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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엔비디아 잡아라” K-팹리스 기업에 연이은 뭉칫돈, 슬그머니 고개 드는 비관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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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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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벨리온 등, 주력 제품 앞세워 대규모 투자 유치
글로벌 팹리스 시장 내 韓 기업 점유율 1% 미만
“‘파두 사태’ 잊었나, 기술 검증 선행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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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리벨리온

얼어붙은 벤처투자 시장에서 유독 인공지능(AI) 반도체 팹리스 분야에 투자자들의 자금이 몰리는 모습이다. 전 세계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짙게 작용한 가운데, 지나친 낙관론에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대규모 투자 유치로 글로벌 공략 나서는 K-팹리스

31일 업계에 따르면 AI 반도체 설계 기업 리벨리온은 최근 1,650억원 규모의 시리즈 B 투자 유치에 성공했다. 이번 투자에서 인정받은 리벨리온의 기업가치는 8,800억원으로 1조원을 목전에 두고 있으며, 지금까지 누적 투자 유치 금액은 2,800억원이다. 투자에는 KT, KT클라우드, 신한벤처투자, KDB산업은행 등 다수의 기관투자자가 참여했고, 이 가운데 특히 KT, KT클라우드, 신한벤처투자는 전략적 투자자(SI)로 참여해 리벨리온과의 협업 관계를 강화하고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투자를 기반으로 리벨리온은 삼성전자와 공동개발 중인 차세대 AI 반도체 리벨(REBEL) 개발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초거대언어모델(LLM) 특화 반도체 리벨은 로직과 레이아웃 설계, 검증에 이르는 개발 전 과정을 삼성전자와 함께했으며, 생산은 삼성전자 파운드리 4나노 공정으로 진행된다.

신성규 리벨리온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녹록지 않은 시장 환경이지만, 대규모 투자를 유치해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AI 반도체 기업으로서 위상을 입증할 수 있었다”고 이번 투자에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이번 투자 유치를 바탕으로 미국과 일본 등 글로벌로 무대를 확장하는 것은 물론, 현재 추진 중인 국내외 비즈니스와 차세대 제품 개발에도 속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리벨리온의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최근 벤처 투자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분야는 AI 반도체 팹리스다. SK텔레콤의 자회사 사피온과 또 다른 팹리스 기업 퓨리오사AI가 연이어 대규모 투자 유치에 성공하면서다. SK텔레콤, SK하이닉스, SK스퀘어가 공동출자 해 2022년 1월 설립한 사피온은 지난해 8월 600억원 규모의 시리즈 A 투자를 유치하며 5,000억원 이상의 기업 가치를 인정받았다. 이후 사피온은 지난해 11월 개최된 ‘SK 테크 서밋 2023’에서 기존 제품 대비 4배 이상 성능을 고도화한 추론용 신경망처리장치(NPU) ‘X330’을 선보였고, 올해부터 해당 제품의 양산에 돌입한다.

퓨리오사AI는 지난 한 해에만 730억원의 자금을 유치한 데 이어 최근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진행 중이다. 지난해 퓨리오사AI가 개발한 AI 컴퓨터 비전 반도체 ‘워보이’는 AI 반도체 기술력 검증 국제대회 엠엘퍼프(MLPerf)에서 엔비디아의 주력 제품인 텐서코어 GPU T4보다 빠른 속도를 기록하며 전 세계의 주목을 받은 바 있다. 퓨리오사AI는 대만의 컴퓨터 부품 생산업체 에이수스(ASUS)와 협업해 워보이 양산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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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반도체 시장 연평균 19.9% 성장

이처럼 팹리스 기업들이 잇따라 대규모 투자를 유치한 배경에는 생성형 AI 열풍으로 인한 AI 반도체 수요가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란 시장의 기대감이 짙게 깔려 있다. 시장조사기관 가트너에 따르면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규모는 연평균 19.9% 성장해 오는 2026년에는 861억 달러(약 115조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데이터센터향 AI 반도체 시장에서는 오랜 시간 시장을 독점해 온 엔비디아를 대체할 기업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거세다. 엔비디아는 동시 병렬처리 방식으로 대규모 데이터를 빠르게 연산할 수 있는 GPU인 A100과 H100 등을 앞세워 시장을 장악했지만, 가격과 공급 양을 수시로 변경하며 업계의 원성을 사고 있다.

다만 전문가들은 우리 팹리스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지나치게 많은 기대와 투자금이 몰리는 것에는 우려를 표했다. 팹리스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에 비해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데다, 만성적인 인력·재정난에 시달리고 있는 만큼 단기간의 성적으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데는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기술 개발 방해 요소 산적, 지나친 기대 말아야

실제로 국내 팹리스 기업 중 매출 1조원을 돌파한 기업은 LX세미콘 한 곳에 불과하며,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우리 기업이 차지한 점유율은 1% 남짓에 불과하다. 미국 기업이 차지한 점유율 68%와 비교하면 매우 미미한 수준이다. 여기에 경기 침체로 인한 단가 인하 압력이 더해지는 등 기업의 기술 개발을 방해하는 요소들은 꾸준히 추가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 집중된 인력과 기술력 탓에 ‘반쪽짜리 반도체 강국’이라 불리는 현실도 이같은 우려에 힘을 보탠다. 지난해 6월 정부가 금융권과 힘을 합쳐 3,000억원 규모의 ‘반도체 생태계 펀드’를 조성하는 등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긴 했지만, 여전히 국내 팹리스 기술 수준은 엔비디아, 퀄컴, 브로드컴 등과 비교해 매우 뒤처져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투자 업계에서도 팹리스 기업들의 과대평가를 예의주시하는 움직임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지난해 어닝쇼크 수준의 실적을 발표하며 투자자들의 막대한 손실을 불러온, 이른바 ‘파두 사태’가 다시금 회자되며 팹리스들의 치솟는 몸값이 ‘뻥튀기’에 불과할 수도 있다는 시장 분위기가 형성된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팹리스 부문은 아직 기술 개발이 초기 단계에 불과해,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까지는 많은 시간이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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