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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일러 스위프트, 슈퍼볼 승부 조작과 바이든 재선을 돕는 '비밀요원'이라는 음모론 등장 전문가들은 이 음모론이 'MAGA' 미디어 생태계에서 시작된 바이럴 마케팅의 일환이라고 분석 소셜 미디어 알고리즘으로 대중 노출 증가, "미국인들의 현실 왜곡 및 집단 반민주주의 행동 우려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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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월 AP통신은 "음모론과 이를 믿는 사람들은 정치와 문화에서 비정상적으로 큰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가짜뉴스 전문가들이 '음모론의 황금시대'라고 인정하는 오늘날, UFO는 이제 주류가 됐고 기후 변화가 사기라거나 2020년 대선 선거를 도둑맞았다거나 백신에 마이크로칩이 들어 있다고 믿는 사람이 그 어느 때보다 많아 보인다.
그리고 가장 최근에는 글로벌 팝 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에 대한 새로운 음모론이 등장했다. 우익 미디어 전문가와 정치인들이 가수 테일러 스위프트가 슈퍼볼의 승부를 조작했고, 조 바이든 대통령의 재선을 돕기 위한 펜타곤 음모의 중심에 서 있다고 허위 사실을 유포한 것이다. 이 음모론은 최근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다. 지미 키멀 라이브(Jimmy Kimmel Live)와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SNL)는 근거 없는 그들의 주장에 조롱 섞인 영상으로 답했다. 바이든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미국 정치 전문 매체 폴리티코와의 인터뷰에서 "이 모든 부조리함에 마음이 어지럽다"고 심경을 밝혔다.
"주류 미디어와 알고리즘이 만든 악순환?", 음모론 증가에 대한 객관적인 증거 없어
온라인 허위 정보의 확산을 추적하는 학자들은 이러한 바이럴 스토리가 MAGA(Make America Great Again, 트럼프 전 대통령이 쓴 대선 구호) 미디어 생태계의 익숙한 레퍼토리라고 설명했다. 미국 보스턴대학교 언론학 교수인 조안 도너번(Joan Donovan)은 미국 공영 라디오 방송 NPR과의 인터뷰에서 트럼프를 지지하는 전문가들이 청중의 관심을 끌고 수익을 창출하기 위해 '연극'을 펼친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단순히 참여를 격려하기 위해 벌인 바이럴 마케팅이라고 하기엔 그 파급력이 가볍지 않았다. CNN과 MSNBC와 같은 주류 미디어마저 스위프트 음모론을 보도하게 만들었고, 소셜 미디어에서는 이 모든 과정이 알고리즘에 의해 증폭되어 대부분의 사람들이 해당 음모론을 접하게 됐다. 그 결과 일각에선 미국인들이 날이 갈수록 더 이상해져 가는 것처럼 느껴진다며 소셜 미디어에 대한 비판적인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하지만 과연 사실일까? 더 많은 사람들이 미디어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는 것일까? 학자들은 아니라고 말한다. 2022년 과학 저널 플로스원(Plos One)에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사회과학자들은 "인터넷/소셜미디어 시대에 음모론이나 일반화된 음모론적 사고에 대한 믿음이 증가했다는 증거를 관찰할 수 없다"고 분석했다.
'1·6 의사당 점거 폭동', 현실화된 위험과 사회적 분열 심화
물론 기술의 발전이 음모론의 확산을 돕고 더 많은 추종자를 끌어모으게 된 것은 맞다. 구글의 신기술 개발 자회사 직소(Google Jigsaw)의 분석에 따르면 음모론에 대한 믿음이 더 널리 퍼지지 않더라도 인터넷, 특히 소셜 미디어와 이미지 중심 플랫폼은 이러한 음모가 형성되고 확산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변화시켰다고 한다.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과학 커뮤니케이터인 조나단 제리(Jonathan Jarry)는 이러한 현상 자체가 우려스러운 일이라며, "인터넷이 많은 사람들로 하여금 음모론을 믿게 만들지는 않겠지만, 인터넷이 음모의 집결을 촉진한다면 현실 세계에 미치는 영향은 상당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치적 선동과 결합할 경우, 음모는 생각으로만 끝나지 않는다. 트럼프의 2020년 부정 선거 음모론은 공화당 유권자들의 현실 왜곡에 그치지 않고, 2021년 1월 6일 국회의사당 점거 '폭동'으로 현실화됐다. 트럼프와 공모자들은 정치적으로 이해관계가 얽힌 허위 정보를 확산시켜 지지자들의 집단적 반민주주의 행동을 유도했다. 게다가 작년 7월 CNN에서 실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공화당 유권자의 약 70%가 2020 대선 선거를 부정 선거로 믿고 있었다.
미디어 리터러시, 정보의 진위 판단 및 책임감 있는 정보 소비 교육이 핵심
이는 분명 시민들의 정신과 건강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끼친다. 2020년에 내슈빌에서 폭탄을 터뜨려 건물 41채를 파괴한 테러범은 파충류 외계인이 세상을 지배하고 있다고 믿었다. 2018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 피츠버그의 한 유대교 예배당에서 발생한 총기 난사 사건이나 20년 넘게 연방 공무원으로 근무한 아버지를 살해하고 참수된 머리를 유튜브에 공개한 한 극단주의자의 폭력성은 사회적 불안을 넘어 그들이 속한 공동체의 인간성을 한없이 추락하게 만들었다.
과학자들은 오랫동안 음모론 신봉자들의 특징을 해독하려고 노력해 왔다. 언뜻 보기엔 병리적 증후 같으나, 그들은 자신들만의 대체 현실에서 잘 적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에 정형화된 특성을 파악하기 어렵다. 그 결과 현재까지 진행된 연구 결과는 다양하다. 작년에 발표된 170개의 연구에 대한 메타분석에 따르면, 음모론에 가장 일반적으로 끌리는 사람들은 직관에 강하게 의존하고, 이상한 믿음을 가지고 있으며, 자신이 속한 환경에서 위협을 느끼며, 타인에 대한 적대감과 우월감을 가지고 있는 등 심리·사회적 특징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심리학자들은 유일한 해결책으로 교육을 꼽았다. 즉 "분석적 사고방식을 키우거나 비판적 사고를 가르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음모론의 희생양이 되어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린 피해자들은 어떻게 해야 할까? 테일러 스위프트의 다섯 번째 정규 앨범에 수록된 곡 중엔 "사기꾼들은 늘 그래왔듯이 사기 칠 거야", 하지만 "난 떨쳐낼 거야"라는 가사가 있다. 그녀가 앞서 겪은 아픔은 음악을 통해 대중에게 따듯한 위로로 전달됐을 것이다.
영어 원문 기사는 사이언티픽 아메리칸에 게재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