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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 업계 거래관행 조사 실시한 공정위, 악습 개선 오히려 더뎌졌다? 온라인 쇼핑몰 중심으로 불공정거래 심화, 시장 지배력 위한 '잘못된 선택' 납품·하청업체 지원 제도 있어도 무용지물, 대응책 명확히 인지해야
카카오(선물하기)·쿠팡·마켓컬리 등 온라인 쇼핑몰들의 납품 거래 관행 개선이 업계 내에서 특히 저조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거래위원회는 27일 '2023년 유통분야 거래관행 서면실태조사 결과'를 발표, 이같이 밝혔다. 온라인 유통 시장이 빠르게 덩치를 불려 가는 가운데, 시장 선점 및 최저가를 유지하기 위한 불공정거래가 이어지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온라인 유통 업계의 '불공정거래'
이번 실태조사는 34개 브랜드 대규모 유통업체와 거래하는 납품업체 7,000개사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공정위 조사 결과에 따르면 대규모 유통업체 거래 관행이 전년에 비해 개선됐다고 응답한 납품업체 비율은 90.7%에 불과했다. 지난해(92.9%) 대비 2.2%포인트(p) 하락한 수준이다.
업태별로 거래 관행 개선율을 보면 △대형마트·기업형 슈퍼마켓(SSM) 94.6% △TV홈쇼핑 93.9% △T-커머스 93.6% △편의점 93.1% △아울렛·복합몰 92.1% △백화점 91.9% △온라인 쇼핑몰 80.6% 등 순으로 높았다. 온라인 쇼핑몰의 거래 관행 개선 정도는 여타 유통 채널과 대비 10%p 이상 낮게 나타난 것이다.
행위 유형별 거래 개선 정도는 상품의 반품(93.8%), 계약서면 교부(83.7%) 등의 순서로 높았으며, 거래 개선 정도가 가장 낮은 항목은 판매장려금(87.8%)이었다. 정부가 권장하는 납품업체와의 표준거래계약서 사용률은 업태 평균 98.4% 수준이었다. TV홈쇼핑, T-커머스, 편의점의 경우 사용률이 100%를 기록한 반면, 온라인 쇼핑몰(98.0%), 대형마트·SSM(97.9%), 아울렛·복합몰(97.2%) 등은 평균치를 밑돌았다.
납품업체들의 불공정행위 경험률은 '불이익 제공'이 3.8%로 가장 높았다. 이어 △대금 지급(특약 매입) 3.7% △판촉 비용 부담 전가 3.4% △대금 감액 2.7% 등 순이었다. 영업시간 구속 및 종업원 부당 사용(0.7%)의 경험률이 가장 낮았다. 업태별 불공정행위 경험률 1위는 온라인 쇼핑몰로 확인됐다. 특히 온라인 유통을 중심으로 불공정거래가 심화하는 양상이다.
경쟁 속 빗발치는 부정행위, 막아낼 '무기' 찾아야
유통 업계의 불공정거래 관행은 상당히 역사가 깊다. 공급자가 많고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다 보니, 시장 선점을 위해 △비용 전가 △배타적 거래(전속 거래) 강요 △페널티 부과 등 불공정 행위가 빈번하게 발생한다. 주도권을 잡은 대형 플랫폼이라고 해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다. 시장 지배력을 유지하고, 소비자 이탈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경쟁사보다 유리한 입지를 점해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 역시 이 같은 상황을 인지하고 각종 지원 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 제도'다. 하도급 계약 이후 공급원가가 상승해 하도급대금 조정이 불가피한 경우, 수급사업자는 해당 제도를 이용해 원사업자에게 하도급대금 조정을 신청할 수 있다. 현행법상 조정 신청을 받은 원사업자는 신청을 받은 날부터 10일 이내에 반드시 협의에 응해야 한다. 원사업자의 '가격 후려치기'를 막을 수 있는 방패인 셈이다.
하지만 해당 제도는 시장에서 크게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고 있다. 지난해 공정위 조사에 따르면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 제도에 대한 인지도는 59.1%, 활용도는 6.8%에 그쳤다. 수급사업자 중 40.9%는 하도급대금 조정 협의 제도의 존재를 아예 모른다고 답변하기도 했다. 깊게 뿌리내린 유통 업계의 악습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납품업체 역시 움직여야 한다. 자신이 가진 '무기'를 정확히 인지하고, 정확한 때 휘둘러 악순환을 끊어낼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