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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간펑리튬과 4년간 배터리 주원료인 ‘수산화리튬’ 직접 공급받기로 앞서 ‘성신리튬에너지’와도 공급계약 체결, 리튬 가격 하락 영향도 일조 리튬 가격, 전기차 시장 둔화 우려에 지난해 초 대비 80% 이상 폭락
현대자동차가 중국 수산화리튬 생산 업체들과 4년간 리튬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최근까지 리튬 가격 약세가 지속된 영향이다. 2022년 정점을 찍었던 리튬 가격은 지난해 단기 공급 과잉과 공급 부족 우려가 혼재한 상황에서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전망까지 겹치며 폭락했다. 실적 악화에 빠진 리튬 생산업체들은 채굴 작업을 줄이고, 구조조정마저 단행하고 있다.
중국 리튬 생산업체와 손잡은 현대차, "윈-윈 전략"
18일 간펑리튬은 공시를 통해 현대차에 수산화리튬을 공급하는 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기간은 올해 1월 1일부터 2027년 12월 31일까지 4년이며, 공급규모와 가액은 공개되지 않았다. 간펑리튬은 “본 계약은 현대차와 서로 윈-윈하는 입장에서 체결됐으며, 현재 리튬 시장 상황이 충분히 고려된 계약”이라며 “이번 계약 체결로 간펑리튬의 수익성과 성장성이 높아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간펑리튬은 글로벌 수산화리튬 및 정제 리튬 생산 1위 업체로 테슬라와 폭스바겐, BMW 등 주요 완성차 업체에 리튬을 직접 공급하고 있다. 리튬 생산량 기준으론 중국 2위 기업이자, 글로벌 5위 기업이다. 간펑리튬은 리튬 자원 개발을 비롯한 리튬 화합물과 금속 리튬 가공, 리튬 이온 배터리 제조·회수에 이르기까지 일찍이 수직 계열화를 구축해 저렴한 리튬을 만들고 있다.
현대차는 이에 앞서 지난 10일 중국 내 5위 리튬 업체인 성신리튬에너지와 올해부터 4년간 수산화리튬 구매 계약을 하기도 했다. 이 밖에도 지난 2020년부터 남양연구소 산하 배터리 개발 전문 조직을 운영하며 배터리 사업 내재화를 준비해 왔다. 또 2021년 1월에는 배터리 개발센터 출범하며 기존 배터리 개발 관련 조직을 통합하기도 했다. 현대차는 이 배터리 개발센터에 10년간 약 9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수산화리튬은 전기차용 고성능 배터리에 사용되는 주요 원료 중 하나다. 니켈과 결합해 배터리의 에너지 밀도를 높이는 데 쓰이는 수산화리튬은 그 순도가 배터리 품질을 좌우하며, 광산에서 추출한 리튬을 가공해 만들어진다.
리튬 가격 폭락에 리튬생산 업계 ‘주가 폭락 및 실적 악화’
그간 현대차는 테슬라, 제너럴모터스(GM), 폭스바겐 등 글로벌 주요 완성차 업체들이 리튬 광산이나 가공 업체 지분을 사들여 왔던 것과 달리, 리튬 직접 공급에는 별다른 관심을 보이지 않았다. 올 들어 리튬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는 지난해부터 이어진 전기차 수요 둔화에 따라 리튬 가격이 폭락한 데 따른 영향으로 보인다.
18일 한국광해광업공단 자원정보서비스(KOMIS)에 따르면 탄산리튬 가격은 kg당 86.5위안으로 불과 6개월 전(kg당 292.5위안)보다 34% 이상 하락했다. 지난해 초 대비론 80% 이상 급락한 상태로, 2022년 리튬 가격이 최고치를 찍으면서 배터리 업계가 광물 확보에 몰두했던 것과는 대조적인 모양새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리튬 가격 폭락은 단기 공급 과잉과 공급 부족 우려가 혼재한 상황에서 글로벌 전기차 수요 둔화 전망까지 겹친 결과다.
리튬 가격이 폭락하자 리튬 생산업체들은 실적 악화와 주가 하락 등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호주 최대 리튬생산업체 필바라 미네랄스는 업황이 개선될 때까지 주요 광산에서의 채굴 작업을 중단하기로 했으며, 글로벌 리튬 시장 점유율 1위인 미국 앨버말도 최근 구조조정을 통해 직원 수를 줄이고, 지분 매각에 나섰다. 국내 금융투자 업계 관계자는 “유럽과 미국, 중국 등에서 전기차 판매 축소가 예상되는 상황에서 리튬 수요보다 공급이 더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며 “이렇게 될 경우 내년까지 리튬 공급 과잉 상태가 될 가능성이 낮지 않으며, 이미 재고가 쌓인 리튬 업체들이 더 큰 위기에 놓일 수 있다”고 평가했다.
다른 한편에서는 리튬 가격 하락세가 지속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전기차 전환에 따른 리튬 수요 증가가 예상된다는 이유에서다. 한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유럽연합과 영국 등 주요국에서 전기차로의 전환을 강제하는 흐름이 가속되는 가운데 2030년 수산화리튬 수요는 약 110만t LCE로 2020년 대비 10배 넘게 급증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며 “장기적인 전기차 모멘텀을 본다면 리튬 가격이 지속 하락하긴 어려워 보인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