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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증시 휩쓴 IT 테마 펀드, 최고 80% 후반대 수익률 기록 시장 입소문 따라 움직이는 개미들, 테마 '한탕' 노리다 다 잃는다 사실상 고점에 뛰어드는 무모한 투자법, 손실 피하려면 '실적' 우선시해야
올해 공모 펀드 시장 '테마주 열풍'의 주역으로 정보통신(IT) 분야가 꼽혔다. 18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초 대비 지난 15일 기준 IT 펀드 평균 수익률은 35.59%를 기록했다. 이는 같은 기간 이 회사가 조사한 총 46개 테마별 펀드 중 레버리지(39.06%)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IT 테마 펀드의 성장세는 생성형 AI, 로봇 등 '신기술 테마' 열풍의 일환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관련 테마의 인기가 언제 사그라질지 알 수 없다는 점이다. 테마 펀드는 투자자 사이 '입소문'을 양분 삼아 순식간에 고평가된다. 이는 곧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으면 언제든 폭락할 위험이 있다는 의미기도 하다. 전문가들은 특정 테마 투자에 올라탈 때는 늘 신중을 기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시장 휩쓴 IT 테마 펀드, 최고 수익률 85%?
IT 테마 펀드는 지난 1년간 이어진 'IT 업계 침체기'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거뒀다. 펀드별로 살펴보면, 가장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TIGER 미국테크 TOP10 INDXX ETF(상장지수펀드)'였다. 해당 펀드는 미국 기술주를 대표하는 나스닥 거래소 시가총액 상위 10개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상품으로, 가장 비중이 높은 종목은 애플(20.13%)이다. 에프앤가이드 조사 기간 동안 기록한 수익률은 자그마치 85.48%에 달한다.
'ACE 글로벌메타버스테크액티브 ETF'는 같은 기간 IT 관련 펀드 중 두 번째로 높은 수익률(69.54%)을 기록했다. 해당 펀드는 메타버스를 통해 구현되는 인터넷, 엔터테인먼트 등의 산업에 주로 투자하고 있다. 가장 비율이 높은 종목은 글로벌 D램 시장에서 22%의 점유율을 차지하고 있는 미국 메모리 반도체 기업 마이크론테크놀로지(8.57%)다. 게임 엔진 '유니티'를 보유한 소프트웨어 업체 유니티소프트웨어(5.26%)도 주요 종목 중 하나다.
수익률 3위는 'SOL 한국형글로벌반도체액티브 ETF(68.56%)'였다. 해당 상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20%, 퀄컴·AMD 등 글로벌 IT 및 연관 기업에 80%를 투자한다. 같은 기간 60.98% 수익률을 기록한 'KODEX 반도체 ETF'는 국내 반도체 기업에 집중 투자하는 전략으로 좋은 성적을 거뒀다. ETF가 아닌 일부 일반 IT 공모 펀드도 준수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하나 글로벌 4차산업 1등주 플러스 증권자투자신탁(주식)ClassA는 연초 대비 54.08%의 수익률을 기록했다.
유행 따라 투자한다, '위험천만' 테마주
IT와 같은 특정 테마에 투자하는 '테마 펀드'는 늘 인기다. 일반 주식형 펀드가 연관성 없는 30~40개의 개별 종목에 투자한다면, 테마 펀드는 특정한 투자 목적과 운용 전략에 적합한 종목을 담고 있다. 특정 분야 관련 호재가 있으면 순식간에 큰돈을 벌 수 있는 '한탕' 펀드로 꼽히는 이유기도 하다. 올해 테마 유행의 경우 연초 이차전지로 시작됐으며, 반도체, 초전도체를 지나 IT까지 옮겨왔다.
이들 테마 펀드의 가장 큰 특징은 단기간 선풍적인 인기를 끈다는 점이다. 투자자들의 수요는 짧은 기간 내에 특정 펀드로 쏠리게 되고, 관련 펀드는 순식간에 '입소문'을 탄다. 아직 해당 테마에 투자하지 않은 투자자들이 소외감을 느껴 충분한 고민 없이 투자에 뛰어드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결국 테마주를 중심으로 무모한 투자가 유행처럼 번진다는 의미다.
다만 기업 실적이 아닌 입소문과 유행에 기댄 투자는 '리스크'가 클 수밖에 없다. 실제 테마 펀드는 투자자들의 관심이 식는 대로 곤두박질치는 경우가 많다. 무모한 '한탕'을 노리고 접근했다가 걷잡을 수 없는 손실을 떠안을 수 있다는 의미다. 전문가들은 기업 가치와 본질적으로 무관한 이유로 주가가 급등한 경우를 주의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특정 '테마'가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무작정 투자를 단행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테마 ETF 96%가 '손실', 무모한 투자 피해야
시장 일각에서 테마 펀드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 취급을 받는다. 금융제공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지난해 ‘테마형 ETF’로 분류된 국내 69개의 ETF 중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한 펀드는 66개다. 자그마치 96%가 손실을 떠안은 것이다. -20%보다 낮은 수익률을 보인 ETF는 36개였고, -50%대 수익률을 기록한 상품도 세 개나 있었다. 한때 선풍적 인기를 끌던 ETF 상품이 순식간에 꺾여 버리는 이유는 뭘까.
테마형 ETF는 대부분 '고점'에서 출시된다. 이미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은 종목들로 구성되는 만큼 추가 가치 상승을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의미다. 테마 펀드는 보통 저점에서 투자한 이들이 수익을 실현하고 발을 빼는 시점에 등장한다. 결국 '정점' 뒤에 남은 것은 내리막길뿐이다. 뒤늦게 입소문을 듣고 뛰어든 개인 투자자들은 꺾여가는 주가를 바라보고 있을 수밖에 없다.
관련 리스크가 널리 알려져 있음에도 불구, 테마주 열풍은 좀처럼 꺾이지 않는다. 제대로 된 배경지식 없이 타인의 말만 믿고 투자를 결정하는 개미들이 많기 때문이다. 개인 투자자들은 인터넷 카페, 카카오톡 채팅방 등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테마주 정보를 접한다. 경기 상황, 기업 실적 등 가장 기본적으로 고려해야 할 정보가 '뒷전'으로 밀려나는 것이다. 이 같은 ‘묻지마 투자’는 차후 투자자에게 심각한 손실을 남기고, 시장 혼란을 야기할 가능성이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