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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고정형·변동형 주담대 금리 모두 하락세 같은 기간 국고채 금리도 하강 곡선 두드러져 연준이 12월 FOMC서 내년도 통화정책 전환 시사한 영향
국내 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고정금리의 기준이 되는 은행채 금리가 3%대로 하락했다. 국고채 시장의 주요 금리도 일제히 하락하며 국내 시장금리의 하강 곡선이 이어지고 있다. 이는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가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내년도 통화정책 전환을 시사한 영향이 크다. 여기에 제롬 파월 연준 의장 등 최근 연준 인사들의 완화적인 발언까지 더해지면서 글로벌 금융시장에선 사실상 연준이 긴축 종료를 선언한 것이라는 해석마저 나온다.
국내 은행채 5년물 금리, 연중 최저 수준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주요 은행 5곳(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의 주담대 혼합형(고정형) 금리는 전날 기준 연 3.39~5.52%로 집계됐다. 한 달 전인 11월 20일(연 4.03~6.44%)과 비교하면 금리 상단은 0.92%p, 금리 하단은 0.64%p 낮아지며 연중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주담대 변동금리도 하락세가 이어졌다. 이날 5대 은행의 주담대 변동금리는 연 4.52~6.23%로 같은 기간 상단은 0.94%p, 하단은 0.03%p 낮아졌다. 이달 첫째 주까지 변동금리 상단이 7%대였던 것과 비교하면 단기간 금리가 빠르게 하락한 셈이다.
주담대 금리의 하락세는 고정금리의 기준으로 쓰이는 은행채 5년물 금리가 하락한 영향이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이날 5년 만기 은행채 금리는 3.847%로 한 달 전(연 4.246%)보다 0.39%p 낮아졌다. 특히 은행채 금리는 연준이 이달 FOMC에서 금리 인하를 시사한 다음 날인 14일(연 3.811%)부터 가파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국고채 시장에서도 같은 기간 금리 하락세가 뚜렷하다. 이날 채권시장에 따르면 10년물은 0.8bp 내린 3.328%를 기록했고 20년물은 1.3bp 하락한 3.256%, 30년물은 2.1bp 내린 3.233%로 마감했다. 장기물 모두 15일 3.5%대 수준에 머물렀던 것과 비교하면 평균 1.5bp 이상 낮아졌다.
시장금리 하락은 예금금리에도 영향을 주고 있다.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의 주요 정기예금 금리(1년 만기)는 최대 3.90%에 형성되며 4%를 찾기 어려워졌다. 이달 초 하단이 3.90%였던 것과 비교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 셈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금과 은행채 등 조달금리가 하락함에 따라 당분간 코픽스 금리의 하락 가능성도 높게 점친다”며 “다만 직접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아닌 시장의 금리 인하 기대감이 반영된 조정인 만큼 당분간 금리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美 기준금리 인하 기대감 선반영하는 글로벌 금융시장
FOMC 직후 국내 금융시장 금리가 전반적으로 하락세를 보이는 이유는 내년도 연준의 통화정책 변화가 예상되는 탓이다. 연준은 최근 FOMC에서 지난 9월과 11월에 이어 3연속 정책금리를 동결한 뒤 내년도 세 차례 금리 인하를 시사했다. 이에 글로벌 금융시장은 사실상 연준의 고금리 기조가 끝났다고 받아들이고 있다.
특히 연준 위원들의 내년도 정책금리 전망이 담긴 점도표에 변화가 나타나면서 시장 분위기도 크게 바뀌었다. FOMC에 참석한 위원들은 내년 말 정책금리가 연 4.6%로 하락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9월 FOMC에서 해당 수치가 5.1%였던 것과 비교하면 예상보다 금리 인하 시기를 앞당길 가능성이 높다. 내년에 4.6%로 낮아지기 위해선 현재 금리(5.25∼5.50%)에서 정책금리를 세 차례 인하해야 한다.
파월 의장이 FOMC 기자회견에서 밝힌 내용도 이런 관측에 힘을 실었다. 그는 “최근 발표된 경제지표에선 경제활동 성장세가 지난 3분기의 강한(strong) 속도에서 둔화되고 있음이 나타나고 있다”며 “이번 긴축 국면에서 기준금리가 정점이나 그 근처에 도달했을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미국 금융시장에서도 내년도 기준금리 인하 예측 확률이 FOMC 이전보다 크게 상승했다. 이날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 페드워치(CME Fedwatch)에 따르면 연방기금(FF) 금리 선물시장 참가자들은 연준이 내년 3월 FOMC 회의에서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할 확률을 66.7%로 점쳤다.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50%를 하회했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심지어 내년 5월 50bp 인하 가능성도 56.6%로 뛰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