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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이통사 선정에 '2,000억' 경쟁, 소비자들도 '불안' 일각선 먹튀 우려도, "사업 전략 자체가 두루뭉술해" 진입 문턱 낮춘 정부, 사업 참여자 재무 건전성 우려 '확대'
정부의 숙원인 제4이동통신사 출범을 둘러싸고 2,000억원에 육박하는 출혈 경쟁이 벌어졌다. 스테이지엑스(스테이지파이브)와 마이모바일컨소시엄(미래모바일)이 5G 28㎓ 주파수 경매를 놓고 치열하게 맞붙은 것이다. 지난 25일 742억원 선에서 시작한 경매가는 어느덧 1,955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에 제4이동통신사 출범으로 통신 3사의 갑질이 완화될 것이란 기대를 갖던 이들도 끝없는 출혈 경쟁에 우려의 목소리를 쏟아내는 상황이다.
주파수 경매 '출혈 경쟁', 최고 입찰가 1,955억원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30일 서울 송파구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서울청사에서 진행한 4일 차 주파수 경매가 최고 입찰가 1,955억원에 종료됐다고 밝혔다. 이는 첫날 시작가보다 163.5% 높은 수준이다. 경매에 참여 중인 스테이지엑스, 마이모바일컨소시엄 모두 낙찰에 대한 강한 의지를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경매는 오전 9시 26라운드부터 오후 5시40분 38라운드까지 총 13라운드 진행됐다. 경매가가 급격히 치솟은 건 지난 29일 3일차 경매 때다. 마이모바일컨소시엄 측이 돌연 1,414억원을 제시하면서 분위기가 급변한 것이다.
결국 제4이동통신사 경매에서 '출혈 경쟁을 피하겠다'던 기조는 모습을 감췄다. 당초 경매 시작가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 800억대 선에서 낙찰될 것이라던 업계 예상도 빗나갔다. 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제4통신사 진입 부담을 덜어주겠다면서 경매 최저가를 기존 낙찰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낮춰준 보람이 없어졌다”고 전했다.
경매에 참여한 사업자 모두 자본금이 넉넉하지 않은 중소사업자인 만큼 '승자의 저주'가 현실화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출혈 경쟁으로 5년간 주파수 이용 권리를 갖는 데 들인 비용이 높아지면서 네트워크 인프라 투자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다. 더욱이 현재 경매에 참여 중인 곳은 사업 전략부터 두루뭉술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일각에선 해당 컨소시엄이 최대 4,000억원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를 노리고 움직인 것 아니냐는 ‘먹튀’ 우려까지 제기된다. 이와 관련해 업계 관계자는 “재무나 기술 능력이 충분히 검증되지 않은 상황에서 ‘기업 띄우기’로 이득만 챙기고 파산할 경우까지 대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8수 돌입한 제4이통사 선정, 여전히 '불안'한 이유는
정부의 제4이동통신사 선정 사업은 어느덧 8수째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총 7번에 걸쳐 제4이동통신사 선정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7번 모두 신청 기업들의 자격 미달로 실패했다. 7번의 허가 심사에서 가장 큰 걸림돌이 됐던 건 기업들의 자금 조달 계획 실현 가능성 부족이었다. 2015년 미래창조과학부(현 과기정통부) 시절 세종텔레콤·퀀텀모바일·K모바일 등 중소사업자가 제4이동통신사 선정에 도전했지만 불발된 것도 재무 건전성 등 허가 기준을 넘지 못한 탓이 컸다.
이에 발등에 불이 떨어진 정부는 진입 문턱을 크게 낮추고 지원 강도를 높였다. 제4이동통신사 추진 과정에서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허가제를 등록제로 아예 법을 개정하기도 했다. 기지국 의무 구축분도 기존 통신 3사(각 1만5,000대, 총 4만5,000대)의 절반 이하로 책정했다. 최대 4,000억원의 정책 금융과 세액 공제도 제공하기로 했다. 어떻게든 제4이동통신사 선정을 이루겠단 의지를 반영한 결과다.
다만 정부가 진입 문턱을 낮춘 만큼 참여 사업자의 재무 건전성 우려는 더욱 커졌다. 지난 16일 변재일 더불어민주당 의원 주최로 열린 '바람직한 이동통신 정책 방향' 좌담회에서 곽규태 순천향대 교수는 "신규 사업자가 자신의 역량이 아닌 대규모 정부 지원에 의지해 이통 사업을 영위하는 상황이 발생했다"면서 "현행 신규 사업자 진입제도 허점으로 인해 신규 사업자에 대한 제반 우려가 제기될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이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제도적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군다나 현재 주파수 경매 양자 대결 중인 미래모바일은 지난 2015년 제4이동통신사 허가 신청을 추진하다 중도 포기한 코리아텔넷의 후신이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현재 시점에서 허가제의 심사 기준을 적용한다면 미래모바일의 허가를 장담할 수 없다"는 지적이 쏟아진다. 모정훈 연세대학교 교수는 "신청한 법인들의 재무 구조가 탄탄한 편이 아니라 큰 허들이 예상된다"며 "과거 제4이동통신사에 들어올 법한 기업은 CJ 정도였다. 현 상황에서 중소기업들이 치열한 시장 경쟁을 버틸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강조했다. 제4이동통신사를 간절히 기다리던 소비자들마저 불안을 표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