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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시아포럼] 일본이 자유무역 체제를 보전한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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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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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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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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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자간 무역 체제 유지, ‘일본 역할’ 기대
‘일본-EU-영국-캐나다-호주’ 연합
‘다중 무역 체제’ 본격 돌입

본 기사는 The Economy의 연구팀의 The Economy Research 기고를 번역한 기사입니다. 본 기고 시리즈는 글로벌 유수 연구 기관의 최근 연구 결과, 경제 분석, 정책 제안 등을 평범한 언어로 풀어내 일반 독자들에게 친근한 콘텐츠를 제공하는 데 목표를 두고 있습니다. 기고자의 해석과 논평이 추가된 만큼, 본 기사에 제시된 견해는 원문의 견해와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글로벌 무역이 파편화되며 일본에 예기치 못한 임무가 부여되는 듯하다. 미국과 중국이 보호무역과 경제 민족주의(economic nationalism)로 빠져나간 자유 무역 체제를 지키고 재편하는 일이다. 여기에는 단순히 세계무역기구(WTO)를 보전하는 차원을 넘어 대안을 제시하는 일까지 포함된다.

사진=ChatGPT

미국-중국, 다자간 무역 체제 ‘사실상 탈피’

글로벌 생산량의 1/3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과 중국이 다자간 무역 체제에서 빠지거나 주변화(marginalization)되는 것은 무게 중심이 무너지는 것과 다름없다. 그리고 남는 것은 유럽연합(EU), 일본, 영국 등인데 이들을 다 합쳐도 글로벌 GDP의 22~24% 정도로 역내 포괄적 경제 파트너십(RCEP, ASEAN과 한국, 중국, 일본 포함 총 15개국이 가입한 세계 최대 다자간 자유무역협정)보다 작다.

유럽연합·일본·영국·미국·중국 글로벌 GDP 비중(%)(2025년, 각국 구매력 고려)
주: CPTPP, 영국, 일본, 유럽연합, EU-일본-영국-캐나다-호주, RCEP, 미국, 중국(위부터)

게다가 양자 간 협상을 원하지 않는 국가에 15~50%의 관세를 물리려는 미국의 정책으로 판단할 때, 규칙 기반의 포괄적 무역 질서는 이미 물 건너갔다고 해도 무방하다. 이런 상황에서 일본이 자유 무역을 지키고 싶다면 다른 나라들이 의리가 아닌 경제적 이유로 참여를 원하는 ‘운영 플랫폼’(operating platform)을 만들어 내야 한다. 이 부분에서는 국제 사회도 일본의 역할을 기대하는 듯하다.

미·중 없는 자유무역, 일본 역할 ‘기대’

하지만 일본의 강점은 ‘수호자’로서의 역할이 아니라 세심하게 규칙을 설계하고 법체계를 명확화하며 신뢰 가능한 협력 체계를 조율하는 데 있다. 미국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탈퇴하자, 다자간 질서와 높은 기준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포괄적 점진적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CPTPP)으로 변모시킨 사례를 통해 알 수 있다.

여기에 세계 무역이 지정학과 국가 안보, 기후 정책 등의 복잡한 요소로 얽히며 WTO가 가진 20세기 기준으로는 문제를 유연하게 해결하기 어렵다. 따라서 일본은 기존 시스템을 지키는 차원에서 나아가 현실에 맞는 융통성 있고 실행 가능한 구조를 만들어 내야 한다. 즉 ‘CPTPP-플러스’로 상정되는 새로운 시스템은 디지털 무역과 보조금 투명성, 지속 가능성 등을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현재의 CPTPP는 글로벌 GDP의 10%에 미치지 못하는 데다 확장성까지 감안해도 25%를 넘지 못하기 때문에 단독으로 글로벌 무역에 의미 있는 영향을 주기 어렵다. 하지만 닫힌 동맹이 아닌 열린 네트워크를 추구해 다수의 개발도상국을 포괄할 수 있다면 점유율을 30%까지 높일 수 있다. 그러기 위해서는 우선 작지만 단결된 동맹 내에서 회원국 간 관세 및 규제 장벽 조정으로 무역량을 늘리는 가운데, 단계적으로 다른 경제권을 통합해 나가야 한다.

기존 WTO 체제 대비 신규 무역 체제의 성장 가능성(%P)(2025~2028년)
주: 회원국 간 무역 증가율(좌측), 현재의 22.6%에 고정(Scenario A), 설립 3년 차에 30%까지 성장(Scenario B) / 글로벌 무역 증가율(우측)

WTO 단점 보완해 ‘회원국 늘려야’

중요한 것은 합의에 치중해 잦은 교착 상태에 빠지는 WTO와 달리 기간 안에 분쟁을 해결하도록 하고, 데이터 흐름을 원활히 하며, 규모와 영향에 따른 보조금을 명확히 공개하도록 하며, 원하는 국가들은 단계적 가입이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다.

또 무임승차(free-riding) 및 고의적인 지연을 막기 위해 조건부 모델(escrow model)을 도입할 필요가 있다. 회원국들이 무역 분쟁에서 패소하면 사전에 허가받은 관세 포인트에서 차감하는 방식을 활용한다면 WTO 항고 기구(Appellate Body) 마비로 인한 교착상태를 방지할 수 있을 것이다. 일본이 미국과 아시아-유럽에 무역 및 외교 관계를 동시에 유지해 온 것도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지 않고 효과적으로 과업을 완성하기에 유리한 조건을 제공한다.

전 세계 ‘다중 무역 체제’로

이렇게 된다면 세계는 복수 무역 체제(multiple trade systems)가 존재하는 환경으로 완전히 바뀔 것이다. 기존의 WTO 모델과 미국이 주도하는 양자 간 무역(bilateralism), 그리고 지금 논의하는 EU-일본 시스템이 그것이다. 기업은 복수 시스템에 유연하게 대처할 수 있는 공급망을 구축하고, 정부는 관세 및 무역 장벽으로 인한 비용을 실시간으로 계산할 수 있는 데이터 기반을 확보해야 한다.

미국과 중국 없는 무역 동맹이 가능한가 반문할 수 있다. 일본이 미국의 심기를 거스르는 모험을 할 수 있을지도 의심스럽고, 그렇게 만들어진 대안이 상징에 그칠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도 있다. 하지만 목표 자체가 WTO와의 경쟁이 아니라, 다 나은 모델을 설계해 시간을 두고 다른 국가들이 합류하도록 하는 것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모두가 합의할 수 있는 완벽한 대안을 기다리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다시 말하지만 일본은 WTO를 대체해야 한다는 부담을 갖기보다는 정치 환경이 바뀌면 규칙 기반의 무역 시스템으로 되돌릴 수 있는 원형(prototype)을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이 좋다. 유럽에는 미국의 과도한 요구와 중국의 과잉 생산 사이에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개발도상국에는 미국, 중국 시장으로부터의 위험 분산 장치가 될 수 있다.

본 연구 기사의 원문은 Can Tokyo Keep the Lights on for Free Trade if Washington and Beijing Walk Out? | The Economy를 참고해 주시기 바랍니다. 2차 저작물의 저작권은 The Economy Research를 운영 중인 The Gordon Institute of Artificial Intelligence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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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영학 전공에 관리자로 일했고 재무, 투자, 전략, 경제 등이 관심 분야입니다. 글로벌 전문가들의 시선을 충분히 이해하고 되새김질해 그들의 글 너머에 있는 깊은 의도까지 전달하고자 합니다.