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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기점으로 가상화폐 투자 둔화, 2022년 FTX 등 업계 줄도산까지 美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 코인베이스, 2021년 이례적인 딜 메이킹 기록 올해 EU 시장 진출 추진, 헤지펀드·고빈도매매 파생상품으로 영역 확장
지난 2021년 11월을 기점으로 비트코인이 하락하면서 가상화폐 거래가 감소하기 시작했고 1년 후인 2022년 11월에는 세계 3위 가상화폐 거래소인 FTX의 파산으로 가상화폐 시장이 크게 위축됐다. 한때 가장 신뢰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손꼽히던 FTX의 몰락은 가상화폐 대출 플랫폼 블록파이(BlockFi)의 연쇄 파산으로 이어졌고 근래 가상화폐 업계에서 가장 충격적인 사건으로 기록됐다.
코인베이스, 벤처 부문 자본 유지하며 후속투자에 집중
2022년부터 가상화폐 시장의 거래가 둔화되고 가상화폐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기대 수준이 낮아지면서 전문투자자들의 거래 건수도 급격히 감소했다. 글로벌 투자 전문 연구기관 피치북에 따르면 지난해 코인베이스벤처스(Coinbase Ventures)의 가상화폐 스타트업 투자 거래는 64건으로 2021년 대비 86%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8년 설립한 코인베이스벤처스는 미국 최대의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Coinbase)의 기업 벤처 부문을 담당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벤처스는 가상화폐 시장의 투자활동이 정점에 도달했던 2021년, 벤처캐피탈(VC)로는 이례적인 딜 메이킹을 기록하며 가상화폐 거래 열풍을 주도한 바 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코인베이스는 투자에 사용하지 않은 드라이파우더의 대부분을 기존 기업의 소유 지분을 늘리는 데 사용하고 있다. 코인베이스벤처스의 샨 아가르왈(Shan Aggarwal) 부사장은 "일반적으로 가상화폐 시장에서 거래 수요가 급증했던 2021년을 가장 성공적인 해로 평가하지만 우리는 지금이 가상화폐 시장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고 생각한다"며 "당시 가상화폐 시장의 경기 둔화에도 불구하고 자사는 벤처 부문의 자본을 재조정하지 않았고 최근에는 더 큰 규모의 투자와 후속투자에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12년 전 설립된 코인베이스는 지난 몇 년간 헤지펀드, 고빈도매매(High-Frequency Trading, HFT)를 위한 파생상품으로 영역을 확장해 왔다. 이러한 기조 속에서 올해는 유럽연합(EU) 시장 진출에 나설 계획이다. 지난 5일(현지시간) CNBC에 따르면 코인베이스는 EU에 가상화폐 관련 파생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현지 라이선스인 MiFID II를 가진 회사를 인수하기로 했다. 현재 피인수 기업에 대해서는 공개된 바가 없다. 'MiFID II'는 금융상품 감독을 목적으로 마련된 EU의 규정으로, 주식과 달리 고정수입, 가상화폐, 파생상품 등 다른 자산군에는 투자 상품에 관한 규제가 없다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17년 도입됐다.
이번 인수·합병(M&A)이 성사되기 위해서는 규제당국의 승인을 얻어야 한다. 코인베이스는 올해 하반기에 거래를 완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계약이 최종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코인베이스는 EU에서 처음으로 파생상품 거래를 선보일 수 있게 된다. CNBC는 코인베이스가 MiFID II 라이선스로 선물이나 옵션 등 규제 적용을 받은 파생상품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파생상품 시장은 코인베이스에게 중요한 요충지로 파생상품은 헤지펀드, 초단타매매 투자 기업 등을 고객으로 둘 수 있어 거래의 규모를 더 확대할 수 있다. 코인베이스는 이미 비트코인과 다른 가상화폐 현물 거래를 제공 중이다.
대부분 VC들, 신규 투자 중단하고 세컨더리 매매 확대
코인베이스가 드라이파우더를 투입하며 기존의 가상화폐 투자활동을 이어가는 있는 반면, 대부분의 소규모 가상화폐 기업들은 신규 투자를 완전히 중단한 상태다. 최근 비트코인이 상승세를 보이고 있지만 가상화폐 스타트업 대한 투자금은 늘어나지 않고 있다. 이에 전문가들은 올해 미 연방준비제도(Fed)의 고금리 기조 속에서 많은 LP(출자자)들이 VC 시장에서 이탈하면서 좀비펀드가 확산할 것으로 전망한다. '좀비펀드'란 추가 수익 창출을 위해 신규 자금을 조달하지 못하고 펀드 만기를 넘긴 기존 투자 포트폴리오만 운용하는 펀드로, LP로부터 자금을 조달해 스타트업 상장이나 인수 시 수익을 창출하는 VC의 투자 순환구조가 작동하지 않는다.
실제로 지난 2021년 하반기, 초기 단계 VC인 시마캐피탈(Shima Capital)은 코인베이스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거래 건수를 기록하는가 하면 이듬해인 2022년에는 2억 달러(약 2,6600억원) 규모의 펀드를 유치했지만, 지난해 하반기에는 가상화폐 스타트업을 대상으로 하는 13개 펀딩 라운드 참여에 그쳤다. 이는 2021년 하반기 55개 라운드에 참여한 것과 비교하면 무려 76% 감소한 수치다.
글로벌 사모펀드 10T 홀딩스(10T Holdings) 설립자인 댄 타피에로(Dan Tapiero) 파트너는 "지금 가장 큰 기회는 세컨더리 시장에 있다"고 강조했다. 주로 시리즈 C 단계 이상에 투자하는 10T홀딩스는 지난 2021년 디지털자산 투자 펀드를 조성해 세계 최대 가상자산 하드웨어 지갑 업체 렛저(Ledger), 가상화폐 거래소 제미니(Gemini)와 크라켄 등을 지원하기도 했지만 최근에는 세컨더리 거래의 비중을 확대하고 있다. 실제 10T홀딩스는 2021년 1월 이후 12억 달러(약 1조6,000억원)를 투자했는데 이 중 6억6,000만 달러(약 8,800억원) 이상을 세컨더리 거래에 투입했다.
지난해 세컨더리 시장에서 매수-매도 스프레드(Bid-Ask Spread)가 줄어들면서 유동성이 향상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매도 우위가 이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타이거글로벌(Tiger Global)과 D1캐피탈(D1 Capital)과 같은 헤지펀드는 물론 VC와 기관투자자들은 포트폴리오 지분을 처분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타피에로 파트너는 "최근 전통적인 펀드 운용사들이 포트폴리오를 재조정하거나 매도를 통해 자산의 비중을 낮추려 하고 있다"며 "이 중에는 유동성을 확대하려는 투자사들도 있고 자금을 회수하고자 하는 시드 단계 투자자들도 있다"고 말했다.
영어 원문 기사는 Coinbase leads crypto VC dealmaking retreat | PitchBook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