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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플 신제품 '비전 프로', 초기 물량 제한으로 매진 예상 초기 팬덤 수요는 한정적, 기기 보편화 가능성은 '글쎄' 콘텐츠 부족·VR 시장 트렌드 등 수요 한계 명확해
다음 달 출시를 앞둔 애플의 MR(혼합현실) 헤드셋 '비전 프로'가 조기 매진될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됐다. CNBC 등 외신은 11일(현지시간) 애플 전문 분석가 궈밍치의 보고서를 인용, 비전 프로 출시 직후 '물량 부족' 사태가 벌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보도했다. 업계는 비전 프로의 최초 생산 물량을 8만 대 이하, 연간 총생산량을 40만 대 미만으로 추산하고 있다.
9년 만의 신제품, 혁신인가 그저 사치인가
비전 프로는 2014년 애플워치 이후 9년 만에 선보이는 애플의 주요 신제품으로, 4K급 2개 디스플레이를 합쳐 2,300만 픽셀을 밀집한 초고해상도 디스플레이가 탑재됐다. 무선 통신, 애플 실리콘 칩셋, visionOS(비전OS) 등으로 SW 구동을 최적화했으며, 시선 추적 시스템과 공간 음향 시스템 등을 탑재해 고성능 MR 기기 하드웨어를 구현했다. 12개의 카메라와 5개의 센서, 6개의 마이크는 입력 정보를 실시간으로 처리해 실감 나는 공간 체험을 돕는다.
핵심 기능으로는 AirPlay2(에어플레이2)를 사용한 가상 디스플레이가 꼽힌다. 해당 기능을 활용하면 사용자는 어디서든 가상의 Mac(맥) 디스플레이를 띄우고 비전OS 앱(애플리케이션)을 사용할 수 있다. 맥으로 작업을 하는 동시에 사진, 메모, 파일 등 비전OS앱을 별도의 화면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다는 의미다. 자신이 비전 프로를 통해 보고 있는 화면을 맥에 연결하는 것도 가능하다.
한편 시장에서는 수천 달러에 달하는 가격에 비해 '모호하다'는 평이 나오고 있다. 애플 분석가 밍치 궈는 "애플이 비전 프로의 제품 포지셔닝과 주요 앱을 명확하게 정의하지 않았고, 가격도 저렴하지 않아 의심의 여지가 있긴 하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시장의 평가가 극명하게 갈리는 가운데, 비전 프로는 이달 19일 오전 5시부터 사전 주문을 받는다. 주문 가능 지역은 미국으로 제한되며, 판매가는 3,500달러(약 461만원)로 책정됐다.
관건은 '애플 팬덤' 외 일반 소비자 수요
IT 업계에서는 비전 프로의 조기 물량 소진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애플 브랜드 팬층의 수요, 얼리어답터(남들보다 신제품을 빨리 구매해서 사용하고자 하는 소비자)들의 테스트 수요 등이 몰리며 제한된 물량이 금세 동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단 일각에서는 이 같은 인기가 '일시적'일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브랜드 팬 외 수요를 끌어들일 만한 비전 프로만의 매력이 불명확하다는 이유에서다.
비전 프로가 차후 본격적인 수익을 내기 위해서는 많은 사람이 사용하는 '보편적인 기기'로 발돋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아직 갈 길이 멀다. 글로벌 리서치 업체 시빅사이언스(CivicScience)가 지난해 6월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 성인의 73%는 '2024년에 비전 프로를 사지 않을 것'이라고 응답했다. 비전 프로 구매를 주저하게 만드는 주요 요인으로는 가격(67%)이 지목됐다. 영화 시청, 문서 작업을 위해 다른 기기를 사용하고 있다는 응답도 29%에 달했다. 대다수 소비자가 비싼 가격을 감수하며 비전 프로를 구매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비전 프로가 콘텐츠 시청과 업무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는 점 역시 시장 우려를 사고 있다. 팀 쿡 애플 CEO(최고경영자)는 비전 프로를 ‘개인 극장(a personal movie theater)'으로 묘사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VR(가상현실) 시장의 주요 상품은 영상 시청이 아닌 게임이다. '비트 세이버', '하프라이프 알릭스' 등 VR 환경 기반으로 제작된 대형 게임 IP(지식재산권)가 시장을 점령하고 있는 가운데, 게임 중심 상품이 아닌 비전 프로는 비교적 설 자리가 좁다는 의미다.
애플은 이 같은 한계를 뛰어넘기 위해 자체적인 콘텐츠 확보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6월 비전OS용 소프트웨어 개발을 위한 키트(SDK)를 공개한 것이 대표적이다. 차후 콘텐츠 다양화를 위한 유니티스튜디오, 디즈니플러스 등 콘텐츠 기업과의 협업도 예정돼 있다. 시장의 기대와 의구심이 뒤섞이는 가운데, 비전 프로는 과연 '애플식 혁신'의 영향력을 입증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