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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행정부와 '전면승부' 벌이는 하버드대학교, 그 속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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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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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버드, 美 사회 '팔레스타인 논쟁' 중심축으로 부상
자금 압박에 짓눌리며 사면초가 상황 놓여
하버드의 팔레스타인 지지는 이미지 관리 위한 행보? 

하버드대학교를 둘러싸고 벌어진 정쟁이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 출범 이래 미국 사회의 이념 갈등이 나날이 격화하는 가운데, 하버드가 정부의 억압에 전면적으로 저항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양상이다.

트럼프 행정부와 하버드의 충돌

26일 외신 등에 따르면, 최근 수개월 사이 하버드는 학문적 자유와 정치권력의 충돌 지점으로 급부상했다. 논란의 도화선은 팔레스타인의 서사를 조명한 <하버드 교육 리뷰> 특집호였다. 하버드는 해당 특집호에 시, 수필, 연구 논문 등을 담아 팔레스타인의 추방 경험과 탈식민 교육을 묘사했다. 팔레스타인을 지지하는 이들은 이 같은 하버드대의 행보를 '포용적'이라고 평가했으나, 보수 성향 정치인들과 친이스라엘 단체들은 하버드대가 학문을 정치화했다며 강하게 반발했다.

이에 더해 하버드는 트럼프 행정부의 DEI(다양성·형평성·포용성) 정책 폐지 요구에도 반기를 들었다. 정부의 요구가 학문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이유에서였다. 앨런 가버 하버드 총장은 린다 맥맨 미국 교육부 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직접적인 불복 의사를 밝히기도 했다. 이후 트럼프 행정부는 하버드가 유대인에 대한 혐오를 조장했다고 간주해 20억 달러(약 2조8,000억원) 규모의 연방 지원금 지급을 중단했고, 하버드는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며 맞불을 놨다. 하버드를 중심으로 일종의 이념 전쟁이 벌어진 것이다.

하버드 짓누르는 '딜레마'

문제는 하버드를 둘러싼 재정적 압박이 점점 거세지고 있다는 점이다. 정부뿐만 아니라 이스라엘을 지지하는 유력 유대계 기부자들도 하버드의 행보에 불만을 품고 있기 때문이다. 대학 경영진은 졸지에 사면초가의 상황에 처했다. 학문 자유와 다양성을 옹호하는 노선을 채택하면 경제적 불이익을, 정부의 요구에 따를 경우 학계의 비판을 떠안게 될 위기에 놓인 것이다. 현지 시민단체들은 이 같은 하버드의 딜레마가 미국 전역 대학들이 처한 구조적 현실을 여실히 보여준다고 평가한다. 정치적 이해관계와 기부금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질수록 대학의 '중립 공간'으로서의 기능은 약화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미국의 학계는 숨을 죽이고 하버드가 소수자의 목소리를 끝까지 수호할지, 혹은 외압에 굴복할지를 지켜보고 있다. 하버드의 선택에 따라 미국 고등교육 체계 자체가 변화의 국면을 맞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만약 하버드가 정부의 압박 앞에 무릎을 꿇을 경우, 이념 통제를 기반으로 대학을 재편하려는 트럼프 행정부의 움직임에 한층 속도가 붙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분쟁에는 단순 하버드의 경영 노선뿐만 아니라 미국 대학가의 정체성 그 자체가 달려 있는 셈이다.

"진정한 연대 아니다" 비판도

하버드발(發) 논란이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는 가운데, 일각에서는 하버드가 보여준 팔레스타인 지지 행보의 '진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연방의 학계 감시가 강화되자, 하버드가 연구 주도권을 지키기 위해 전략적으로 정부에 반기를 들었다는 시각이다. 즉 하버드는 팔레스타인에 대한 우호적 시각을 담은 편집물을 발간하고, 학생들의 포용 요구에 응답하면서 팔레스타인 이슈를 '학문적 자율성'의 상징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실제 미국의 대학들은 과거에도 사회적 이슈를 무기 삼아 외부 이미지와 내부 통제력을 동시에 관리해 왔다.

이에 한편에서는 하버드의 행보가 지나치게 '이중적'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하버드가 팔레스타인에 진정한 연대를 보내기는커녕, 팔레스타인이 겪는 고통을 단순한 정치 협상 수단으로 전락시켰다는 것이다. 실제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투고된 한 칼럼은 "하버드는 표현의 자유를 내세우면서도, 그간 친팔레스타인 목소리를 행정 조치·모호한 규정·기부자 배려로 억눌러 왔다"고 꼬집기도 했다. 결국 하버드의 연대는 팔레스타인이 처한 근본적인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이 되지 못했으며, 단순 '이미지 조정' 효과만을 위한 보여주기식 행보에 불과하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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