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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 ‘금단의 영역’ 플랜트 건설 현장, 외국 인력 수용 논의 급물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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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현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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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국인력정책위원회, 국가 보안시설 해제 논의
노동계 “내국인 일자리 위협” 강경 대응
현장실사 후 사업장별 허용 방안 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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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석유화학과 제철, 발전소 등 플랜트 건설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기 위한 대책 마련에 나선다. 2007년 ‘국가 보안시설’로 규정한 이들 시설의 외국인 취업 제한을 해제하는 논의에 돌입하면서다. 업계에서는 이번 논의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될 경우 최대 2만 명의 외국 인력이 유입되면서 국내 산업 현장의 인력난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제조업 회복에도 큰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내국인 근로자 건설업 기피 현상 심화, 외국 인력 도입 필요성↑

15일 플랜트 업계에 따르면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등 관계 부처들은 최근 회의를 열어 비전문 취업 (E-9) 비자 또는 중국 동포 방문취업(H-2) 비자를 가진 외국 인력이 석유화학, 제철, 발전소 건설 현장에 취업할 수 있는 방안을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막대한 자금이 투입되는 대형 플랜트 건설 프로젝트에 인력난을 이유로 차질이 발생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취지에서다.

정부는 국무조정실장을 위원장으로 하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를 열어 전국 플랜트 현장을 방문해 실태를 파악하고, 사업장별로 국가 보안시설을 해제하는 방안을 유력하게 거론 중이다. 국가 보안시설에서 해제된 사업장은 한국 인력을 우선 채용한 후 부족한 인원만큼만 외국 인력으로 채울 수 있게 되며, 자재 관리 및 청소 등 단순 업무에 외국 인력을 배치하게 된다.

건설 플랜트업에 대한 외국인 근로자 채용은 지난해 하반기부터 본격 논의됐다. 내국인 근로자들이 건설업을 기피하는 상황이 갈수록 심화하는 가운데 기존 생산 인력의 고령화까지 겹치며 작업 속도 하락 등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업장이 늘어난 데 따른 결과다. 당시 정부 관계자는 “산업 현장의 어려움이 매우 심각한 수준에 이른 것으로 파악됐다”며 “노동력이 절실한 현장을 이대로 둘 수는 없어 보인다”며 대책 마련의 중요성을 인정했다.

수조원대에 이르는 막대한 자금이 투입된 초대형 프로젝트가 인력 부족을 이유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외국인 고용 금지 규제 해제에 힘을 보태는 요소다. 대표적 예로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를 꼽을 수 있다. 지난해 3월 기공식을 연 해당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에 국내 최대 석유화학 설비를 짓기 위해 총 9조2,580억원이 투입된다. 하지만 시공사인 현대건설과 롯데건설, DL이앤씨 등은 착공 1년이 다 되도록 현장 인력 운용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현장에 필요한 인력은 일평균 1만7,000명에 달하는데, 1만 명을 구하는 것도 쉽지 않기 때문이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외에도 전라남도의 해상풍력발전 조성, SK지오센트릭의 플라스틱재활용클러스터 조성 프로젝트 등이 근로자 공급에 난항을 겪고 있으며, 사우디아라비아가 추진하는 네옴시티 건설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한 현대건설도 인력 수급을 가장 큰 어려움으로 꼽았다.

산업 현장의 인력 부족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판단한 정부는 분야별 외국 인력 도입을 위한 조치를 연이어 내놓고 있다. 지난해 11월에는 외국인력정책위원회에서 2024년 고용허가제 외국인력 도입 규모를 2023년(12만 명)보다 4만5,000명(37.5%) 늘리고, 음식점업과 임업 및 광업 등 3개 업종에 고용허가제 인력을 고용할 수 있도록 했으며, 올해 초에는 지난해까지 14일이던 제조·조선·건설·서비스업 분야의 외국인 고용 허가 신청 전 내국인 구인 노력 기간을 7일로 단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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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Adobe Stock

“내국인 숙련자도 놀고 있는데”, 노동계 강력 반발

인력 부족을 이유로 사업 추진에 난항을 겪는 사업장이 갈수록 늘어나고 있음에도 그간 정부가 외국 인력 채용 허가에 신중을 거듭해 온 것은 노동계의 강력한 반발이 있었기 때문이다. 노동계에서는 내국인 고숙련 노동자 중 상당수가 실업 상태에 놓여 있는데도 불구하고 건설업계가 회사의 이윤을 높이기 위해 저임금 외국 인력 도입 필요성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정부의 이번 국가 보안시설 해제 및 E-9·H-2 비자 보유 외국 인력 취업 허용 방안 논의 사실이 알려지자, 노동계에서는 또 한 번 움직임에 나섰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산하 전국플랜트건설노조는 14일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플랜트 건설 현장에 외국 인력을 도입해 지금까지 현장에서 열심히 일해 온 여성과 청년들을 몰아내려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정부가 외국 인력 도입과 관련해 불필요한 논의를 지속할 경우 10만 명에 달하는 조합원이 상경해 투쟁하는 등 보다 강력한 반발에 부딪힐 것”이라고 경고했다.

정부·경영계는 일자리 침범 우려 낮다는 데 공감대 형성

반면 산업 현장에서는 만성적 인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한 유일한 방도가 외국 인력 도입이라는 데 공감대가 형성된 상태다. 외국 인력을 도입하더라도 국내 노동자들이 기피하는 비숙련, 단순 노무직에 배치하면 노동계에서 주장하는 일자리 침범 또는 기술 유출에 대한 우려를 없앨 수 있다는 설명이다.

나아가 정부가 취업비자 총량 사전 공표제 등을 통해 외국 인력의 입국 및 고용 현황을 면밀히 살피고 있는 만큼 무분별한 외국인 노동자 증가로는 이어지지 않을 것이란 주장이다. 한국경영자총협회는 지난해 6월 정부에 171개 규제개선 과제를 건의하며 인력관리를 위한 최우선 과제로 ‘플랜트 분야 외국인 근로자 고용 제한 완화’를 적시하기도 했다.

노동계와 경영계의 입장이 팽팽히 맞서면서 정부도 신중에 신중을 거듭하는 모습이다. 고용노동부 관계자는 “사업주가 내국인 구인 노력을 했음에도 인력을 구하지 못할 경우에는 외국인에 일자리를 개방하는 게 원칙”이라고 짚으며 “플랜트 건설 현장 E-9 비자 보유 외국 인력 허용 여부에 대해서는 관계 부처 간 논의와 현장실사 등을 통해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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