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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봇이 인간 CEO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 대부분 전문가 고개 '절레' AI는 패턴 인식만 잘할 뿐, 정성적 영역은 인간 대체할 수 없다 AI 활용한 단순 업무 자동화도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혀 있는 상황
최근 폴란드에서 AI(인공지능)를 탑재한 인간형 로봇이 기업 CEO를 맡아 화제다. 해당 기업의 회장은 인간형 로봇이 AI 기술을 앞세워 정확하고 빠르게 기업 경영과 관련한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등 CEO 역할을 잘 해내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업계 및 학계 대부분 전문가들은 이같은 AI CEO는 단지 마케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현재 AI 기술력으로는 정해진 패턴을 발견하는 데 이점이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또한 기업의 미래 향방과 관련한 복잡한 의사결정의 경우 직관, 창의성, 고도의 논리적 추론력 등 정성적 능력을 요구로 하는 만큼 인간이 아닌 경우에서야 제대로 된 업무를 수행하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같은 맥락으로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완전히 차지할 것이라는 우려에도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자동화될 수 있는 업무를 제외하면 인력 구성이 크게 바뀌진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심지어 지금 당장 AI 부품 수급이 불균형 상태에 있는 데다, 여전히 고질적인 오류가 출력되는 등 해결해야 하는 문제들도 남아 있는 만큼 인간의 일부 업무를 자동화하는 것조차도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폴란드 주류기업 딕타도르, AI 휴머노이드 '미카' CEO로 임명
최근 AI의 일자리 대체 문제로 떠들썩한 가운데, 미국 언론 매체 폭스비즈니스에서 '미카, 세계 최초 AI 휴머노이드 로봇 CEO가 되다'라는 기사를 통해 세계 최초로 AI를 CEO로 임명한 기업의 사례가 재조명됐다.
폴란드 주류기업 딕타도르(Dictador)는 지난 9월 '미카'라는 이름의 AI 탑재 인간형 로봇(휴머노이드)을 CEO로 임명한 바 있다. AI는 편견 없이 이성적인 선택만 할 수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그 후 약 한 달, 폭스비즈니스에 따르면 미카는 회의 진행 외에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이사회 결정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는 것으로도 알려졌다. 현재 소셜미디어 링크드인에는 'Mika AI CEO'라는 미카의 공식 계정도 있다.
미카의 개발은 홍콩에 기반을 둔 로봇기업 핸슨로보틱스가 맡았다. 핸슨은 국내에서도 낯설지 않은 기업으로, 2016년 미카의 언니 격인 소피아를 개발해 화제를 일으킨 기업이다. 핸슨 로보틱스의 CEO 데이비드 핸슨은 폭스비즈니스와의 인터뷰에서 "진정으로 안전하고, 선한 AI를 만들기 위해선 AI에게 사람을 배려하는 법을 가르쳐야 한다고 확신한다"며 "AI의 인간화가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미카 AI, 인간 CEO의 연역적 추론은 대체하지 못할 것
다만 폭스비즈니스는 AI가 인류 대부분의 일자리를 빼앗을 가능성에 대해서는 우려를 표했다. 특히 미카 AI의 데이터 분석을 통한 의사결정에 주목했다. 미카 AI가 머신러닝 알고리즘을 활용해 사람 대신 광범위하고 다양한 데이터를 수집 및 분석하고, 이를 기반으로 전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해 딕타도르의 마렉 졸드로브스키 회장은 "단순 마케팅을 위해 미카를 임명한 게 아니다"라며 "실제 회사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대부분의 AI 전문가들은 미카의 기술력이 인간 CEO를 대체할 수준은 되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다. 현재 AI의 기술력은 다소 복잡해 보이는 데이터 안에서 패턴을 찾아내는 '귀납적인 알고리즘'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복잡한 현실 속에서 기업의 중장기 미래 향방을 결정하기 위해선, 단순 패턴 발견을 넘어 현실 상황을 꿰뚫어 볼 수 있는 인간의 정성적·연역적 추론 능력만이 빛을 발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한 AI 전문가는 "챗GPT로 인해 생성형 AI 등에 대한 각종 억측이 난무하지만, 챗GPT가 기반하고 있는 LLM 모델과 구성 방식을 고려한다면 미카를 포함한 생성형 AI는 기존 자료를 재구성하는 업무 등을 자동화하는 데 특화됐을 뿐, 고도의 논리적 추론, 창의성, 직관, 혜안이 필요한 분야는 여전히 고급 인력이 필요하다"고 분석했다.
AI 반도체 공급 부족, 환각 문제도 풀어야 할 문제
학계에선 AI가 인간의 일자리를 대체할 수 있긴커녕, 인더스트리에 초기 도입되는 과정부터 난항을 겪고 있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매사추세츠공대(MIT) 커넥션 사이언스 연구소 소속의 더글라스 킴 연구원은 "현재 오픈AI나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앞다퉈 생성형 AI 서비스들을 내놓고 있으나, 이같은 상황과 대조적으로 현재 대다수의 기업은 인프라 부족 등의 이유로 해당 서비스를 활용할 준비가 돼 있지 않다"고 분석했다.
특히 대규모 언어 모델(LLM)로 작동하는 GPT-4의 경우, 관련 계산을 수행하는 데 엄청난 양의 컴퓨팅 파워가 요구되는 만큼, 이에 걸맞은 고성능·고용량의 반도체가 필요하다. 이를 AI 반도체라고 하는데, 최근 생성형 AI 열풍이 불면서 반도체 AI에 대한 수요가 쏠려 정작 해당 수요를 충족시킬 정도의 반도체 공급에는 차질을 빚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한 IT 업계 관계자는 "현재 엔비디아가 주문받은 AI 반도체를 기업에 전달하는 데 2~3개월 정도 걸리고 있으며 해당 기간도 점점 더 늘어날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LLM의 고질병인 '환각(Hallucination)'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고 있지 못하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AI에 있어 환각이란 AI가 사실이 아닌 내용을 마치 사실처럼 꾸며서 답변하는 것을 의미하는데, 잘못된 데이터를 학습하거나 주어진 단어를 기반으로 다음에 위치할 단어를 확률적으로 예측하는 생성형 AI의 특성상 불가피하게 나타난다. 즉 생성형 AI가 아무리 빠르고 효율적으로 결괏값을 출력한다고 하더라도, 그 출력물을 완벽히 신뢰하긴 어려운 만큼 AI를 활용한 업무 수행에 있어서도 여전히 전문성이 있는 인력은 존재해야 한다는 분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