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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과학이 아무리 옳아도 받아들여지지 않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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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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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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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인 ‘갈수록 과학에 회의적’
‘기존 가치’ 부정하면 ‘저항’
‘사실 전달’보다 ‘관계 정립’이 중요

본 기사는 VoxEU–CEPR(경제정책연구센터)의 칼럼을 The Economy 편집팀이 재작성한 것입니다. 원문 분석을 참조해 해석과 논평을 추가했으며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VoxEU 및 CEPR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음을 밝힙니다.

데이터가 넘쳐 나는 세상인데도 과학을 회의적으로 보는 미국인이 늘어나고 있다. 무지 때문이 아니라 불신 때문이다. 조사를 보면 76%의 미국인이 과학자들에게 최소한의 신뢰는 가지고 있다. 하지만 1/4은 거의 또는 아예 믿지 않는다. 정보가 불충분해서가 아니라 제도와 사람을 신뢰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한다.

사진=ChatGPT

미국인 4명 중 1명, “과학 신뢰 안 해”

수십 년간 과학적 사실을 전하려는 사람들은 오해를 푸는 방법이 더 많은 정보를 전달하는 것이라고 여겼다. 차트나 연구 자료, 통계 같은 것들 말이다. 하지만 단순히 잘못된 믿음을 수정해 주는 것만으로는 원하는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것이 반복해서 드러나고 있다. 오히려 역풍을 맞기가 더 쉽다. 사람들은 새로운 정보가 본인들의 정체성과 가치를 위협한다고 판단하면 기존의 믿음을 더욱 강화하려는 경향을 보인다. 그러니까 이건 논리가 아닌 감정에 대한 것이다.

즉 사실만으로 대중의 인식을 변화시킬 수 없는 이유는 ‘믿음의 체계’(belief system) 때문이다. 사람들은 증거만 따로 떼서 평가하지 않고 정치적, 문화적, 종교적 정체성이라는 렌즈를 통해 판단한다. 특히 과학적 주장이 집단의 가치와 부딪칠 때는, 교육 수준이 높은 사람들도 기존의 믿음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아는 것이 많을수록 기존의 신념을 지키기도 쉬운 것이다.

가치와 소속감 위협하면 ‘불신으로’

따라서 믿음이 논리적 사고의 결과라고 생각하는 것은 잘못이다. 오히려 믿음은 사회적 결속과 소속감을 강화하는 요소다. 과학이 소속감을 위협하면 반응은 호기심이 아닌 방어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효과적인 의사소통을 위해서는 믿음의 지적인 면만이 아닌 감정적이고 사회적인 면을 고려해야 한다.

과학계가 설득을 위해 자주 사용하는 방법이 합의 메시지(consensus messaging)인데, 기후 변화나 백신 안전 등에 대해 대다수의 과학자가 동의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 방법도 대중의 의견을 몇 %P 움직이는 것이 전부다. 오히려 극단적인 회의론을 가진 사람들은 엘리트주의나 조작에 대한 경계로 더욱 강한 저항감을 발전시킬 수 있다.

여기서 의사소통 전략을 생각할 때 명심할 점은 내용만큼 전달자가 중요하다는 사실이다. 그런 면에서 과학자들의 의견을 목회자나 의사 등 지역 인사와 짝짓는 것은 외부 기관에 대한 경계심이 강한 지역 사회에서 효과적일 수 있다.

합의 메시지가 기후 변화에 대한 믿음에 미치는 영향
주: 메시지 없음, 합의 메시지만, 합의 메시지+기존 가치와의 연결, 합의 메시지+지역 사회 인사 / 영향 정도(Hedge’s g), 의견 수용률(%)(Change in Belief Acceptance)

민주당원이 과학자 ‘더 많이 신뢰’

또 데이터를 보면 과학에 대한 믿음이 정치적 입장에 따라 나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민주당원의 88%가 과학자들을 신뢰한다고 한 반면, 공화당원의 66%만이 그렇다고 밝혔고 격차는 계속 커지고 있다. 정치적 입장이 교육 수준보다 과학에 대한 믿음을 판단하기에 더 정확한 척도가 된 것이다.

정치적 입장에 따른 과학자 신뢰도(%)(2020~2024년)
주: 높은 신뢰를 가진 공화당원(청색), 높은 신뢰를 가진 민주당원(짙은 청색)

교육 정도가 높은 부유한 지역 사회의 구성원도 과학 기관이 자신의 가치를 반영하지 않는다고 느끼면 회의론을 바꾸지 않는 경우가 많다. 정책 당국은 목적이 백신 수용이든 친환경 에너지 홍보든 전면적인 호응을 기대해서는 안 된다. 오히려 과학적 조언에 대한 다양한 태도를 수용할 수 있는 유연한 프로그램을 강구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업무적이기보다 관계를 중시하는 방식이 좋다. 지역 포럼이나 과학 카페, 공동 연구 등 지역 사회 기반의 접근법은 과학에 관한 대화를 일상생활과 연결하는 데 유용하다. 사실 전달에 그치지 않고 장기적인 관계를 구축할 수 있는 것이다. 지역 주민과 오래 교류하고 동반자로 대우하면 신뢰가 커지고 프로그램 참여율도 높아진다. 사람들은 정확한 사실 못지않게 공감과 존중의 느낌에 반응한다.

다양한 의견에 귀 기울이는 ‘지적 겸손’ 필요

결국 현대 과학이 품어야 하는 마음가짐은 과학적 지식에도 결함이 있을 수 있다는 인식론적 겸손(epistemic humility)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의 권위가 추락할까 걱정할 필요는 없다. 오히려 불확실성에 대한 솔직한 태도로 신뢰를 키울 수 있다. 그러므로 가능하다면 자문 위원회, 공동 연구, 교과 과정 등에 시민들을 참여시키는 것이 좋다.

하루아침에 회의론자들을 개심시킬 마법의 구호나 캠페인 같은 것은 없다. 잘못 알고 있다고 망신을 주거나 교정해 주는 방식은 역효과를 부를 가능성이 높다. 대신 대화에는 마음을 열었지만 확신은 없는 ‘설득 가능한 중도층’(persuadable middle)에 집중해야 한다. 압박이 아닌, 지속적이고 신뢰에 기반한 관계 강화를 통한다면 이들을 설득할 수 있다.

그러니까 중요한 점은 의사소통을 더 잘하는 게 아니라 과학과 사회의 관계를 재정립하는 것이다. 말하기보다는 듣고, 가르치기보다는 관계를 맺고, 아는 것만큼 모르는 것에 대해서도 솔직한 태도를 취하는 것이다. 그것이 상호 이해를 통해 불신의 간극을 넘는 유일한 방법이다.

원문의 저자는 마크 보슬로우(Mark Boslough) 뉴멕시코 대학교(University of New Mexico) 교수입니다. 영어 원문은 A Sodom and Gomorrah Story Shows Scientific Facts Aren’t Settled by Public Opinion | Scientific American에 게재돼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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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