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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계 디아스포라, 세대 따라 문화·시민성·정치 참여 방식 달라 조국에 대한 애정과 국가에 대한 비판이 공존 '중국계' 단일 범주 아닌 세대별 정체성 층위 반영 필요
본 기사는 The Economy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중국계 대학생들에게 “고향이 어디냐”라고 물으면 세대에 따라 대답이 달라진다. 2024년 8월 퓨리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와 백인회(Committee of 100)의 공동 조사에 따르면, 미국 태생 중국계(American-born Chinese, ABC)의 62%, 영국 태생 중국계(British-born Chinese, BBC)의 59%가 중국을 떠올릴 때 ‘자부심과 동시에 불안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반면 성인 이후 이주한 중국 출신(China-born Chinese, CBC)은 같은 감정을 느낀 비율이 26%에 그쳤고, 초등학교 이전에 이주한 1.5세대 CBC는 68%로 가장 높았다.
중국 정부는 최근 해외 화교 대상 교류 예산을 사상 최대 수준으로 확대하고 있다. 하지만 어릴 때부터 서구 교육을 받은 세대일수록 중국과의 거리는 더 복합적이다. 단순한 정치적 동화가 아닌, 선택적 수용과 비판이 동시에 이뤄지는 흐름 속에서 교육기관 역시 새로운 역할을 요구받고 있다.

세대가 나눈 시선
중국계 디아스포라를 둘러싼 시선은 여전히 엇갈린다. 문화적 가교로 평가되기도 하고, 안보적 위협으로 간주되기도 한다. 그러나 이런 이분법은 각 세대의 정체성과 현실을 놓치기 쉽다. 미국 태생인 ABC는 중국에 대해 거리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고, 성인 이주자인 CBC는 중국과의 문화적·정치적 유대를 더 강하게 유지한다. 영국 교육을 받은 BBC는 또 다른 시각을 형성하며, 1.5세대 CBC는 이들 사이에서 혼합적 정체성을 갖는다. 이런 서로 다른 세대를 단순히 ‘중국계 유학생’이라는 하나의 범주로 묶을 경우, 정책은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채 충성심이나 사회적 태도의 분화를 따라가지 못하게 된다.
2023학년도 기준, 미국에는 중국 본토 출신 유학생이 27만 7,398명, 호주와 영국에도 각각 16만 7,147명, 15만 4,260명이 유학 중이었다. 이들은 대부분 졸업 후 귀국하거나 단기 체류를 계획하는 경우가 많다. 반면 같은 해 영국 내무부 통계에 따르면, 영국 태생 중국계 신입생만 4만 2,000명에 달했다. 시민권을 보유하고 자국 교육 시스템에서 성장한 이들은 중국과의 관계를 전혀 다르게 인식한다. 차이는 법적 지위보다 시민의식과 정치적 관점에서 나타난다. 유학생은 중국과의 정체성을 자연스럽게 유지하는 반면, 현지 출생자는 거주국의 시민 규범과 가치에 기반해 중국을 바라본다. 이런 차이를 구분하지 못하면 정책은 현실에 뒤처지게 된다.
숫자가 말하는 정체성의 균열
2024년 퓨리리서치센터 조사에 따르면, 미국 내 중국계 전체 중 중국에 긍정적인 인식을 가진 비율은 41%였다. 이 중 미국 태생인 ABC는 38%로 더 낮았고, 성인 이주자인 CBC는 61%로 더 높았다. 2025년 1월 옥스퍼드 이민 관측소 조사에서도 BBC의 58%는 “중국 정부의 감시 활동이 우려된다”고 답했지만 유학생 신분인 CBC 석사과정생은 34%만 같은 반응을 보였다.
2023~2025년 실시된 9건의 설문조사를 통합 분석한 결과, 두 가지 지표가 도출됐다. 하나는 중국 문화와 현지 소속감을 동시에 느끼는 ‘이중 유대감’, 다른 하나는 중국 정부에 대한 ‘정권 지지도’다. 이중 유대감은 1.5세대 CBC가 0.70으로 가장 높았고, ABC는 0.55였다. 반면 정권 지지도는 성인 이주 CBC가 0.60 이상으로 높았고, ABC는 0.40 이하로 낮았다. 이러한 수치는 교육과 정책이 세대별 인식 차이를 추상적 인상이 아닌 실질적 변수로 다뤄야 함을 보여준다.

주: 성인 이민자, 1.5세대, BBC, ABC (X축), 그룹 평균 점수(Y축)/이중 유대감(진한 파랑), 정권 지지(연한 파랑)
베이징의 손짓, 디아스포라의 거리감
중국 정부는 2019년 이후 재외 동포 대상 문화·외교 활동 예산을 세 배 이상 늘렸다. 춘절 행사, 공자학원, 동문회 등은 미국, 영국, 호주 등에서 활발히 운영되고 있다. 그러나 ABC, BBC, 1.5세대 CBC 등 젊은 세대에게는 이런 접근이 기대만큼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오늘날 젊은 세대가 정체성을 형성하는 주된 공간은 디지털 플랫폼이다. 미국 내 ABC 대학생의 72%는 인스타그램이나 레딧을 통해 중국 관련 뉴스를 접한다고 답했고, 중국 정부 공식 계정을 팔로우하는 비율은 18%에 그쳤다. 정보는 국가가 아니라 알고리즘과 또래 네트워크를 통해 유통된다.
여기에 감시나 압박이 더해지면 반감은 더 커진다. 국제앰네스티는 2024년, 홍콩 시위를 지지한 집회에 참석한 영국 내 중국계 학생 32명의 가족이 중국 본토에서 공안의 연락을 받았다고 밝혔다. 이후 학생들의 친구들 사이에서 중국에 대한 호감도는 3개월 만에 9%포인트 하락했다. 중국 본토와 경제적으로 연결된 성인 이주자 CBC는 여전히 정부 메시지에 어느 정도 호응하지만, ABC와 BBC는 점점 더 냉소적이고, 정치적 행동에도 적극적이다. 이 과정에서 감시와 대응이 반복되며 양측 모두의 불신이 심화된다.
정책은 디아스포라를 하나의 귀환 대상으로 보는 접근에서 벗어나야 한다. 오히려 교육기관이 세대별 반응의 구조를 이해하고, 정체성의 균형을 조율할 수 있는 교육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 필요하다.

주: 추모 행사 이후 가족 괴롭힘, 학생 신상정보 온라인 공개, 캠퍼스 시위 감시(X축), 영향 수치(Y축)/또래 지지율 하락 폭(진한 파랑), 효과가 나타난 기간(연한 파랑)
교실에서 시작하는 균형 감각
강제력으로 여론을 통제하기 어려운 공간에서는 시민 교육이 실질적 대안이 될 수 있다. 유네스코는 2024년 발표한 ‘지구 시민 교육’에서 ‘근거에 기반한 공감’을 핵심 가치로 제시했다. 호주 멜버른대학은 이를 실천에 옮긴 대표적 사례다. 이 대학의 ‘삼중 시선 역사 세미나’는 천안문 사건을 다룬 중국 교과서, BBC 다큐멘터리, 대만 회고록을 비교 분석하게 했고, 절반 이상을 차지한 ABC·BBC 학생들은 수업 전후 태도 변화에서 평균 14%포인트의 비판적 사고 증가를 보였다. 이러한 사례는 학생들이 자긍심과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가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교육은 특정 정체성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복합적인 시각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는 장을 제공해야 한다.
복합 정체성 세대를 위한 교육의 방향
중국계 청년들 사이에서 중국 문화에 대한 애정과 중국 정부에 대한 불신이 동시에 존재하는 현실은, 단순한 모순이 아니라 교육이 개입할 수 있는 중요한 지점이다. 세대별 정체성과 감정의 층위를 제대로 이해하고, 이를 교육 과정에 반영할 수 있다면 교실은 이념의 대립이 아니라 사실과 비판적 사고가 중심이 되는 공간이 될 수 있다.
중국 정부는 앞으로도 이 세대를 포섭하려 시도할 것이다. 그러나 이들은 더 이상 일방적인 서사에 쉽게 동화되지 않는다. 비교 시민성을 갖추고, 제도적 보호 속에서 성장한 이 세대는 중국의 영향력 확대 전략을 비판적으로 검토할 수 있는 정보력과 판단력을 갖추고 있다. 이들에게 필요한 것은 회색지대 없는 충성 요구가 아니라, 자신의 정체성을 주체적으로 구성할 수 있도록 돕는 제도적 기반이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lassrooms at the Fault Line: Re‑educating ABCs, BBCs, and 1.5‑Generation CBCs for an Era of Competing Loyalties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