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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쓰오일 전직원에 성과급 800%, 업황 나빴던 탓에 지난해 절반 규모로 축소 발표 시기 앞당긴 것은 지난해 기록적 이익 본 후 횡재세 논란 나왔던 것 피하려는 전략이라는 해석도 전직원 일률 비율 지급으로 지난해 차등 지급 논란도 피할듯
정유사들에 대한 횡재세 논란이 잦아들지 않고 있는 가운데, 국내 정유4사 중 한 곳인 에쓰오일이 전직원에 대해 성과급 800%를 발표했다. 지난해 2월에 지급했던 1500% 대비 700%나 감소한 규모지만, 각종 대외 변수로 정유업계 사정이 좋지 않았던 지난해 실적을 감안할 때 횡재세 논란을 일축시키기 위한 구색이라는 논란도 제기된다.
지난해 2분기까지 실적 악화에 어려움을 겪던 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HD현대오일뱅크 등 국내 정유4사는 3분기에 약 3조원의 영업이익을 올렸다. 소식이 알려지자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유가 상승, 고금리 때문에 정유사와 은행이 사상 최고의 수익을 거두고 있다”며 “민생 위기를 극복하고 민생 고통을 분담할 수 있도록 횡재세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말해 횡재세 논란에 불을 붙이기도 했다.
성과급 800%는 횡재세 논란 피하려는 전략?
그간 정치권에서 횡재세가 논의됐던 이유는 초과이익에 대한 환수 개념이었다. 전반적인 산업 둔화에도 일시적인 호재로 고수익을 올린 기업에 초과이익을 환수하는 제도다. 최근엔 은행, 금융업계로까지 횡재세 도입 논란이 번지면서 관심이 집중되는 모습이다.
정유업계에 횡재세를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 고개를 든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해 정유업계가 기록적인 정제마진에 힘 입어 역대급 실적을 거두자 횡재세를 부과해야 한다는 여론이 비등했다. 당시 용혜인 기본소득당 의원이 횡재세 도입을 골자로 하는 법인세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고, 이어 용산 대통령실과 국민의힘에서도 여론을 의식해 횡재세 도입 논란을 확대했다. 은행권의 경우는 지난해 11월에 횡재세 대신 상상금융이라는 이름으로 2조원대의 시장 지원안을 내놓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들은 지난해 2분기까지 실적 악화가 계속되면서 횡재세 논란이 은행권과 이동통신업계에 집중됐으나, 3분기부터 국제 유가가 안정된 덕분에 수익성이 크게 개선된 것은 사실이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직후였던 2022년만큼의 흑자를 보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성과급 규모가 지난해의 절반 가까이로 줄어든 것도 작년 1,2분기 실적 악화를 반영한 수치라는 것이다.
지난해 논란 됐던 성과급 차등 지급 논란도 원천 차단
지난해 3월 초에 발표됐던 성과급이 올해는 2월 말에 먼저 발표되는 부분에 대해서도 정유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 논란거리다. 익명을 요구한 국민의힘 관계자에 따르면, 22대 총선을 맞아 정치권에서 횡재세 논의가 다시 나오는 것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뜻이 담긴 것이라는 의구심이 있다고 해석했다. 반면 경쟁사인 GS칼텍스가 연봉의 40%, HD현대오일뱅크가 664%, SK이노베이션이 기본급의 최대 800%라는 방침을 이미 발표한만큼 예년처럼 3월까지 발표를 미룰 필요가 없었다는 해석도 나온다.
올해 일류적인 800% 성과급을 발표한 부분도 지난해 최대 1500%의 성과급을 차등 지급하면서 생긴 논란을 미연에 차단하겠다는 뜻이라는 평가도 있다. 당시 에쓰오일 노조 집행부는 울산에서 근무하는 생산직을 중심으로 구성된 노조와 함께 서울 마포구 에쓰오일 본사에서 성과급 차등 지급에 항의하는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성과급 규모만 봤을 때는 경쟁사 중 최대치를 지급한 SK이노베이션의 최대 800%보다 높았지만, 생산직 노조들이 사무직들에 비해 차별 지급이 됐다는 불만을 표현했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