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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이겼다" 온라인 유통업체, 지난해 매출 비중 50.5% 기록 아슬아슬한 오프라인 시장, 체험형 콘텐츠 앞세운 차별화로 '반격' 성장 전략 뒤집는 이커머스 업체들, 시장 상황 고려한 방향 전환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이 사상 최초로 오프라인 유통업체를 넘어섰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비중이 50.5%로 전년 대비 1.3%포인트(P) 증가했다고 30일 밝혔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수년간 이어지던 유통업계 내 접전이 치열했던 '1회전'을 마무리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차후 각 업계가 시장 특성과 환경을 고려한 전략을 채택, 본격적인 '2회전'을 이어갈 것이라는 전망이 제기된다.
코로나19가 유통업계에 몰고 온 변화
온라인 유통업체는 코로나19 팬데믹이 불러온 '비대면 바람'을 타고 매섭게 성장해 왔다. 팬데믹이 전 세계를 휩쓸었던 2021년, 국내 이커머스 시장 규모는 전년 대비 15% 급성장하며 186조원까지 불어났다. 같은 기간 국내 이커머스 시장의 대표 주자로 꼽히는 쿠팡의 매출은 54% 폭증했다. 감염 우려로 대면 활동을 꺼리는 소비자들의 장보기 수요가 온라인으로 몰려든 결과다.
천정부지로 치솟던 온라인 유통업체의 성장률은 엔데믹에 접어들며 점차 꺾이기 시작했다. 엔데믹 흐름이 본격화한 2022년 12월, 온라인 유통업체의 매출 비중은 49.2%로 전월 대비 2.2%포인트 감소했다. 2020년 18.4%, 2021년 15.7%에 달하던 매출 성장률도 2022년 4.3%까지 미끄러졌다. 이는 같은 기간 오프라인 유통업계의 성장률(8.9%)을 크게 밑도는 수준이다.
하지만 온라인 유통업계는 '성장'을 포기하지 않았다. 주요 이커머스 업체들은 주요 소비층 변화, 물류 환경 발전 등에 힘입어 새로운 발판을 다졌고, 결국 처음으로 오프라인 유통업계를 꺾는 데 성공했다. 반면 2022년 엔데믹 전환과 함께 '반짝 성장세'를 보였던 오프라인 업계는 다시금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2022년 8.9%에 달했던 매출 성장률은 지난해 3.7%까지 하락했다. 엔데믹의 영향으로 좁아졌던 성장 격차가 재차 벌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입지 지켜라" 각 업계의 생존전략
근소한 차이로 온라인 유통업계가 우세한 입지를 점한 가운데,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본격적으로 '차별화'를 위한 전략을 펼치고 있다. 집객을 위해 오프라인 환경에서만 접할 수 있는 경험을 앞세우기 시작한 것이다. 이마트는 2020년 이마트 월계점을 시작으로 일부 매장을 미래형 매장 '더타운몰'로 전환하고 있다. 더타운몰은 단순 소매 판매를 넘어 △실내 스마트팜 △SSG 랜더스 광장 등 다수의 체험형 콘텐츠를 담은 복합 문화공간이다.
백화점 역시 단순 쇼핑몰을 넘어선 '문화공간'으로 변신하고 있다. 예술품 전시 등 고품질의 체험형 콘텐츠를 앞세워 집객 효과를 내는 전략이다. 일례로 더현대 서울 내에 위치한 복합문화공간 '알트원'은 △팝 아티스트 앤디 워홀 △사진작가 테레사 프레이타스 등 유명 예술가의 전시를 개최하며 수많은 관객을 동원한 바 있다. 지난해에는 프랑스 3대 미술관으로 꼽히는 퐁피두 센터와 협업, '기쁨의 화가' 라울 뒤피의 특별전을 개최하며 업계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반면 이커머스 업체들은 현재 처한 '시장 환경'에 집중하고 있다. 고금리 기조로 투자 시장이 위축되며 더 이상 '적자 구조'를 유지할 수 없게 되자, 무조건 공격적 투자를 단행하는 '쿠팡식 성장'이 아닌 수익성 개선에 초점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11번가는 다음 달부터 500만원 이상의 매출을 올린 오픈마켓 판매자들로부터 서버 이용료를 받을 예정이며, 컬리는 협력사들의 대금 정산 주기를 납품일에 따라 변경, 현금 유동성을 확대하는 전략을 택했다. 싱가포르 이커머스 기업 큐텐과 계열사(티몬·위메프·인터파크 커머스) 역시 지난해 서버 이용료를 인상하며 본격적인 수익성 확보에 나섰다. 각 업계가 상황에 알맞은 전략에 힘을 기울이며 입지 확보를 위한 새로운 경쟁을 이어나가고 있는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