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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폴리시] 중년의 행복은 어디에서 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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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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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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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행복 격차, ‘고용 안정성’이 원인
남유럽 중년층이 ‘가장 불행’
공적 자금 투입해 ‘지역 격차 줄여야’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지난 5월 발표된 유로존의 실업률은 6.3%로 사상 최저를 기록했다. 하지만 네덜란드의 장기 실업률이 0.5%에 불과한 반면, 그리스는 5.4%를 넘는 등 지역 간 현격한 격차가 존재했다. 여기에 35~64세에 해당하는 유럽 인구의 ‘삶에 대한 만족도’(life satisfaction)가 크게 하락했다. 두 가지 지표 사이에는 밀접한 연관관계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사진=ChatGPT

유럽 ‘남북 격차’ 늘고 ‘행복도’ 하락

최근 조사에 따르면 행복도가 중년에 바닥을 친 후 다시 상승하는 패턴을 나타내는 ‘U자형 곡선’이 남유럽에서 사라진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이탈리아나 그리스 등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행복감이 감소했다. 반면 덴마크와 영국을 비롯한 북유럽은 U자 곡선이 유지됐다. 이러한 지역적 차이의 원인은 나이도 인생관도 아닌 직업 안정성(job security)이었다.

유럽 각국 연령 증가에 따른 행복도 변화
주: 연령(X축), 행복도(Y축), 그리스, 덴마크, 이탈리아, 영국(좌→우, 상→하 순서)

오랫동안 중년기의 불만족감은 불가피한 것으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는 나이 때문이 아니라 반복되는 해고와 임시직 고용, 장기간의 실업을 포함한 노동 시장 불안정 때문이었다. 제도적 약점 때문에 직업 안정성이 떨어지는 남유럽에서는 나이가 들수록 행복도가 줄어들지만, 안정적인 고용과 유연한 근무가 허용되는 북유럽은 정반대의 패턴을 보이는 것이 드러났다. 줄여 말하면 안정적인 일자리를 가진 이들이 정신적으로 건강하고 삶의 만족도도 높다는 것이다.

직업 안정성이 ‘행복도 좌우’

작년에 실시된 미국의 조사도 마찬가지 결과를 보여준다. 직업 안정성과 유연한 근무 형태가 심각한 심리적 스트레스를 각각 25%씩 줄이는 것으로 나타났는데, 이 정도면 모든 인구의 행복도를 좌우할 수 있는 수치다.

고용과 관련해 남유럽과 북유럽의 차이는 심각하다. 작년 유럽연합(EU) 전체의 취업률은 75.8%였지만 이탈리아는 67.1%로 한참 뒤처진 결과를 보였다. 또 네덜란드의 장기 실업률이 사실상 0에 가까운 반면, 그리스와 스페인은 믿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 임시직 고용도 남유럽에서 훨씬 흔하게 발견된다.

취업률과 실업률, 고용 계약을 결합해 산정한 ‘직업 안정성 지수’(security index)는 남유럽-북유럽 간 20~30점 가까이 차이가 난다. 이는 한 사람의 행복도가 지나갈 궤적을 바꾸기에 충분하고, 재무적 부담과 가족 부양의 의무가 함께 인생을 짓누르는 중년기에는 더욱 그렇다. 2013년 24.4%에서 2023년 14.5%로 크게 줄어든 청년 인구 실업률과 비교하면 중년의 ‘행복 위기’(wellbeing crisis)는 심각해 보인다.

유럽 각국 청년 실업률 추이
주: 연도(X축), 실업률(Y축), 그리스, 스페인, 프랑스, 이탈리아, 포르투갈(보기 좌→우, 상→하 순서)

‘고용 안정’ 북유럽은 나이 들수록 ‘행복도 상승’

안정적 고용이 일반적인 북유럽에는 U자형 곡선이 건재하다. 나이가 들며 행복감이 늘어나는 것이다. 하지만 계약직과 실업이 만연한 남유럽에서 나이를 먹는 것은 더 많은 스트레스와 줄어드는 기회를 의미한다. 그래서 뒤집힌 U자형 커브가 나타난다. 주거비 스트레스와 건강이 주원인이라는 의견도 있지만, 변수들을 포함해도 직업 안정성이 예외 없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해당 문제에는 정책 당국은 물론 교육 기관들도 책임이 있다. 남유럽의 손꼽히는 대학과 학교는 그들 자체가 주요 고용주임에도 불안정한 고용 계약에 의존하는 경우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교육 기관들부터 임시직 고용을 줄여나가면서, 유연 근무제를 특혜가 아닌 기본 권리로 여기는 발상의 전환도 필요하다. 또한 학생들에게는 고용 계약과 보험 제도, 노동권 등에 대한 교육을 통해 ‘직업 안정성’을 판단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줘야 한다.

‘중년층 직업 안정’이 핵심

정책 당국은 중년층의 고용 시장 재진입을 돕는 프로그램을 강화하고, 공적 자금을 투입해 임시직을 정규직으로 전환하는데 힘을 기울여야 한다. 또 EU 결속기금(Cohesion Funds, 저소득 회원국을 지원하기 위한 EU 금융 상품)을 활용해 남유럽과 북유럽 간 불균형을 해소해 나가야 한다.

결론은 명확하다. 직업 안정성은 더 이상 경제 지표만이 아닌 공중 보건상의 변수임이 분명해졌기 때문이다. 유럽의 정부들이 지역 간 행복 격차를 줄이려는 의지가 있다면 보여주기식 웰빙 프로그램에 머물지 말고 고용 구조를 직접적으로 손봐야 한다. 행복은 당사자가 누구이며 어디 출신이고 어느 곳에 사는지에 달려있지 않다. 내일 더 나은 직업을 구할 수 있음을 확신할 수 있을 때 따라온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ontract, Not Chronology: Why Europe’s North–South Wellbeing Gap Tracks Job Security More Than Age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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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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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