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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량'·'한산' 후속작 '노량:죽음의 바다', 개봉 앞두고 투자 공모 시작 소액 투자 모아 투자금 마련하고, 입소문으로 홍보하는 '일석이조' 효과 개인 투자자도 영화로 흥행 수익 올린다? 흥미로운 소액 투자처
K-콘텐츠 투자 플랫폼을 운영하는 펀더풀이 다음 달 20일 개봉하는 영화 <노량 : 죽음의 바다>에 대한 투자 공모를 진행한다고 27일 밝혔다. 관객 수와 매출액 등 영화 흥행 여부에 따라 투자 손익이 결정되는 상품을 내놓은 것이다. 이 같은 영화계의 '크라우드 펀딩'은 꾸준히 시장 영향력을 키워오고 있다. 영화계는 자금 조달 및 마케팅 효과를, 투자자는 소액 투자를 통한 수익 실현을 노리는 '윈-윈' 구조가 형성된 셈이다.
이순신 3부작 마지막 작품, 펀딩 기대 실려
펀더풀의 <노량 : 죽음의 바다> 공모는 누구나 최소 50만원부터 투자할 수 있는 상품이며, 모집 목표 금액에 따라 선착순 마감되는 방식으로 운영된다. 펀딩의 주인공인 <노량 : 죽음의 바다>는 2014년 <명량>, 지난해 <한산 : 용의 출현>에 이은 이순신 3부작의 마지막 작품으로, 크리스마스 연휴 직전인 20일 전후에 개봉될 가능성이 크다.
이순신 3부작의 첫 출발인 <명량>은 극장 관객 1,761만 명을 동원하며 한국 영화 역대 흥행 1위를 기록한 바 있다. 당시 <명량>에 자금을 댄 투자자들이 두 배가 넘는 수익을 올렸다는 소식이 전해지기도 했다. 두 번째 작품인 <한산 : 용의 출현>도 726만 명에 달하는 관객을 끌어모으며 흥행했다. 개봉 한 달 후 OTT '쿠팡플레이'에 150억원 내외로 판매되며 부가 수익을 올리기도 했다.
<노량 : 죽음의 바다>에는 <한산 : 용의 출현>과 유사한 수준의 총제작비(312억원)가 투입됐다. 손익분기점(BEP) 역시 전작과 유사한 600만 명 내외일 것으로 전망된다. <노량 : 죽음의 바다>가 차후 BEP를 손쉽게 넘길 것이라는 시장 전망이 제기되는 가운데, 소액 투자자들은 펀딩 상품의 투자 수익에 기대를 걸고 있다. 펀더풀은 이미 지난해 <한산 : 용의 출현>에 대한 공모를 진행해 약 11%에 달하는 최종 수익률을 기록한 바 있다.
영화 크라우드 펀딩으로 개인도 수익 창출 가능
펀더풀의 투자는 일종의 '크라우드 펀딩' 형태다. 크라우드 펀딩은 상품, 서비스, 작품 등의 프로젝트를 보유한 자금 수요자가 온라인 플랫폼에 상품을 소개, 다수의 소액 투자자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는 행위를 일컫는다. 최근 크라우드 펀딩은 특정 프로젝트의 완성을 응원하는 '소액 기부' 성격이 강한 편이지만, 영화계에서는 수익을 목적으로 한 크라우드 펀딩 사례가 꾸준히 쌓여가고 있다.
대중이 소액을 투자하는 증권형 크라우드펀딩 제도가 본격 시행된 것은 2016년 1월부터다. 이후 2017년부터 일반인의 영화 크라우드 펀딩 사례가 수면 위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사례가 영화 <너의 이름은>이다. <너의 이름은>은 개봉 3주 전 크라우드 펀딩 중개업체인 와디즈와 함께 크라우드 펀딩을 진행, 1억5,000만원을 모집하는 데 성공했다. 개봉 후 해당 작품은 373만 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고, 크라우드 펀딩에 참여해 영화의 채권을 산 투자자들은 자그마치 41.2%의 수익률을 올렸다.
영화 <판도라>는 리워드형과 투자형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대형 스케일의 펀딩 프로젝트를 오픈, 13일 만에 투자형 크라우드 펀딩 법정 최고액인 7억원 모금에 성공했다. 영화 <승리호> 역시 크라우드펀딩 플랫폼 크라우디를 통해 일반인 투자를 받았으나, 당시 목표금액 3억원을 채우지 못해 펀딩 기간을 1주일 연장하기도 했다.
정치인 이야기까지 먹힌다, '기회의 장' 크라우드 펀딩
또 다른 성공 사례로는 다큐멘터리 영화 <노무현입니다>의 크라우드 펀딩을 들 수 있다. 크라우드펀딩 업체 와디즈에 따르면, 2017년 5월 23일 오후 2시에 개시된 <노무현입니다>의 펀딩은 당일 오후 2시 26분 마감됐다. 단 26분 만에 목표 금액을 채운 것이다. 투자자가 몰리면서 한때 웹사이트가 마비되기도 했다. 이후 <노무현입니다>는 2, 3차 펀딩에서 총 4억8,900만원의 투자금을 확보, 목표치의 245%를 달성했다.
올해 4월에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 <문재인입니다>가 크라우드 펀딩으로 대규모 후원금을 확보하기도 했다. <문재인입니다>는 2017년 <노무현입니다>를 제작한 이창재 감독이 연출을 맡은 작품으로, 크라우드 펀딩 사이트 '텀블벅'에서 열흘간 펀딩을 진행해 총 14억8,782만원의 후원금을 끌어모았다. 정치인 소재 다큐멘터리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는 '호불호' 리스크를 지지층의 후원으로 완화한 사례다.
산업계에서 크라우드 펀딩은 아이디어를 현실로 이끌어내는 '기회의 장'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애니메이션, 영화, 다큐멘터리 등 영상물 제작 분야에서도 마찬가지다. 크라우드 펀딩은 영화 제작자 입장에선 수익과 마케팅 효과를 동시에 올릴 기회며, 투자자 입장에선 소액으로 투자 수익을 기대할 수 있는 흥미로운 투자처다. 멀티플렉스의 침체로 영화 수요가 눈에 띄게 감소한 가운데, 크라우드 펀딩은 대중의 영화계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는 계기가 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