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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가 제기하는 대학의 ‘존재 의미’ 사고 멈춘 학생들과 효율화 직면한 대학 본질 유지하며 진화할 수 있을까?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가속화되는 기술 발전과 제도적 변화 속에서 오랜 세월 지식의 중심 역할을 해 온 대학이 갈림길에 섰다. 챗GPT를 비롯한 인공지능(AI) 도구의 출현으로 학계는 사고와 학습, 인간 정신에 대한 본질적인 질문을 맞이하고 있다. 대학 시스템을 사고력 배양보다 결과물 생성에 적합하게 능률화하라는 경제적, 정치적 압력도 거세다. 교과과정이나 예산의 문제를 넘어 고등교육의 본질에 대한 심각한 도전이다.

‘탐구 과정’ 멈춘 학생들
과거에는 과제 수행이 길고 불편했다. 도서관 서가 사이를 돌아다니며 카드 목록을 뒤적이고 확실치 않은 질문을 완성해 가는 과정이었다. 인터넷과 함께 등장한 검색 사이트가 정보 탐색에 혁신을 가져왔지만 적어도 생각하는 것은 온전히 학생들의 몫이었다. 하지만 현세대는 AI에 사실 관계만이 아니라 정답을 원한다. 대학에서 가르치는 이들이 느끼는 불편함은 학생들이 스스로 사고하는 것을 멈췄다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질문을 형성하고 해답을 탐색하는 대신 챗GPT를 유일한 최종 해결책으로 여기는 것이다. 한 대학 교수는 학생들이 궁금해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인공지능에 질문을 입력한다고 지적한다. 본인들이 개념을 제대로 이해했는지에 대한 성찰 없이 AI에 설명만 요구하는 것이다. 표절의 영역을 넘어 ‘사고의 부식’(erosion of thought)이라는 개탄까지 나온다.
이는 기계의 도움이 상시 대기하는 시대에 진정한 학습이란 무엇인지에 관한 질문을 던진다. 모든 질문에 즉각적인 답이 제공된다면 학생들은 진정한 이해를 위한 얻기 위한 고통스러운 과정을 거칠 이유가 없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하지만 누가 뭐래도 배움은 단순한 질의응답이 아닌 복잡하고 어려운 문제를 스스로 풀어가는 과정이어야 한다. 따라서 자신도 현대화와 최적화의 압력에 직면한 대학이 해결해야 하는 질문은 이것이다. 어떻게 AI의 장점을 살리면서 학문적 열정을 유지할 것인가?
대학도 ‘자동화, 효율화’ 압력 심화
학생들이 갈수록 생성형(generative) AI에 스스로의 사고를 맡기면서 교육 기관 자체도 자동화와 효율화에 대한 유혹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실제로도 비판적 연구 중심으로서의 역할을 포기하고 민간 기업을 닮아가기 시작한 대학들이 많다. 그러니까 운영을 최적화하고, 성과 지표를 추구하며, 학문적 탐구보다는 수익을 우선시하는 것이다.
이러니 대학 교수진은 멘토십과 학제 간 연구, 철학적 탐구가 줄어드는 것을 개탄할 수밖에 없다. 교과과정은 최적의 취업 준비생을 길러내는 도구가 됐고, 지적 공헌보다는 투자 수익률이 부서 평가에 우선한다. 누군가의 지적대로 대학이 아닌 공장으로 변하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전반적인 경제적, 정치적 압력을 반영한 것이기도 하다. 정부는 눈에 보이는 결과를 요구하고, 학부모는 등록금에 걸맞은 가치를 원하고, 관리부서는 재학생 유지율과 졸업률, 취업률로 성공을 가늠한다. 마음을 기르고, 규범에 도전하며, 경험을 확장하는, 이른바 대학의 전통적 사명으로 여겨져 온 가치들이 시들어 가는 것은 당연하다.
본질 유지한 채 진화할 수 있을까?
누군가에게는 글로벌 경쟁의 시대에 대학이 효율화를 추구하고, 실용성을 바탕으로 변화에 적응하는 것이 당연한 일일 것이다. 하지만 다른 누군가에게는 효율의 추구가 교육의 본질을 망치는 행위다. 속도와 생산성이 대학을 평가하는 유일한 지표라면, 궁금해하고 의심하며 반대할 수 있는 공간은 사라질 수밖에 없다. 이들은 근본적인 변화를 끌어내는 교육의 핵심 요소임이 분명한데도 말이다.
그렇다면 핵심적인 질문은 교육기관들이 본질을 유지한 채 진화할 수 있는가이다. 질문을 염두에 둔다면 문제는 AI도 아니고 효율성 추구도 아닌 실행 자체에 있다. 비판적 사고와 치밀한 설계를 가지고 기술적 도구들에 접근한다면 학문적 온전성을 유지할 가능성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챗GPT를 그저 지름길이나 비용 절감의 도구로만 본다면 교육을 더도 덜도 아닌 ‘내용 전달’(content delivery)로 격하시키는 결과가 될 것이다.
이미 도전에 맞서는 대학들이 있다. AI 문해력 과목을 개설하고, 학생들이 AI의 결과물을 맹목적으로 받아들이기보다 비판하고 질문하도록 요구하기도 한다. 또는 AI의 불가피함을 인정하되 윤리적, 교육적 안전장치와 함께 정책에 통합하려고 시도한다. 그렇게 한다면 챗GPT는 인간 사고에 대한 위협이 아닌 ‘재정의’(redefining)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인간적 심오함과 기계적 효율성의 결합
현재 교육 현장을 지배하는 질문은 다음과 같은 것들이다. AI는 의존성을 심화할 것인가? 아니면 배움의 촉진제가 될 것인가? 대학은 본질을 희생하며 효율성을 추구하려는 욕구에 저항할 수 있을 것인가?
질문에 대한 적절한 답은 교육을 결과가 아닌 과정으로 생각하고, 해답만큼 질문을 가치 있게 여기며, 배움을 목적지가 아닌 경로로 생각하는 사고방식에서 나올 것이다. 교육기관들이 기술적, 경제적, 이념적 압력에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 미래 세대의 사고방식이 결정되고 대학의 역할이 재정의될 것이다. 어려운 도전이지만 인간성의 심오함과 21세기 기술을 통합한 교육의 비전을 재선포하는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The Mind at Risk: How AI and Market Pressures Are Reshaping Higher Education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