확대 등을 골자로 한다. 이와 함께 메디케이드(저소득층 건강보험) 지출, 푸드 스탬프라 불리는 식품보조 등 사회복지 예산은 줄이고, 군사비 및 국경 통제 예산은 늘리는 등 재정 지출 구조를 대폭 조정하는 내용도 담겼다. 이 밖에도 전기차·재생에너지 세액공제 조기 폐지, 중국산 부품에 대한 세금 부과, 지역 맞춤형 지원, 팁 소득 면세, 신생아 예금 계좌 신설 등 트럼프 2기 행정부의 주요 공약이 대거 포함됐다.

2016년 이후 정부 지출 급증, 최근 국가신용등급 강등

미 재무부에 따르면 국가가 설립된 이래 연방정부에 누적된 부채의 원금과 이자 총액이 꾸준히 늘어났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정부가 계속해서 재정적자를 내면서 부채가 급증했다. 2016년부터는 사회보장제도, 의료 서비스, 이자 지급에 들어가는 돈이 빠르게 증가했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에는 정부 지출을 50%나 늘렸다. 2024회계연도 재정적자 규모는 1조8,300억 달러에 달한다. 이렇게 국가 부채가 꾸준히 늘어나면서 올해 5월 국제신용평가회사 무디스는 연방정부 부채 증가를 이유로 미국의 국가신용등급을 강등했다.

이런 상황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비용 절감과 상호관세로 세입 감소분을 상쇄할 수 있다고 주장하지만, 전문가들은 회의적이다. 연방정부가 빌릴 수 있는 돈에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미 의회는 재정 건전성 확보를 위해 연방정부의 부채 한도를 36조1,000억 달러로 설정해 두고 있다. 현재 미 재무부는 부채 한도 도달 시점을 늦추기 위해 특별 조치를 시행하며 시간을 벌고 있다. 하지만 최근 스콧 베선트 재무부 장관은 의회 지도부에 "부채 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8월부터 정부가 채무 불이행 상태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부채 규모가 큰 만큼 이자도 만만치 않다. 2024회계연도 기준 연방정부는 평균 3.32% 금리로 자금을 조달했는데 국채 금리가 오를수록 정부 이자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다. 트럼프 대통령이 상호관세 90일 유예 결정을 내린 배경에도 국채 금리 급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 나온다. 부채 상환 능력을 나타내는 지표인 국내총생산(GDP) 대비 부채 비율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미국의 GDP 대비 부채 비율은 2013년 100%를 넘었으며 지난해에는 123%를 찍었다. 부채를 모두 상환하려면 미국 경제 규모의 1.2배에 해당하는 자금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NYT "빈곤층 소득 줄이고, 부유층 소득은 늘리는 법안"

빅 뷰티풀 법안을 둘러싼 혼란은 이뿐만이 아니다. 단순한 재정 이슈를 넘어, 소득 불균형 심화와 산업 성장 저해에 대한 논란도 낳고 있다. NYT는 "이 법안은 빈곤층의 소득은 4% 줄이는 반면, 부유층의 소득을 2% 늘리는 내용을 담고 있다"며 "로빈후드의 정반대"고 비판했다. 이어 "부유층에 세금을 부과하지 않고 오히려 이들에게 돈을 빌려 이자까지 지급하는 방식은 '같은 사람에게서 더 나쁜 조건으로 돈을 빌리는 것'"이라고 꼬집으며 "지금이야말로 부유층에 대한 과세를 늘리고, 사회보장과 메디케어 구조 개편에 나서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한때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정부효율부(DOGE)를 이끌었던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 역시 해당 법안에 대해 강도 높게 비판하고 나섰다. 그는 지난달 28일 엑스(X)를 통해 "최근 나온 상원의 초안 법안은 역겹고 추악한 괴물(abomination)"이라며 "미국 내 수백만 개의 일자리를 파괴하고 나라에 막대한 전략적 피해를 초래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이 법안이 그동안 자신이 주도해 온 정부 지출 절감 노력을 무위로 만들었다"면서 내년 중간선거에서 법안을 찬성한 의원들에 대한 낙선운동을 시사했다.

공화당 내에서도 잡음이 이어지고 있다. 일부 상원의원들은 메디케이드와 청정에너지 세액공제에 대한 삭감이 지나치다고 우려했고, 이미 표결에 참여한 하원의원들은 인지하지 못한 조항이 포함됐다며 뒤늦은 유감을 표하기도 했다. 일례로 마조리 테일러 그린 하원의원은 “10년간 인공지능(AI)에 대한 주정부 규제를 금지하는 조항이 있는 줄 몰랐다”며 “사전에 알았다면 반대표를 던졌을 것”이라고 시인했다. 1,037쪽 분량의 법안이 통과되기 불과 몇 시간 전에 공개돼 의원들이 내용을 숙지하지 못한 채 표결이 이루어졌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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