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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예측·일반청약 흥행한 대한조선, 우리사주에서는 쓴맛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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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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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조선 우리사주 배정 물량 3.3% 소화되는 데 그쳐
"실적 성장세니까" 기관·일반 투자자들 수요 집중
실적 둔화 가능성, 중장기 성장 전망 등은 우려 요소 
전라남도 해남의 대한조선 조선소/사진=대한조선

대한조선 직원들이 우리사주 청약을 외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막대한 배정 물량, 긴 의무 보유 기간 등 투자자 부담을 가중하는 요소로 인해 수요가 급감한 것으로 풀이된다.

외면당한 대한조선 우리사주

28일 금융투자업계와 조선업계에 따르면, 대한조선 직원들은 우리사주 배정 물량 200만 주 가운데 6만5,385주(3.3%)만을 소화했다. 이는 앞서 코스피 시장에 입성한 상장사들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수준이다. 올해 증시에 상장한 '대어' 기업들의 우리사주 청약률은 씨케이솔루션 95.3%, LG씨엔에스 81.6%, 서울보증보험 71.5% 등이었다.

청약률이 미끄러진 원인으로는 과도하게 많은 배정 물량이 꼽힌다. 대한조선의 정규직 직원 수는 531명이며, 1인당 배정된 물량은 약 3,766주에 달한다. 수요예측을 통해 결정된 공모가(5만원) 기준 3,766주를 매입하기 위해서는 약 1억8,800만원이 필요하다. 대한조선의 올해 1~5월 급여를 토대로 추산한 연간 급여가 7,920만원 수준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배정 물량 매입가가 사실상 2년 치 연봉을 웃도는 셈이다. 설상가상으로 대한조선은 우리사주 청약을 위한 대출 이자를 지원해 주지도 않았다.

의무 보유 기간 역시 족쇄가 됐을 것으로 보인다. 대한조선 우리사주의 의무 보유 기간은 1년으로, 기관 투자자들의 의무 보유 기간(6개월)의 2배 수준이다. 의무 보유 기간 중 퇴사하면 주식을 매도할 수 있지만, 대한조선의 주요 사업장 위치를 생각하면 이 같은 선택을 하는 직원은 사실상 드물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 한 시장 관계자는 “수도권처럼 일자리가 많은 곳에서도 이직이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대한조선 사업장이 위치한 전남에서 우리사주를 팔기 위해 사표를 던진다는 것은 상당히 무모한 선택”이라고 말했다.

외부 공모는 흥행

우리사주 청약이 저조한 성적을 기록한 반면, 대한조선의 수요예측과 공모주 청약은 나란히 흥행몰이에 성공했다. 앞서 지난 11~17일 진행된 수요예측에는 국내외 2,106개 기관 투자자가 참여해 총 15억1,613만2,000주를 신청했다. 경쟁률은 275.7대 1로 집계됐으며, 전체 참여 물량 99.9%(가격 미제시 포함)가 희망 밴드(4만2,000원~5만원) 상단 이상의 가격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어 22~23일 양일간 실시한 일반청약에는 잠정 합계 기준 총 51만8,473건이 접수됐다. 경쟁률은 238.1대 1에 달했으며, 청약 증거금은 약 17조8,608억원이 모였다. 공모가 기준 공모 금액은 약 5,000억원으로 상장 후 시가총액은 약 1조9,263억원이 될 전망이다. 공모 금액과 시가총액 모두 지난 2월 상장한 LG씨엔에스 이후 최대 규모다.

대한조선 IPO의 흥행 배경에는 실적 성장세가 있다. 대한조선의 실적은 최근 3년간 빠른 속도로 개선돼 왔다. 지난해에는 매출 1조원을 기록하며 본격적으로 '1조 클럽'에 입성하기도 했다. 2022년 33억원에 불과했던 영업이익 역시 지난해 1,582억원까지 성장했다. 시장에서는 대한조선이 올해도 유의미한 실적 개선 흐름을 이어갈 것이라는 기대에 힘이 실리는 추세다.

미래 성장 전망 '불투명'

다만 증권가 등에서는 최근 조선업 수주 환경이 악화한 만큼, 대한조선의 실적 성장세 역시 둔화할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도 나온다. 서재호 DB증권 연구원은 “대한조선은 지난해 12월 31일 체결한 그리스 선사와의 수에즈막스 2척 계약을 끝으로 수주가 정체돼 있다”며 “대한조선이 제시한 올해 잠재 수주와 선종 다변화를 통한 파이프라인 확장을 고려한다면 중장기 먹거리 확보는 지속될 것으로 보이지만, 탱커 운임·주력 선종의 거래량 하락을 감안하면 단기적인 수주 우려는 존재한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대한조선의 중장기 성장성에 대한 의문도 제기된다. 중국 조선소들의 저가 공세로 인해 국내 중형 조선소의 포지셔닝이 쉽지 않은 상황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한 조선업계 관계자는 “대형 조선사는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을 중심으로 수익성을 내지만, 중형 조선소는 아직 기술력이 부족해 유조선 등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선박을 두고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며 "대한조선과 같은 중형 조선소는 국내 대형 조선사와 중국 조선사들 사이에 '끼어' 있는 셈”이라고 짚었다. 이어 “벌크선이나 탱커 수요는 이미 대부분 중국으로 넘어간 상태고, 결국 LNG 추진선이나 암모니아 추진선 같은 고사양 선박을 수주해야만 생존이 가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또다른 조선업계 관계자 역시 “대한조선이 아프라막스급 선박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 점이 투자자들에게 얼마나 소구될지는 잘 모르겠다"며 "국내 중형 및 중소 조선사들이 대형 조선사 수준의 기술 선도력을 갖추지는 못한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현재 건조할 수 있는 수준의 선박은 제한적이고, 대한조선이 대거 취득한 친환경 기술 인증도 실제 상용화되는 일은 드물다"며 "조금 더 상황을 지켜봐야 한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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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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